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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농축산업 배신 안해… 주저말고 도전을”

작성자 : 슈퍼관리자 / 날짜 : 2017.05.24

25일부터 이틀간 축산-수의분야 취업-창업 박람회
농식품부-동아일보-채널A 주최

울산 울주군 본밀크 매장 앞에서 정해경 본밀크 대표가 우유 아이스크림의 모형을 들고 있다.
‘2세 낙농인’인 정 대표는 2015년에 목장의 신선한 재료를 활용해 우유 디저트 카페인 본밀크를 차렸다.
이 카페는 주말이면 500명이 넘는 손님이 찾는 지역 명소가 됐다. 본밀크 제공

“어떻게 하면 생산비는 줄이면서 ‘1등 소’를 키울 수 있는지 가르쳐 주겠다.”

25, 26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동아일보·채널A 주최로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제2회 축산·수의 분야 취업·창업박람회’(www.ani-jobfair.co.kr)가 열린다. 박람회에는 축산·수의 분야 공공 및 민간기업 100여 곳이 참여한다. 현장에서 채용상담도 진행한다.  

취업·창업 선배들과의 만남도 준비돼 있다. 행사에 참가하는 태현농장의 권태현 대표(28)는 “소 사육 노하우를 전수할 것”이라며 창업 후배들에 대한 뜨거운 교육 의지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 열린 1회 박람회에도 참여해 후배들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권 대표가 해마다 박람회에 참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와 축산 관련 전공을 하지 않은 그가 현장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후배들이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는 2011년 해병대를 제대하고 그의 이름을 딴 ‘태현농장’을 차렸다. 시작은 조촐했다. 2억 원의 영농후계자금을 받고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작은 축사를 샀다. 소 30마리가 들어가니 축사가 가득 찼다. 권 대표는 “비싼 사료값 대면서 사료 배합, 질병관리 등 각종 교육을 정신없이 찾아다녔다. 새벽 5시에 일을 시작해 몸은 힘든데 돈은 안 되는 것 같고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사료에 신경 썼다. 좋은 먹이를 먹여야 ‘1등 소’가 나올 수 있다는 믿음에서였다. 좋은 사료를 만들기 위해 사료에 들어가는 부산물들을 직접 사러 다녔다. 권 대표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노하우가 생기더라. 사료 배합도 기계로 하다 보니 효율이 급속도로 좋아졌다”고 말했다. 성과도 있었다. 그는 지난해 농식품부가 주최한 전국축산물품질평가에서 종합 우수상을 탔다. 권 대표는 현재 월 10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농축산업은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다. 주저하지 말고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도전하면 할 수 있다는 마음을 심어주고 싶다”라고 권 대표는 힘줘 말했다.

정해경 본밀크 대표(27·여)는 ‘2세 낙농인’이다. 그의 부모님은 30년 넘게 유진목장을 운영하고 있다. 정 대표가 처음부터 낙농업을 꿈꿨던 것은 아니다. 연암대 축산학과를 다니던 그는 사육사가 되려고 부산대 동물생명자원과학과로 편입했다. “2012년 무렵 부모님의 건강이 안 좋아지셨는데 평생 일궈온 목장을 그만둔다니까 내가 충격을 받았다.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은 예상보다 고됐다. 하루에 두 번씩 우유를 짜고 틈틈이 무거운 사료를 날랐다. 정 대표는 “주말도 없고 한겨울에는 추운 데서 일하고 한여름에는 더운 데서 일해야만 했다. 초기 6개월은 견디기 어려울 만큼 힘들었지만 이후 조금씩 자신감이 붙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2015년 7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목장에서 10분 거리에 아이스크림과 요거트, 밀크잼, 푸딩 등을 파는 ‘우유 디저트 카페’를 차린 것이다. 재료는 모두 목장에서 구했다.   


신선한 재료를 쓰고 맛도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크게 늘었다. 주말이면 500명이 넘는 손님들이 찾는 지역 명소가 됐다. 카페의 월 매출도 1500만 원을 넘어섰다. 정 대표는 “과잉 생산된 원유를 처리하기 위해 새로운 판로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카페 겸 유제품 전문점을 차렸는데 지금은 또 다른 주요 사업이 됐다”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올해 안으로 치즈 제조 공방과 치즈 레스토랑을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미국 위스콘신 주에서 열린 세계낙농박람회와 뉴욕의 유제품 업체들을 둘러보기도 했다. 정 대표는 “농업이 노동집약적이고 더럽고 그렇지 않다”며 “자기 브랜드를 만들어 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이 무궁무진한 만큼 후배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