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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김건중 GS칼텍스 고문 “대기업 취업 비법은 없다… 뛰고 또 뛰어라”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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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이 시작되자마자 청년 청중 100여 명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취업 비법’을 듣고 싶은 청중의 기대와 달리 강사는 “대기업에 들어가는 비법, 그런 거 없습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13일 오전 10시부터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 서대문캠프가 서울 서대문구청 대강당에서 개최한 ‘취업,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강연. 강사는 GS칼텍스 사장을 지낸 이 회사의 김건중 고문(65)이었다.
김 고문은 라이프코칭 자격증을 따 청년들에게 인생경험을 전하며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이날 강연은 더 많은 청년에게 대기업 고위직 출신 명사의 멘토링 지도를 받을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 고문은 비법을 일러주지 않는 대신 ‘당신은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청년들에게 던졌다. 죽음을 맞았을 때, 혹은 어떤 자리에서 떠날 때 남은 사람들이 과연 어떻게 자신을 기억해줄지를 생각해보라는 주문이었다. 20대 초중반의 청중이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김 고문은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설명해 나갔다.

두산인프라코어 김규환 명장의 사례를 소개했다. 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지만 성실성을 무기로 회사에 필요한 특허기술을 개발해낸 과정을 보여줬다. 기온 1도가 변할 때 쇠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2년 동안 공장 바닥에 모포를 깔고 지내며 연구했다는 사연. 이런 노력 끝에 그는 한국 최고의 기계제작 명장으로 불리게 됐다. 미래를 위해 실험을 거듭하고 특허를 얻어내려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그날그날 먹고사는 문제 해결에만 매달렸다면 결코 명장이 될 수 없었다는 결론이었다.

청년들이 그토록 매달리는 공기업의 현실도 알려줬다. 김 고문은 숫자 ‘43.9’를 제시했다. 공기업 신입사원이 3년 내 이직한 비율이라고 했다. 자신의 판단 대신 남이 좋다고 말하는 길을 따라간 결과라는 것. 김 고문은 “남의 인생을 복사하지 말고 내 ‘오리지널’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위로의 말도 잊지 않았다. 김 고문은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문구를 보여줬다. 행복은 물론이고 뜻하지 않은 고통과 좌절, 분노 등 모든 인생역정은 결국 물 흐르듯 지나간다는 의미다. 피겨 선수 김연아가 자신만의 완벽한 동작을 완성하기 위해 10년 동안 270만 번 점프했다는 사연을 덧붙였다. 그 과정에서 힘들고 지쳐 피겨를 포기하고 싶어질 때마다 김 선수가 이 문구를 읽고 또 읽었다고 설명했다. 강의 초반 실망감 가득했던 청년 청중들 사이엔 숙연함이 감돌았다. 몇몇의 눈가엔 눈물이 비쳤다. 참가자 정모 씨(24)는 “대기업 취업이 인생 최대 목표라고 생각해왔던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다”며 “아직 시간이 있으니 내 인생을 다시 설계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고문은 청년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건넸다. 자신이 청년이었을 때는 적당히 공부해도 좋은 직장을 골라 입사할 수 있었는데 그런 혜택을 누리고는 지금의 청년들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김 고문은 팝그룹 아바의 ‘나에겐 꿈이 있어(I have a dream)’를 들려주며 강연을 마쳤다. 가사가 대형 스크린에 지나가는 것에 맞춰 노래가 은은하게 흘러나왔다. ‘나는 꿈이 있어요. 현실을 헤쳐 나갈 수 있게 도와주지요. 어둠을 헤치고 가야 할 길은 멀지만 내 목적지는 분명히 가치가 있습니다. 나는 꿈이 있어요….’

청년드림센터는 앞으로도 13개 청년드림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의 고위 임직원들로부터 인생경험이 담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강연을 권역별로 이어갈 계획이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