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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청년드림 대학]<3·끝> ‘학생 눈높이’ 지원 대학의 노하우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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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와 채널A, 딜로이트컨설팅이 올해 처음 실시한 청년드림 대학 평가는 우리 대학의 약점을 짚어 내고 보완하도록 안내하자는 취지다. 학생 취업 지원에 노력하지만 효율적인 방향을 잡지 못하는 대학에 길라잡이로 나선 셈이다.

평가 결과 많은 대학이 학생의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학교가 마련한 프로그램에 학생을 끌어들이지 못한 점이 특히 문제였다. 바꿔 말하면 이 부분에 강점을 보인 대학은 다른 학교의 롤모델 또는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만하다. 사회의 변화에 발맞춰 본래의 역할을 고민하고 학생의 눈높이에서 지원하는 대학은 어떤 노하우를 가졌을까.

○ 상담과 체험을 제공하라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은 진로를 찾기 위한 상담과 직업을 체험할 기회를 가장 원한다. 대부분의 대학은 이 부분에 취약했다. 저학년 때부터 앞날을 준비하도록 이끌기보다는 고학년을 대상으로 스펙을 만들라고 지도하는 데 급급한 실정이다.

청년드림 최우수대학인 한국산업기술대의 교육과정은 정반대였다. 저학년 때부터 취업캠프를 통해 정보를 제공한다. 고학년이 되면 졸업예정자 가운데 일부를 뽑아 KEY(Key for Excellence in You) 프로그램을 운용한다. 전문 컨설턴트의 상담이 눈길을 끈다. 특히 3000개가 넘는 제휴 기업을 통해 폭넓은 체험 기회를 준다. 교내외 전문가 집단이 구인을 원하는 기업의 임원에게 학생을 소개하면서 일할 기회를 직접 만드는 점이 인상적이다.

직업 체험 기회 항목에서는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를 본받을 만하다. 올해부터 학제를 아예 5년제로 바꿨다. 원하는 학생은 학교가 보증하는 일터에서 1년간 직업 체험을 하도록 했다. 미국 조지아텍을 비롯한 명문 공대가 오래전부터 활용하는 방식이다.

열악한 상담 프로그램을 보완하는 데는 덕성여대의 ‘덕성인증제’가 좋은 사례를 제공한다.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학기마다 심리검사를 한다. 체계적인 진로 설정을 돕기 위해서다. 미국 코넬대도 학교 본부의 취업지원센터에서 십수 명의 상담전문가가 활동한다. 이와 별도로 단과대마다 4명 이상의 전문 상담가를 배치했다.

○ 낮은 이용률을 극복하라

밥상을 차려놓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을 밥상 앞으로 잡아끄는 일도 중요하다. 청년드림 대학 평가 결과 학교가 취업 지원 인프라를 갖춰 놓아도 학생의 이용률이 극히 저조하다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런 부분을 잘 해결한 모범 사례는 경북 포항의 한동대다. 학교 규모가 작아 청년드림 대학 본평가 대상에는 들지 않았지만 인재 육성 프로그램의 독창성 측면에서는 국내외 대학이 따라 하는 모델이다.

모든 학생이 무전공 무학부로 입학해 1학년 내내 적성을 탐색하다가 2학년 때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한다.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키우려고 복수 또는 연계 전공을 필수로 해서 학생마다 전공을 서너 개씩 갖는다.

올해는 입학인재개발처를 신설했다. 기존 입학부서와 취업담당 부서를 합치는 파격적인 시도. 학교가 신입생의 재능과 잠재력을 파악하고 이를 4년 내내 밀착 관리하려는 취지다. 학교의 취업 지원 서비스를 신입생 시절부터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 미래를 준비한다. 공모전 같은 외부 활동이나 해외 일자리를 찾을 때에도 우선 학교의 문을 두드리는 식이다.

○ 졸업생을 적극 활용하라

평가 과정에서 학생들은 취업에 성공한 선배를 통해 답을 구하고 싶어 하는 점이 두드러졌다. 자신과 비슷한 조건, 비슷한 스펙을 가졌던 선배가 취업문을 어떻게 뚫었는지를 보면서 구체적인 도움말을 얻으려 한다는 얘기다.

미국 노스웨스턴대가 동문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는 대표적 사례. 인문 언론 법학 등 다양한 계열의 학부는 물론 경영대학원(MBA)이 배출한 동문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학교의 취업 시스템을 통해 재학생과 졸업생이 취업 및 이직 정보를 공유한다. 진로 지원 서비스나 면접 훈련 과정을 만들면 동문이 꼭 참석한다.

졸업생이 취업 지원에서 최적의 자원이라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국내 대학 역시 동문 활용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

청년드림 최우수대학인 연세대는 동문이 멘토인 ‘취업 멘토링 올스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전년도 취업자가 재학생에게 알짜 취업 정보를 제공하는 기회. 학기당 세 차례 열리는 동문 간담회에서는 한국은행이나 금융감독원처럼 선호도가 높은 직장에 다니는 선배가 후배를 이끌어 준다. 동문이 일하는 회사를 찾아가 체험하는 기회는 학교가 마련한다.


▼ 대학 취업역량 평가는 세계적 흐름 ▼

■ 영국… 교육품질 평가에 취업-경력개발이 핵심, 스웨덴… 업무자질 넘어 직업훈련까지 반영 추진


대학은 무풍지대인 줄 알았다. 학생을 가르치고 길러내는 상아탑으로, 고고한 성지(聖地)로만 남아도 된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 대학을 ‘감히’ 평가하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1983년, 미국 언론사인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단순 이름값이나 자산에만 초점을 맞춰 부실한 평가란 지적이 잇따랐다.

그럼에도 대학 평가 바람은 계속됐다. 오히려 확대됐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언론사와 교육 관련 기관이 주도했다. 문제는 단순 평판도 조사 수준에 그쳤다는 점. 누굴 위한, 무엇을 위한 평가인지 불분명했다. 유럽대학연합이 2011년 “전문성이 결여된, 평가기준이 부실한 대학 평가는 위험하다”고 일침을 가한 이유다.

다행히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문성을 갖춘 평가기법이 등장했다. 특히 취업 역량에 초점을 맞춘 평가가 각광을 받는 중이다. 예를 들어 스웨덴은 2011년부터 고등교육청 주관으로 학생의 업무적 자질을 대학이 얼마나 잘 길러 주는지를 조사한다. 2014년쯤엔 직업훈련 프로그램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

독일 고등교육개발센터는 전공별로 학교를 평가한다. 경력 시설 연구역량 국제화 등 9개 영역, 168개 항목으로 취업 역량을 살핀다. 이 평가는 예비 대학생이 전공을 선택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영국은 고등교육보증기관이 대학 교육의 품질을 평가한다. 취업 및 경력 개발 항목이 핵심. 대학의 취업 경쟁력을 8개 지표로 상세하게 분석해 역량을 비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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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제 대학은 사회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준비된 인재를 노동·취업 시장에 보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선진국의 대학은 이런 요구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중이다. 미국 애리조나대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잡 페어’를 열어 취업상담을 해준다. 페이스대는 600여 개의 기업과 스폰서십을 체결해 해마다 학생 2000여 명에게 인턴십 기회를 제공한다.

사회가 변하고, 대학이 변한다면 대학 평가 역시 이런 흐름에 발맞추는 게 옳다. 신종호 서울대 교수(교육학과)는 “시대는 기반, 역량, 가능성에 주목한 대학 평가를 요구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원역량 평가는 인재 육성 및 교육 경쟁력 강화에 꼭 필요한, 세계적인 흐름에 부응하는 의미 있는 시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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