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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경어 신경 쓰기보다 내용전달 더 집중을”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6.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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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처를 섞으며 말하는 버릇이 있는데 면접 볼 때 문제가 될까요?”(일본 조치대 4학년 김혜인 씨)

“면접관은 제스처를 개성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피면접자의 자세가 불량하면 예의가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두 가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하라 도모코·原智子 정보기술산업간담회 이사)

27일 일본 도쿄(東京) 국제포럼빌딩 6층에서는 KOTRA 도쿄무역관이 주관하고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제8회 한국 유학생 취업박람회’가 열렸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가 후원한 이날 행사에는 100여 명의 취업 준비생이 몰렸다. 일본 정보기술(IT)업계 채용 담당자들이 직접 참석해 조언을 해 준 모의면접이 특히 인기였다.

김 씨는 “이틀 뒤 IT 회사의 최종 면접이 있다. 최근 3차 면접에서 떨어진 적이 있어 걱정이 많다”며 모의면접장을 찾았다. 하라 이사는 “심정에 공감한다”며 50분 동안 컨설팅을 해 줬다.

“일본어 경어가 어렵다”는 김 씨에게 하라 이사는 “아주 예의가 없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지금 말하는 것을 들으니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격려했다. 그는 “경어 표현에 너무 신경을 쓰다 보면 막상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수 있다. 웃는 얼굴로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열심히 말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김 씨는 모의면접을 마친 뒤 “어떤 점에 집중해야 할지 구체적인 조언을 받았다”며 만족해했다.

일본 대학 박사과정에 있는 류오성 씨(31)는 히코이 료스케(彦井良介) 코스메루 총무부장의 조언을 받았다.

히코이 부장은 “면접을 마친 뒤 면접관들에게 ‘바쁘신 가운데 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면 사회인으로서 예의를 갖추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IT 기업의 근무 시간에 대해서는 “내 경우 과거 한 달에 350시간 일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월평균 근무 시간이 182시간으로 하루 1시간 정도 잔업하는 수준”이라며 “정부의 지도를 받기 때문에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채용박람회에는 일본 기업과 일본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 등 30여 개 회사 채용 담당자들이 참석해 현장에서 면접을 진행했다. 일본은 최근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기업들이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에서 충분한 인재를 찾지 못해 이웃 나라인 한국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이 적지 않다.

일본의 화학 대기업 쇼와덴코의 시노하라 요시노부(篠原慶信) 인사부 매니저는 “이번에 처음 한국 인재 채용에 나섰는데 일본 학생들보다 세계화되고 도전 정신이 강하다는 인상을 주는 사람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인재를 채용한 기업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신주쿠워싱턴호텔 등 일본 내 수십 개의 호텔을 운영하는 후지타관광의 아라이 히로미(新井裕美) 기획팀 과장은 “지난해 한국인 학생 4명을 뽑았는데 어학 실력이 뛰어난 데다 일본에 적응도 빨라 만족하고 있다”며 “현재 서울 남대문에 짓고 있는 호텔이 2018년 여름에 완공되는 만큼 올해는 15명을 채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주로 IT 분야 엔지니어나 영업직군에서 한국 인재에 대한 수요가 많은 편이었다.

IT 회사 ISFnet의 채용 담당 직원인 마야마 사토미(眞山里美) 씨는 “전체 직원 3300명 가운데 100여 명이 한국인”이라며 “일본과 일본 문화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고 고객 대응도 잘한다”고 칭찬했다.

일본에 유학 중인 유학생들은 취업정보도 얻고 면접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는 반응이었다.

도쿄의 일본어학교에 다니는 김다인 씨(26)는 “두 곳의 면접을 봤고 나머지 두 곳의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며 “한국에 있는 친구들 중에는 아직 취업을 못한 이들이 많다. 외국 취업이 어렵다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일본 취업시장 사정이 한국보다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면접 기회를 얻기 위해 한국에서 날아온 취업 준비생도 적지 않았다. 전북대 4학년 도경민 씨(25)는 “열흘 전 일본에 와서 박람회에 참석하고 면접도 여러 차례 봤다”며 “서비스업종을 지망하는데 면접이 생각보다 큰 부담이 없었다”고 말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