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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2% 부족한 아이디어 채워준 문화데이터”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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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차 직장인이 경진대회를 통해 ‘사업가’로 거듭났다. 조부모 양육, 맞벌이 양육을 하는 가정을 위해 전국에서 열리는 문화행사를 묶어 보여주고 참여를 유도하는 서비스 ‘컬처베이비’를 개발 중인 마이파트너씨(동업자닷컴)의 공동대표 이희웅(37) 이진우 씨(38) 이야기다.

두 사람은 원래 창업 아이디어를 함께 고민하는 친구 사이였다. 스마트폰만 보며 자라는 주변 아이들을 지켜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던 두 사람은 이와 관련한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하지만 사업가의 길을 위해 섣불리 직장을 나오지는 못하고 있었다.

지난해 7월, 이들은 우연히 한 경진대회 공모를 발견했다. 두 사람은 원래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에 예술의전당,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등 주요 문화기관이 제공하는 행사 관련 공공데이터를 묶어 서비스한다는 계획을 더해 출품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아이디어 분야에서 대상을 받은 것. 용기를 얻은 두 사람은 회사를 나와 본격적으로 사업 계획을 세우게 됐다. 이희웅 대표는 “상을 받고 난 뒤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게 되면서 다양한 반응을 수집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B2B 수익 모델도 구상할 수 있었다”며 “우리끼리는 ‘공모전 덕분에 사업한다’는 농담을 하곤 한다”고 말했다.

○ 탄탄한 내공, 대회에서 불붙다

두 사람이 참가했던 ‘정부 3.0 문화데이터 활용 경진대회’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제공하는 ‘문화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창업 아이디어 또는 관련 제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지난해에는 마이파트너씨를 비롯해 12개 팀이 수상해 모두 39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구니스’ 이윤재 대표(42)는 지난해 경진대회에서 유아용 미술 교육 액세서리인 ‘스마트 팔레트’를 내놔 제품개발 부문 대상을 받았다. 그는 이 대회를 통해 10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을 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게 됐다.

‘스마트 팔레트’는 아이들이 태블릿을 통해 쉽게 색칠 공부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제품이다.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일하던 그는 2014년 처음 법인을 설립해 제품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문제가 생겼다. 제품 자체는 훌륭했지만 정작 색칠을 할 수 있는 그림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던 것. 좋아 보이는 그림은 모두 돈이 필요했다.

걱정하던 이 대표의 눈에 뜨인 것이 문화 공공데이터다. 우리나라의 다양한 전통 문양이 가득했다. 이를 접목한 제품은 그 활용도가 확장됐다. 최근에는 이 제품을 다양한 청소년 상담 센터에 납품하기도 했다.

올해 1월 중국 완다시네마와 250억 원 규모의 무인 발권기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화제가 된 발권 솔루션 전문 기업 ‘아이오로라’도 이 경진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다. 아이오로라는 스타나 영화 캐릭터와 합성된 사진을 인쇄해 주는 ‘스타포토 키오스크’를 활용한 문화·관광 플랫폼 구축 방안을 아이디어로 우수상을 받았다.

3년 전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현장 티켓을 발권해 주는 업체로 시작한 아이오로라는 이제 정부와 관련 업계가 주목하는 신생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요즘에는 기부 문화와 결합한 수익 모델인 ‘희망 키오스크’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 업체 장영수 대표는 “영업사원 시절 ‘철판 영업’이 최고라는 경험을 얻었다”며 “창업도 고민만 하기보다는 일단 과감히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 4회 대회 다음 달까지 열려

‘정부 3.0 문화데이터 활용 경진대회’는 올해로 4회째를 맞는다. 이번 달 1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웹사이트(www.culture.go.kr/contest)를 통해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대회 역시 마이파트너씨와 구니스처럼 성공을 꿈꾸는 청년기업의 도전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상을 받는 2개 팀(제품개발·창업, 아이디어 분야)를 비롯해 모두 14개팀은 총 4000만 원의 사업자금을 받게 된다. 또한 대상 수상팀은 문체부장관상과 함께 ‘공공데이터 활용 창업 경진대회’ 본선 진출 자격도 얻는다. 문체부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공모 희망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지난달 진행된 ‘내 손으로 만드는 문화정보 서비스 300자 국민의견 공모’에서 나온 의견을 문화포털(www.culture.go.kr)을 통해 제공하기로 했다.

경진대회를 주관하는 한국문화정보원의 김소연 원장은 “문화데이터를 개방한 뒤 이를 사업에 활용하는 사례가 매년 늘고 있다”며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이번 대회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