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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창업 메이저리그 오를 자신감 얻었어요”

작성자 : 슈퍼관리자 / 날짜 : 2017.01.18

한양대-서울대 창업팀의 CES 참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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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17’에서 증강현실 안경을 선보인 레티널의 공동 창업자 김재혁 씨(가운데)가 전시부스 앞에서 동료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레티널 제공

 “아직 창업 분야의 마이너리거이지만 미래에는 충분히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5∼8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국제가전전시회(CES) 2017’에 참가했던 한양대와 서울대 학생 창업자들은 스타트업의 중심지인 미국에서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게 가장 큰 소득이라고 입을 모았다.

 두 대학은 CES 전시관에 부스를 마련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한 학생 창업자들의 제품을 전시했다. 한양대는 2009년 국내 대학 중 최초로 창업 교육을 담당하는 교내 기관인 ‘글로벌기업가센터’를 설립하는 등 창업 교육에 가장 적극적이다. 이 학교는 지난해부터 CES에 학생 창업자들을 파견하고 있다. 서울대는 올해 처음 창업가를 꿈꾸는 학생들을 CES에 보냈다.

 류창완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장은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한 창업자들이 스타트업 투자가 활성화된 해외 시장에 곧바로 진출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앞선 기술로 구글과 화웨이의 주목을 받다

 한양대 산업공학과 3학년을 마치고 휴학 중인 김재혁 씨(27)는 증강현실(AR)을 구현하는 안경을 개발했다. 그가 창업한 회사는 ‘레티널’.

 3년쯤 전부터 AR 기술에 관심이 많아 꾸준히 제품 개발에 나섰던 김 씨는 이번 CES에서 자랑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세계 최고 정보기술(IT) 기업으로 꼽히는 구글의 인터랙션리서치팀에서 세부 업무 협력을 논의해 보자는 제의를 받은 것이다. 중국 IT 기업 화웨이로부터도 향후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김 씨는 “글로벌 기업의 엔지니어와 시장조사 전문가들이 많은 관심을 보인 것은 물론 실제 업무 협의 제안까지 받아 정말 기쁘다”라고 했다.

 레티널은 아직 프로토타입(시제품) 수준의 제품 개발만 진행한 상태지만 기술 측면에서 후한 점수를 얻었다. 기존 AR 관련 기기들의 시야각은 약 30도 수준에 멈춰 있는데 레티널의 제품은 시야각을 70도까지 넓혔다. 일반 안경과 유사한 크기, 모양, 무게로 설계됐다는 것도 장점이다.  김 씨는 “CES에서 만난 많은 전문가가 현재 유명 기업에서 내놓은 AR 관련 제품보다 기술 수준이 높다고 평가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일부는 향후 AR 기술 트렌드를 이끌어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칭찬도 해 줬다”라며 뿌듯해했다.


○ 해외 창업자들을 보며 자극을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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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스라잇 공동 창업자 이광호 씨가 ‘CES 2017’의 전시부스 앞에서 뒷쪽에 놓인 투명 발광다이오드(LED) 필름을 소개하고 있다. 엑시스라잇 제공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4학년인 이광호 씨(25)는 투명 발광다이오드(LED) 필름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엑시스라잇’의 공동 창업자다. 투명 LED 필름은 미래에 유리 LED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건물 유리에 부착해 다양한 시각적 효과를 낼 수 있다. CES에서 엑시스라잇의 제품을 본 전문가들은 탁월한 밝기에 주목했다. 엑시스라잇의 제품은 현재 많이 쓰이는 제품보다 1.5배 정도 더 밝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회사 역시 아직은 프로토타입 수준의 제품만 개발한 상태다. 유명 기업 제품보다 성능이 우수하다는 반응 속에 자신감이 생겼지만 ‘아직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는 자극도 받았다. CES 행사 기간에 만난 해외의 젊은 창업자들의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 씨는 “CES에서 만난 젊은 창업자들은 하나같이 회사와 제품에 대한 비전이 명확했고 미래에 대한 확신도 강했다”라고 전했다.  이 씨는 또 외국의 스타트업 경쟁 문화에 비하면 한국은 아직 ‘온실 안 화초’를 길러 내는 분위기 같다고 했다. 그는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살아남는 제품과 회사를 만들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치열해져야 하고 프로 의식도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 창업 방향을 읽다

 아직 창업하지는 않았지만 CES를 통해 창업 방향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얻은 예비 창업자도 있다. 한양대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박정규 씨(32)는 무인항공기와 공기역학 관련 기술을 활용한 창업을 꿈꾸고 있다. 그는 “중국 기업들의 기술을 직접 체험한 게 가장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드론 같은 신기술 관련 제품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기술 발전 속도가 상당하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제조 기술에 바탕을 둔 창업도 고려했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제조보다는 결국 원천 기술에 바탕을 둔 창업을 해야 한다는 확신이 생겼다”라고 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