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활동·공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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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한 줄 – 2015년 3월 21일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5.03.20

박경리, 산다는 것

 

 

 

체하면 바늘로 손톱 밑 찔러서 피 내고

감기들면

바쁜 듯이 뜰 안을 왔다 갔다

상처 나면

소독하고 밴드 하나 붙이고

 

정말 병원에는 가기 싫었다

약도 죽어라고 안 먹었다

인명재천

나를 달래는데

그보다 생광스런 말이 또 있었을까

 

팔십이 가까워지고 어느 날부터

아침마다 나는

혈압약을 꼬박꼬박 먹게 되었다

어쩐지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허리를 다쳐서 입원했을 때

발견이 된 고혈압인데

모르고 지냈으면

그럭저럭 세월이 갔을까

 

눈도 한쪽은 백내장이라 수술했고

다른 한쪽은

치유가 안 된다는 황반 뭐라는 병

초점이 맞지 않아서

곧잘 비틀거린다

하지만 억울할 것 하나도 없다

남보다 더 살았으니 당연하지

 

속박과 가난의 세월

그렇게도 많은 눈물 흘렸건만

청춘은 짧고 너무나 아름다웠다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청춘은 짧고 너무나 아름다웠다

젊은 날에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을까

-박경리, 산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