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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개천의 용 되기 더 힘들 것”

작성자 : 관리자 / 날짜 : 2019.11.28

“자녀 계층상승” 10년새 48→29%… 신분이동 사다리 사라져 고착화
낮은 계층일수록 비관적 응답 많아
워라밸, 처음으로 ‘일 우선’ 앞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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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위권 대학을 졸업해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강모 씨(32)는 본인의 현재 사회계층을 ‘중하’로 보고 있다. 40, 50대가 돼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강 씨는 “학창 시절 열심히 공부했고 대학 시절에도 부지런히 스펙을 쌓았지만 취업에 2년이 걸렸다. 서울에서 집 살 돈을 모은다는 건 언감생심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내 삶은 지금과 비슷하게 유지되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한국 사회에서 더 높은 계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지는 현실이 통계로 나타났다. 본인 자녀 세대의 계층이 올라갈 수 있다고 믿는 비율이 10년 새 2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계층 상승의 통로라고 여겨지던 교육 등의 채널이 더 이상 계층 이동 사다리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 “자식 대에는 ‘개천 용’ 더 힘들 듯”

25일 통계청의 ‘2019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녀 세대의 계층 이동 가능성이 높다고 본 비율은 28.9%로 10년 전인 2009년(48.3%)보다 19.4%포인트 하락했다. 본인의 계층 상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서도 긍정 대답이 2009년 37.6%에서 올해 22.7%로 떨어졌다.

자신의 현재 계층이 낮다고 인식할수록 계층 상승에 대한 비관적 견해는 더 강했다. 본인의 계급을 상층으로 본 응답자는 자식 세대의 계층 상승 가능성을 48.6%로 봤지만 하층인 응답자는 21.5%로 봤다.

이 같은 인식은 계층 간 이동이 원활했던 과거와 달리 계급 고착화 현상이 강해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소득이동성의 구조변화 가설검정과 인구고령화의 영향 분석’ 논문에 따르면 2007년 가구소득 1분위(하위 10%)였던 가구가 이듬해에도 1분위에 머문 비율은 59.9%다. 반면 2014년 소득 1분위 가구의 64%가 2015년에도 소득 1분위에 머물렀다.
 

2016년 한국노동연구원이 펴낸 ‘직업 및 소득 계층의 세대 간 이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아버지가 1군 직업(고위공무원, 전문직 등)에 있는 자녀가 1군 직업을 구하는 비율은 32.3%였지만 아버지가 3군 직업(단순노무 등) 종사자일 경우 자녀가 1군 직업으로 이동하는 비율은 16.6%에 그쳤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계층 이동에 가장 직접적 영향을 주던 교육의 경우 이제는 ‘의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대학원’ 등 비용이 많이 드는 단계가 추가돼 사회이동 채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워라밸’이 처음으로 ‘일이 우선’ 앞질러

이번 조사에서 19세 이상 중 ‘일을 우선시한다’는 대답은 42.1%로 2년 전 조사(43.1%)보다 1.0%포인트 줄었다. 반면 ‘일과 가정 둘 다 비슷하게 중요하다’는 44.2%로 1.3%포인트 올랐다. 2011년 관련 문항을 물어보기 시작한 뒤 처음으로 둘 사이의 비중이 역전됐다.

성별로는 남자의 경우 일을 우선시한다는 응답(48.2%)이 더 높았지만 여자(49.5%)는 일과 가정 둘 다 중요하다는 대답이 더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19∼29세는 일을 우선시한다(50.3%)는 대답이 많았고, 30대 이상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였다.
 

사회조사는 전국 1만9000가구 내 상주하는 만 13세 이상 가구원 3만7000명을 대상으로 2년에 한 번 실시한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