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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자부심과 로망을 주는 회사 불가능할까

작성자 : 관리자 / 날짜 : 2019.12.02

동서고금 지위를 떠나 다른 사람의 성공에 질투심을 느끼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러시아 작가 도스토옙스키(1821∼1881)는 “감정은 절대적이며, 그중에서도 질투는 가장 절대적인 감정”이라고 적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유독 운동선수나 스포츠 팀의 성공에는 관대한 반응을 보일까. ‘대리 성취’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팬은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선수나 팀의 승리를 두고 마치 자신이 해낸 것처럼 여긴다. 책 ‘설득의 심리학’으로 유명한 미국 애리조나대의 행동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를 비롯한 학자들의 연구를 살펴보면, 스포츠팬의 이러한 특이한 행동에 관한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선 팬은 팀의 승리에 대해 자신이 직접 해낸 것과 다름없는 만족감과 성취 관련 행동을 보인다. 치알디니는 이런 현상을 버깅(BIRGing·Basking in Reflected Glory, 투영된 영광의 향유)이라 명명했다. 응원하는 팀이 승리를 거두면 팬들이 “우리가 이겼다” “우리가 해냈어”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는 팀의 성공을 자신의 것으로 믿고 있음을 드러낸다.

대리 성취는 컴퓨터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찾아볼 수 있다. 일본 고에이(KOEI)사가 만든 컴퓨터 게임 ‘삼국지’는 1985년 1편을 시작으로 2016년 13편까지 출시된 장수 시리즈다. 한국에서도 1편부터 9편까지 모두 100만 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 게임은 박진감이나 긴장감이 높지는 않다. ‘스타크래프트’ 같은 다른 유명 게임과 비교하면 훨씬 정적(靜的)이다. 그렇다고 난도가 유독 높아서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거나, 게임 곳곳에 예상치 못할 놀라움과 반전이 숨어 있는 것도 아니다. 내용은 소설 삼국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모든 약점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게임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삼국시대 군주가 돼 천하제패를 이뤄보고 싶은 ‘로망’을 만족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포츠와 게임을 즐길 때처럼 우리의 직장생활에서도 이런 대리 성취를 느낄 수 있을까? 회사나 조직의 성과에 자신이 이바지한 부분이 있다고 주장하고, 회사가 만든 성공의 기쁨을 자기 지인들과 공유하며 자랑할 수 있을까? 스포츠나 컴퓨터 게임을 통해 얻는 대리 성취감보다 그편이 더 자연스러울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요즘 직장인 중에 자기 회사가 하는 사업이 ‘대박’났다고 자기 일처럼 자랑하고 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요즘은 회사에 대한 애사심과 충성심을 가진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애사심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소속감도 없다. 직장인들의 소속감 결여는 회사가 조직으로 정상 기능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회사의 성과를 자신의 성과와 동일시하지 않을 정도로 회사와 자신을 분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직장인의 소속감 결여는 다양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5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절반이 넘는 사원(54%)이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라고 답했다.

회사가 성취와 자존감 향상의 수단이자 장이 되지 못하는 것은 직원이 회사에 대해 자랑스럽게 느낄 만한 것이 별로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취업사이트 사람인이 직장인 133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63.5%가 회사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6.1%는 회사를 부끄럽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회사에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는 직원은 조직에 충성도가 낮으며, 업무에 열정을 가지고 몰입하기 어렵다. 자기통제가 되지 않으니 업무성과는 낮을 수밖에 없다. 기회만 있으면 회사를 떠나는 것은 물론이다.

꽤 많은 회사가 직원들이 조직에 자부심이 없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기고, 자부심을 키우는 것을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직원들이 조직에 자부심을 못 느끼는 현상은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문제가 아니다. 자연스럽지 못할 뿐 아니라 회사의 성장에도 해가 된다. 직원들이 부끄러워할 일만 안 해도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른다. 자랑스러운 회사, 직원들이 그 누구보다 바라기 때문이다. 


※ 이 원고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85호에 실린 글 ‘스포츠의 대리 성취, 회사에선 안 되는 까닭’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ykim22@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