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극복 어려운 사상 최대 위기”…항공사 직원도 취준생도 속앓이

작성자 : 관리자 / 날짜 : 2020.02.27

코로나19 사태에 비운항 노선 확대 등 악재
잇단 비용절감 조치에 직원들 고용 불안 커
항공사 취준생은 미뤄지는 채용일정에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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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 일본 불매운동부터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악재가 이어지며 항공업계의 신음이 커지고 있다. 업체들의 잇단 비용 절감 조치에 직원들과 취업준비생의 불안감도 커지는 모양새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국내 항공사의 한중 노선(59개 노선) 운항 횟수는 현재까지 77% 이상 감소했고, 동남아 노선에서도 감편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금지하는 국가가 25일 오후 2시 기준 24개국으로 늘며 운항 중단되는 노선도 추가되고 있다.

항공사들은 지난해 신생 항공사 3곳이 추가되는 등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비운항 노선까지 늘자, 고강도 비용 절감으로도 사태 극복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심각한 자금경색을 겪는 일부 항공사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사태 진정 전에 폐업 직전까지 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마저 나온다. 업계 종사자 사이에서는 고용 보장에 대한 두려움이, 취준생 사이에서는 불투명한 채용 일정에 대한 우려가 불어나고 있다.



◇직원들 “유례 없는 위기 속 버티기만”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전 직원을 대상으로 10일 동안 돌아가며 무급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로의 매각을 앞두고 일반직 직원 대상으로 최소 15일에서 최대 3년의 무급휴직도 실시한 바 있다.

한 아시아나항공 직원은 “잇달아 두 번이나 무급휴직으로 쉬게 될 줄 몰랐다”라며 “항공업계에 전혀 좋은 일이 없는 상황에서 인수 작업이라도 빠르게 마무리돼 상황이 나아지길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심경을 털어놓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항공사 직원은 “지난해에는 비행이 많다고 투덜거렸는데, 이제는 비행하고 싶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항공사 직원은 “비운항 노선이 늘고 인원 감축 등 타격이 크다”라며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은 단기 무급휴직 신청을 받거나 시행 중이다. 일부 항공사는 주 3~4일 근무제 도입에도 나섰다.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 에어부산, 에어서울은 대표이사 이하 모든 임원이 사표를 일괄 제출했다. 이스타항공은 2월 임직원 급여를 40%만 지급하고 나머지 급여는 추후 지급키로 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급여 삭감 소식을 전하며 “코로나19 사태는 정상 회복을 위해 매진 중인 회사를 다시 한 번 최악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라고 했다.

아시아나항공 계열사 및 제주항공 등 대부분 항공사 경영진은 자진해서 임금 일부를 반납하며 고통 분담에 나섰다.

한국인의 입국 제한·금지 국가가 늘면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어떤 노선의 운항이 더 막힐지 가늠도 안된다”라고 말했다. 아웃소싱업체 관계자는 “지상직 업무를 위임받은 외항사의 인천 노선이 운휴하며 근무 일수가 크게 줄고 있다”라고 했다.

◇국적 항공사 유니폼 입기 ‘하늘에 별따기’…취준생 “플랜B도 준비”

항공사 채용 시즌만 손꼽아온 취준생들에게도 코로나19 쇼크는 날벼락이 됐다.

현재 운항 중인 국적 항공사 중 상반기 채용 계획을 확정한 곳은 없다. 국내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은 통상 2월 초에는 상반기 채용 계획을 확정하지만, 올해는 연초부터 코로나19 리스크가 터지면서 채용 계획을 유보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당초 상반기 내 에어버스 A321 네오 LR 2대 도입 계획에 따라 3월 채용에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며 일단 5~6월로 채용 계획을 미뤘다. 회사 관계자는 “연기한 채용 일정도 코로나19 여파를 보고 재고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신생 LCC 중에서는 에어프레미아만 3월 객실승무원 채용 일정을 변동 없이 공지할 방침이다.

항공업계는 기존 임직원들도 무급휴직,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상반기 신규 채용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 되며 승무원 준비생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 등지에서는 다른 직군 취업 준비도 함께 할 것이란 반응이 늘고 있다. 한 가입자는 “승무원이 오랜 꿈이어서 포기할 수 없지만, 현 상황에서는 ‘플랜B’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가입자는 “생각보다 길어지는 코로나19 사태에 취업에 영향이 있어 걱정된다”라고 하소연했다.

국적 항공사들의 채용 계획이 불투명해지며 외국항공사 채용으로 기수를 돌리는 취준생들도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항공사의 객실승무원 채용 공고가 올라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의 한 대형 승무원 학원은 아예 지난해 10월 하순 이후로는 외항사 채용을 대비한 채용설명회, 모의면접 일정만 공지하고 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가 개최한 항공산업 취업박람회에서도 일부 업체는 부스만 차려놓고 제대로 된 채용 소식은 전할 수 없었다”라며 “어려웠던 항공업계가 더 어려워지며 신규 채용도 역대급 가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