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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감소 속도, 대공황 때와 비슷”… 소비위축→실업 악순환 우려

작성자 : 관리자 / 날짜 : 2020.03.22

[코로나19 팬데믹]세계 덮치는 코로나發 실업 쓰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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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발생할 일들에 비하면 ‘작은 예고편(small preview)’에 불과하다.”

영국 옥스퍼드대 산하 경제조사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19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급증했다는 소식에 이같이 평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가 세계 곳곳에서 일자리 충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벌써부터 휴직자와 실직자가 대량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실업이 쏟아지며 세계 경제 회복을 더디게 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전 산업으로 번지는 ‘실직 쓰나미’

20일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호텔체인 매리엇호텔은 17일부터 전 세계 수만 명에 이르는 직원들에게 무급 휴가를 떠나도록 했다. 미국의 페블브룩호텔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체 직원의 절반인 4000명 이상을 감원했고 이달 말까지 2000명을 더 해고하기로 했다. 미국여행협회는 여행업 일자리 460만 개가 사라지고 업계 실업률이 현재 3.5%에서 6.3%로 높아질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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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와 식당을 운영하는 미국 유니언스퀘어그룹은 지난주 근로자의 80%에 이르는 2000명에게 일시 해고를 통지했다. 식당 체인 ‘파이어버드 우드 파이어드 그릴’ 역시 직원 450명 중 410명을 강제로 휴가 보냈다. 컨설팅사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는 미국 요식업계에서만 올해 740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가 간 입출국 통제로 노선이 급격하게 줄어든 항공업계는 ‘파산 도미노’로 인한 대량실직을 걱정할 처지다. 영국 저가항공사 플라이비는 법정관리로 넘어가 2000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었다. 노르웨이항공은 직원 7300명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미국 델타항공은 직원 1만 명이 휴직에 들어갔고 호주 콴타스항공도 직원 3만 명 중 2만 명에게 무급휴가를 권고했다.

제조업체들도 코로나19발 실업 쓰나미의 한가운데 있다. 미국 최대 수출기업이자 약 150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보잉은 제트 여객기 생산라인 노동자의 감원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북미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있는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 3대 자동차업체 역시 조만간 해고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공장에는 약 15만 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공연·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코로나 셧다운’의 영향으로 미국 할리우드에서 약 12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했고, 영국에선 방송·영화산업계 프리랜서 5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가 가장 먼저 확산된 중국에선 지난달 춘제(春節·설) 연휴가 끝난 뒤부터 감원이 이어졌다. 중국의 2월 실업률은 6.2%로 지난해 12월 대비 1%포인트 올랐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유닛의 왕단 애널리스트는 “올해 중국 도시에서 코로나19로 9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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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실업수당 신청도 급격하게 늘었다. 19일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8만1000건으로 전주 대비 7만 건 증가했다고 밝혔다. 신청자가 몰리면서 일부 주 정부의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다. 이언 셰퍼드슨 팬시언매크로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다음 주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평상시 10배 수준인 약 200만 건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올 1, 2월 두 달간 실업급여로 61억 위안(약 1조721억 원)을 지출했다.


○ “일자리 감소 속도, 대공황 때와 비슷”


문제는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실물경제가 마비되면서 고용시장이 더 나빠질 것이란 점이다. 경제정책연구소(EPI)의 조시 비븐스 이코노미스트는 19일 워싱턴포스트(WP)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에도 최소 300만 개의 일자리가 여름 전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대공황에 준하는 속도”라며 “특히 서비스업 저임금 노동자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가 진정되더라도 고용시장의 V자 회복은 어려울 수 있다. 미국 CNN은 채용시장이 얼어붙어 이번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 상당수가 다시 일터로 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했다. 무디스애널리틱스가 최근 35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채용을 진행 중인 기업은 불과 12%에 불과했다. 현재 기업들이 실시하고 있는 무급 휴직도 상당수 실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고용이 줄어든 건데 실업이 늘면 소득이 줄어 2차 소비 충격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고용 충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세종=주애진 jaj@donga.com·남건우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