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글로벌 기업, 한국 여성인재 주목… 두려움 버리고 부딪쳐라”

작성자 : admin / 날짜 : 2015.03.06

해외기업 근무 ‘워킹맘’의 조언

 

“갈 것이냐 말 것이냐….”

공부를 봐줘야 하는 중3 아들이 일단 마음에 걸렸다. 남편도 직장 때문에 함께 해외로 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싱가포르에 있는 아시아본부에서 보다 큰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도 아까웠다. 눈을 질끈 감고 일단 가기로 했다. 다행히 가족들이 엄마의 ‘열정’을 지지했다. 가장 든든한 응원자인 아들은 고교 때 미국 유학을 갔다. 4년 후인 2012년, 그녀의 결정은 ‘해피엔딩’이 됐다. 사원으로 입사해 한국P&G 최초의 여성 사장이 된 이수경 한국P&G 사장의 이야기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더욱더 한국 여성 인재 영입에 적극적이다. 성장의 축이 아시아로 옮겨지고 있는 데다 한류(韓流) 덕분에 화장품 및 소비재 분야에서 한국 여성의 감각을 더하려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기회는 많아졌지만 결혼이나 육아 등의 문제로 고민하는 여성도 적지 않다. 이수경 사장은 “워킹맘들은 어려움이 닥치면 ‘일을 그만두느냐 마느냐’의 근본적인 질문으로 되돌아가고는 하는데, 일단 어렵게 선택한 길이라면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라”고 말했다.


○ 한국 여성 인재도 한류

세계 최대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 그룹은 요즘 지역 인재를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특히 ‘10억 신규 소비자 창출’이라는 회사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급성장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인재들이 특히 필요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로레알코리아 관계자는 “예전에는 본사에 인사, 마케팅, 연구개발 등 모든 역량이 집중돼 있었다면 최근에는 각 지역 담당 본부가 커지고 있다”며 “그중에서도 화장품 한류를 이끌고 있는 한국의 여성 인재에게 주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로레알코리아에 입사한 뒤 현재 해외 지사로 스카우트돼 일하고 있는 간부급 직원 14명 중에 9명이 여성이다. 한국 P&G도 현재 한국 지사를 통해 해외로 파견된 30여 명 중 16명이 워킹맘을 포함한 여성이다.

정부의 청년 해외취업 추진사업을 운영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공단을 통해 해외로 나간 취업자 중 2010년부터 여성이 남성보다 많아지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여성 903명, 남성 776명으로 여성이 해외 취업자 중 54%를 차지했다.

한류를 등에 업고 글로벌 기업으로의 변신을 준비 중인 전통 내수기업들도 여성 인력을 늘려 해외 진출을 꾀한다. 이랜드그룹은 전체 임원 중 28%를 여성으로 채우고 있다. 직원 1000명 이상 국내 대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이 평균 5%인 것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이랜드 관계자는 “여성 고객이 많은 사업 특성상 여성의 눈으로 사업을 설계해야 한다고 박성수 회장이 늘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 가족 지지가 해외취업의 힘

기회는 많아졌지만 여성이 글로벌 업무를 쌓고 기업의 리더가 되기까지 어려움이 적지 않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시기에 일과 가족 사이에서 고민할 일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선배’ 여성들은 “기회 앞에 두려움을 버리면 방법이 생긴다”고 강조한다. 정보기술(IT)이 발달하는 만큼 업무지에 묶이지 않고도 글로벌 업무를 볼 수 있는 사례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백현선 구글 아시아태평양본부 임원 리쿠르팅 담당 총괄의 일터는 한국이다. 소속은 싱가포르에 있는 아시아태평양본부지만 한국에서 업무를 진행하는 것.

백 총괄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아이도 어려 해외에 나가기 어렵다고 솔직한 상황을 회사 측에 전했더니 한국에서 업무를 볼 수 있게 됐다. 출장도 1년에 2, 3번으로 줄이도록 노력한다”며 “같은 아시아태평양본부 소속의 한 호주 여성은 싱가포르에서 일하다가 부모님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 생기자 직원이 5명밖에 없는 호주 멜버른 오피스에서 일하도록 배려를 받았다”고 말했다.

가족의 지지와 함께 효율적으로 일하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게 ‘선배’ 여성들의 조언이다. 최연아 로레알 키엘·슈에무라 아시아태평양지역 제너럴매니저는 “워킹맘에게는 시간이 너무나 소중해 계획적으로 일해야 한다”며 “출장 일정을 남보다 일찍부터 계획해 불가피한 상황에 미리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최대한 시간을 절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출처 : http://news.donga.com/List/EconomyCEO/3/0119/20150306/699762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