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조은수]일은 시키면서 가르쳐주지는 않는 상사
작성자 : admin / 날짜 : 2014.12.02
직장인 스트레스 원인 1위… 업무 가이드라인 안 주는 상사
힘들게 취업문 뚫은 젊은이들은
“기술-지식 습득 훈련 태부족… 인간관계 줄타기 먼저 배워”호소
지속적 교육-면담-평가 통해 직원을 유능한 일꾼 만드는 건 상사의 기본 의무
물론 해당 직원은 스스로 찾아서 어떻게든 해낼 것이다. 한국이 지난 40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한 것도 ‘게릴라 정신’으로 알아서 어떻게든 해냈던 근성 덕분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제 한국이 또 한 번의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에서 정확한 가이드라인에 따른 훈련과 평가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한 가지 경험을 소개하려고 한다. 미국에서 일하던 대학의 학과 사무실에 세 명의 상근 직원이 있었는데 행정실장 일을 맡고 있던 직원이 다른 과로 옮겨가면서 제니퍼라는 이름의 20대 직원이 부임했다. 어느 날, 제니퍼 사무실에 들렀더니 마침 부하 직원 캐런과 미팅을 하고 있었다. 캐런은 50대였다. 제니퍼는 캐런 앞에 한 장의 문건을 놓고 마주 앉아 지난 한 달간 캐런의 업무에 대해 수행 평가를 하는 중이었다.
캐런은 우편 수발, 복사 등의 업무를 맡아 하며 30년을 학과에서 봉직한 베테랑 직원이었지만 제니퍼가 캐런을 향해 왜 지난달에 보고하지 않고 밖에 나갔느냐는 등 여러 잘못을 일일이 열거하자 대부분 자신의 잘못을 수긍했다. 제니퍼는 마지막으로 캐런에게 직장 내에 불편한 점은 없는지, 보스인 자신에게 바라는 점은 없는지 등을 물어보는 것으로 미팅을 끝냈다.
한국으로 돌아와 젊은이들의 취업 준비 현장과 이후 그들의 인생이 전개되는 과정을 접하게 되면서 나는 그날 보았던 미국 대학의 학과 사무실 장면이 계속 떠올랐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 젊은이들에게 너무나 냉담하다. 졸업 후 진로 문제로 초조해하는 학생들에게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물으면 이구동성으로 “취직 준비합니다”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들에게 취직 준비란 영어 성적을 올리고, 입사 시험에서 고득점을 맞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요즘은 직장에서 프로‘처럼’ 보이려면 옷을 어떻게 입고, 걸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는 학원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입사 후에 직장이 정말 필요로 하는 직무 수행에 필요한 합리적 사고, 구체적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기본적 지식이나 기술을 가르쳐 주는 곳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일을 시키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자세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면서 일정 기간 후에 면담을 통해 업무 수행 시 어려움은 없는지 마주 앉아서 검토하고 평가해 주는 과정이야말로 사람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훈련 없는 사회에서 사회에 나서는 젊은이들은 만년 초짜가 될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의 인재를 키우는 일은 바로 이런 여러 사람의 노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조은수 서울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