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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착한 환경규제로 일자리 2만개 생길것”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5.08.19

본보 인턴십 허브-환경공단 공동 ‘화학물질 관리 인력 양성’ 교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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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천둥과 함께 소나기가 쏟아 붓던 13일 오후 충남 아산시 호서대 안정성평가센터. 어류급성독성실험실에 모인 청년인턴 17명의 눈이 윤성규 환경부 장관의 손에 들려 있는 샛노란 약품에 쏠렸다. 독성 물질 중크롬산칼륨이었다.

“자, 먼저 수조에 이걸 풀어서 잘 저어준 뒤… 이제 제브라피시(zebrafish)를 넣어보겠습니다.”

조교의 지시에 따라 농도를 다르게 한 5개의 커다란 수조 속으로 실험용 열대어 10여 마리가 풀렸다. 레몬색 물속에서 물고기들의 움직임이 순간 느려지는 듯했다. 가장 농도를 짙게 한 수조(L당 200mg)에서는 96시간 내 모두 죽는다고 했다. “독성 때문에 아가미에 출혈이 생기고 옆으로 눕거나 아예 거꾸로 헤엄을 치는 경우도 있다”는 조교의 설명에 “아∼하” 소리들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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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턴들 2, 3개월 교육 받은후 회사 지원

이날 실험은 동아일보 ‘인턴십 허브’와 환경부가 함께 진행하는 ‘화학물질 관리 인력 양성 사업’ 넷째 날 프로그램의 일부다. 인턴들은 화학 환경공학 생명과학 바이오동물 등 분야를 전공한 취업준비생들. 한국생물안전성연구소와 대학 및 기업체 화학물질시험기관(GLP)에서 2, 3개월간 교육을 받은 뒤 관련 기관이나 회사에 지원하게 된다. 환경부가 소비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독성물질 검사를 강화하는 규제를 만들자 관련 검사기관과 기업에서 이 분야의 연구인력 채용에 나섰다.

환경부는 교육 프로그램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취업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정부 부처가 민간 업체들과 함께 ‘청년 일자리 만들기’의 전 과정에 직접 뛰어든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시도다. 학계 연구소 외에 메드빌과 에이비솔루션, 크로엔리서치 같은 민간 업체들이 채용 의사를 밝히며 동참했다.

윤 장관은 이날 독성 실험에 이어 화학물질의 독성을 측정하는 GC분석실과 어류사육실 참관 등 오후 일정을 모두 인턴들과 함께했다. 이후에는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며 청년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환경 분야 일자리 전망을 설명했다.

인턴들의 질문은 “환경 분야에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일자리 기회가 생기느냐”에 집중됐다. 윤 장관은 “전 세계의 환경시장은 연간 3.7%씩 성장하고 2020년에는 그 시장 규모가 1조20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며 “여러분이 관심을 갖는 화학 분야에서만 새로 2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고 답했다.

“우리가 새로운 화학물질을 합성해내고 시장에 내놓는 활동을 통해 일자리가 많이 생길 수 있죠. 그런 창조적인 활동은 안 하고 손쉽게 외국에서 검증이 끝난 화학물질을 가져와서 비율만 혼합해 쓰는 것으로는 도움이 안 돼요.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들이 신규 화학물질을 만들고 관리하는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해야 하고요. 그래야 우리가 4만, 5만 달러 시대로 갑니다.”

“화학물질의 관리가 다른 분야 일자리로도 연결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탈리도마이드’라는 약 이야기를 꺼냈다. 1960년대 초 독일의 한 제약회사가 야심 차게 선보였지만 기형아가 잇따르는 부작용 때문에 3년 만에 사장됐던 ‘실패작’이었다는 것. 그러나 이후 다발성골수종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 3억 달러에 이르는 시장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 참가학생 “취업 할 자신 생겼다”

윤 장관은 “우리나라의 환경시장도 다시 팽창시대로 갈 것”이라며 “여러분이 얼마만큼 준비돼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맞춤형 전문성’을 강조했다.

화학 분야 외에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도입된 배출권거래제로 2030년까지 96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란 게 정부 전망치다. △온실가스 감축 컨설팅 △배출권 거래 중개 △탄소금융 서비스 같은 분야의 인력 수요가 늘어나고 온실가스관리기사, 검증심사원 등의 직업군도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환경오염시설 통합관리제가 시행되면 시설관리와 보수, 환경관리 인력 등 분야에서 약 3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3년에 환경안전관리 분야에 340여 명을 채용했고, GS칼텍스는 안전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CSO(Chief Safety Officer)를 신설하는 등 이 분야 업무를 강화하는 추세다. 이런 흐름을 하나씩 설명하느라 윤 장관의 말이 길어졌다. 인턴들과의 대화는 예정된 시간을 30분 이상 넘겼다. 윤 장관은 “환경부 산하 기관의 인턴십과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하며 인턴들의 손을 일일이 잡았다.

인턴 이동희 씨(35·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졸업)는 “뒤늦게 취업준비에 나섰다가 이 분야를 알게 됐는데 오늘 이야기를 들어보니 환경 분야 일자리도 많을 것 같고 전망도 좋아 보인다. 취업할 자신이 생겼다”며 웃음을 지었다.

아산=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