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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개인정보 불법매매 급증… 범죄악용 손 못쓴다

작성자 : 슈퍼관리자 / 날짜 : 2016.12.06

中美日 등 해외사이트 판매게시물 3년새 7배로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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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온라인 사업 및 홍보에 필요한 타깃 데이터베이스(DB)를 다량 갖고 있다.”

 이달 초 중국의 한 사이트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게시자는 글 아래에 글로벌 영상통화 서비스인 ‘스카이프(Skype)’ 아이디를 적어 놨다. 개인정보 매매는 주로 추적이 어려운 스카이프를 통해 거래된다. 유통되는 개인정보에는 국내 포털사이트 계정은 물론이고 주민등록번호와 계좌번호 등 금융거래에 악용될 수 있는 정보까지 포함돼 있다.

 한국인의 개인정보를 사고팔려는 목적의 해외 사이트 불법 게시물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이 같은 게시글은 2013년 6572건에서 2015년 2만2697건으로 약 4배로 늘었다. 올해는 10월 말 기준임에도 4만2902건으로 약 7배로 증가했다.

 보안 전문가들에 따르면 해외의 온라인 암시장에서 유통되는 한국인 개인정보는 해킹을 통해 유포된 것이 많다. 최근에는 중국인 해커로부터 ‘네이버’ 아이디 4600여 개를 사들여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 등에서 홍보에 사용한 혐의로 마케팅업체 대표 등 6명이 경찰에 잡혔다. 이들은 불법으로 구입한 아이디를 이용해 해당 제품 옹호 댓글을 달거나 블로그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홍보했다. 

 올해 들어서는 중국을 넘어 미국 일본 호주 등 여러 국가에서 한국인의 개인정보를 판매, 유통한다는 불법 게시글이 급증하고 있다. 2013년 660건에 그쳤던 미국 내 불법 게시글은 최근 2만3536건으로, 일본도 같은 기간 24건에서 590건으로 급증했다. 호주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관련 게시글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는데 올해 들어서는 8000여 건이 확인됐다. 
 


 해외 사이트를 통해 거래되는 개인정보는 도박 및 음란물 웹사이트 계정 개설이나 불법 사채 시장에서 대출을 받는 데 악용되곤 한다. 실제로 2014년에는 중국인 해커가 입수한 2700만여 명의 개인정보가 해외 온라인 암시장을 통해 국내 해커의 손에 들어온 뒤 각종 범죄에 악용됐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전용 프로그램을 이용해 불법거래 페이지를 수시로 검색, 삭제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하루에도 해외의 여러 사이트에서 많게는 수백 건의 한국인 개인정보 불법 유통 게시글이 적발된다”며 “해외 사이트에 관련 글을 삭제하도록 강제할 권한이 없어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구글, 페이스북, 바이두 등 글로벌 검색서비스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들은 국경을 넘어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한국 정부가 협조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해외 사업자의 개인정보 유출 내지 방조에 대해 한국 정부가 조사, 처벌할 법적 근거도 없다.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 적용을 받는 대상이 국내 사업자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2010년 구글이 지도 사진 서비스인 스트리트뷰를 만들면서 무선 인터넷망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한 사실이 적발됐을 때도 한국 검찰이 구글 본사에 엔지니어 소환을 요청했지만 구글 측은 응하지 않았다. 결국 2012년 2월 기소 중지로 수사는 중단됐다.

 올해 8월 유럽연합(EU)은 미국으로 이전되는 유럽 시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프라이버시 실드(Privacy Shield)’를 채택했다. 미국 기업에 개인정보와 관련한 엄격한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해외 기업들이 한국인의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하거나 유출 물의를 빚어도 현재는 정부가 기업에 취할 수 있는 조처가 사실상 없다”며 “해외로 유출되는 개인정보가 늘고 있는 만큼 한국형 프라이버시 실드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