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실업자 절반이 대졸… 中企 79%는 “인력난”

작성자 : 슈퍼관리자 / 날짜 : 2016.12.13

'일자리 미스매치’ OECD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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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4년제 대학을 나온 A 씨는 3년째 ‘취업준비생’ 딱지를 떼지 못하고 있다. 그는 거의 모든 국내 유명 대기업에 지원했지만 서류전형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그는 “고용이 불안정한 중소기업은 아예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첫 직장이 중요하다는 선배들의 충고에 따라 당분간 공공기관 시험에 몰두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 산업구조가 고학력자 증가 못 따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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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우리 국민들의 비율은 다른 나라보다 높지만 이들이 원하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일자리는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구조가 고학력자 증가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12일 통계청이 공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6’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심각했다. 한국의 25∼64세 인구 중에서 전문대 이상을 졸업한 고등교육 이수자 비율은 45.0%(2014년 기준)로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었다. 독일(27.0%), 오스트리아(30.0%), 핀란드(42.0%) 등 유럽 선진국을 앞섰다.

 하지만 25∼64세 인구 증 관리·전문·기술직 종사자 비율은 21.6%로 독일(43.5%), 핀란드(45.2%) 등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김두섭 한양대 사회학과 교수는 “짧은 기간에 교육기회가 급격히 늘어난 반면 이들을 받아들여야 할 노동시장의 구조는 변화하지 않아 이런 미스매치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내 실업자의 절반가량은 전문대 졸업 이상의 고학력자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기준 실업자 총 98만5000명 중 전문대 졸업자 이상 비중은 44.5%에 이른다. 4년제 대학 졸업자로만 추려도 전체 실업자의 32.0%에 달한다.

 반면 고졸 수준이 맡아야 할 일자리는 인력 공급이 부족해 향후 고질적인 인력난을 겪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고졸 인력들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라며 “향후 10년간 고졸 인력 210만 명이 부족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소기업은 뽑을 사람이 없어 지금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 취업포털 사람인이 중소기업 155개 기업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8.7%(122곳)가 ‘채용 시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수 청년인력의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하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차이를 줄이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현장에서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통계청 사회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근로자 5인 미만 소규모 업체의 시간당 임금은 근로자 300인 이상 대형 업체의 39.3%에 불과했다. 4대 보험(건강보험, 고용보험, 국민연금, 산재보험) 가입률도 300인 이상 기업은 95.0%에 달하는 반면 10인 미만 사업체는 40.8%에 그쳤다. 노 연구위원은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 임금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경영성과급에 대한 세액공제 제도를 마련하고, 사회적으로는 마이스터고와 직업고의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사회-경제적 지위 갈수록 비관적  


 이처럼 좋은 일자리를 잡을 기회가 점차 줄어들면서 자신을 ‘최하층’이라고 인식하는 가구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소득·직업·교육·재산 등을 고려)를 묻는 질문에 1994년에는 12%만이 자신을 최하층을 꼽았지만, 2015년에는 이 비중이 20%로 증가했다. 반면 중간층이라고 답한 비율은 60%대에서 53%로 낮아졌다.

 1994년에는 일생 동안 노력을 통해 개인의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 응답이 60.1%에 달했지만 작년에는 21.8%로 떨어졌다. 5.3%에 불과했던 부정적 응답은 20년 새 62.2%로 수직 상승했다.

세종=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