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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건 아이디어” 세계로 가는 두 ‘문돌이’

작성자 : 슈퍼관리자 / 날짜 : 2017.02.16

비이공계 출신 김승훈-백정선씨 車 안전용품 ‘스노파스’ 해외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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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독일 하노버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타이어 기술박람회에 참석한 김승훈(왼쪽) 백정선 씨. 백정선 씨 제공


“눈이 내릴 때 파스처럼 타이어에 붙이는 스노체인이 있으면 편할 텐데….”

이런 장난 같은 생각을 현실로 만든 청년들이 있다, 

주인공은 김승훈 씨(31)와 백정선 씨(28). 이들은 ㈜스노우베어라는 회사의 공동대표다. 직원은 없다. 두 사람이 대표이자 직원이다. 스노우베어는 겨울철 차량 안전용품인 스노파스를 개발한 회사다. 미끄러운 눈길에서 힘들게 체인을 감을 필요 없이 파스처럼 붙이는 패치다. 

두 사람 모두 인문계 출신이다. 조선대에서 김 씨는 경영학을, 백 씨는 무역학을 공부했다. 회사원이던 김 씨는 고속도로를 운전하다 폭설을 만났다. 도로가 빙판길로 변하자 근처 마트에서 스노체인을 구입했다. 체인 장착에 1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첫 번째 스노체인이 파손됐다. 두 번째 스노체인은 오히려 차량 일부를 훼손시켰다. 그 순간 김 씨는 ‘파스처럼 타이어에 붙이는 간편한 체인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김 씨는 창업설명회에서 만난 백 씨와 함께 2014년 패치 개발에 나섰다. 눈길 교통사고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문제를 해결해 나라에 작은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패치를 만들기 위해 옷감과 때밀이 사포까지 동원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그러다 고무에 숯을 배합하면서 실마리가 풀렸다.  

 

두 사람은 2015년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현대자동차의 기술지원을 받았다. 이렇게 만든 특수재질의 패치는 여성들도 파스 붙이듯 접착제를 사용해 5∼10분 만에 손쉽게 타이어에 부착할 수 있다. 패치는 눈길 500km를 달리면 자연 마모된다. 백 씨는 “화학 전공자들은 고무에 숯을 넣는 걸 불순물을 첨가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인문계 출신이라 오히려 전문가들이 못 한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2015, 2016년 수만 개의 패치를 만들어 전량 판매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눈의 나라 핀란드의 성능 테스트도 통과했다. 두 사람은 세계 타이어 기술박람회에 참가하기 위해 15일 독일 하노버에 있다. 백 씨는 “나라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현실이 되는 것 같아 기쁘다”며 “미국과 유럽 기준에 맞는 패치를 개발해 수출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