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시급 7530원? 지방선 5000원 주기도 버거워”

작성자 : 슈퍼관리자 / 날짜 : 2018.01.08

동아일보, 지역 자영업자들에 들어보니

전남 광양시 이모 씨(57)의 편의점에선 아르바이트생 4명이 교대로 일한다. 이 씨는 이들의 시급을 똑같이 500원씩 올렸다. 평일 주간 기준으로 6000원에서 6500원이 됐다. 올해 최저임금(7530원)에 한참 못 미친다. 하지만 이 씨에게는 500원 인상도 큰 부담이다. 광양 지역 상권 분위기는 최악이다. 지역의 주력 업종인 조선업이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게다가 겨울은 야외 활동이 줄어들어 편의점 수입이 급감한다. 이 씨는 “여름에 200만∼300만 원 버는데 겨울은 딱 절반 수준이다. 여기에 시급 500원을 더 주면 내가 버는 돈은 40만 원 가까이 줄어든다. 적자 보며 장사하는 셈이다”고 털어놨다.

○ 최저임금 더 버거운 지방 자영업자 
 


최저임금 인상은 그렇잖아도 힘든 지방 상권을 더욱 움츠리게 하고 있다. 2016년 기준 서울의 1인당 개인소득은 2081만4000원. 16개 시도(세종시 제외) 중 가장 많다. 전남은 1511만4000원이다. 시도 중에서 가장 적다. 지방의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7일 동아일보 취재팀은 새해 들어 아르바이트 직원을 모집 중인 전남 지역 편의점과 PC방 업주 등 자영업자 32명에게 최저임금 반영 계획을 물었다. 이 중 인상된 최저임금을 지급하겠다고 응답한 업주는 9명(28%)에 불과했다. “최저임금을 지켜주기 어렵다”고 답한 23명 중 11명(34.4%)은 시급으로 5000원대를 제시했다. 전남 순천시의 한 편의점은 시급이 5000원이었다. 2013년 최저임금(486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편의점 업주는 “인근 편의점 대부분이 우리 가게와 비슷하게 시급을 준다. 돈이 적다고 아르바이트생들이 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업주 11명은 올해 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급을 주고 있지만 그렇다고 인상 계획도 세우지 못했다. 9곳은 시급을 인상하긴 했지만 500∼1000원 정도 소폭 인상에 그쳤다. 여전히 최저임금에는 미치지 못했다. 전남 목포시의 한 편의점 주인은 “가게 상황이 좋지 않지만 큰 맘 먹고 시급을 500원 올렸다.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에게 다른 곳도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 같이 일해 보자고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 농촌지역 외국인 근로자 증가할 듯 

대구는 1인당 개인소득이 1727만6000원으로 전국 평균(1785만3000원)과 비슷하다. 하지만 사정은 전남 지역과 다르지 않다. 편의점 업주 김모 씨(40)는 “사장이 아르바이트생보다 월급이 적다. 최근 몇 달간 순수입이 50만∼70만 원인데, 우리 가게에서 제일 많이 받아가는 아르바이트생은 월 160만 원을 번다”며 허탈해했다. 김 씨는 현재 4명인 아르바이트생을 절반으로 줄이고 본인과 동생이 빈자리를 메울 계획이다. 김 씨는 “정부 규정대로 최저임금을 올려주려면 그냥 문을 닫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농촌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농민들은 고령 근로자가 사라지고 외국인 근로자 증가세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충남 부여군의 비닐하우스에서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 정모 씨는 “나이 든 근로자들은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서로 협의한 뒤 업무 강도에 맞게 적정한 임금을 책정했다. 그러나 인상된 시급을 강제로 적용하면 같은 값이면 효율성 높은 젊은 외국인 근로자로 대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역이나 직업별 혹은 연령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주마다 사정에 맞게 최저임금을 정하고 있다. 일본 역시 1959년 최저임금법 제정 당시 지역마다 다르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도록 했다. 최영홍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각 지역의 소득격차를 감안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올리면 장기적으로 특정 지역의 일자리 감소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조응형 / 대구=장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