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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셰프들 “너무 절실해서 기적을 만들겠습니다”

작성자 : 슈퍼관리자 / 날짜 : 2018.01.09

대전 청년몰 브랜드 ‘청년구단’ 가보니

“절심함으로 기적을 만들겠습니다.” 대전 동구 원동 스포츠 펍인 ‘청년구단’에 입점한 음식점과 공방 대표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바삭한 튀김옷과 풍부한 육즙, 게다가 감자튀김과 샐러드, 오이피클, 밥 한 공기까지. 이런 돈가스가 7000원이면 괜찮지 않나요?” 

대전 동구 원동 네거리 중앙메가프라자 3층에는 이색 공간이 있다. 대전시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이 청년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6월 문을 연 청년몰 브랜드 ‘청년구단’. 야구를 테마로 한 스포츠 펍(Pub) 형태의 이곳에는 청년들이 운영하는 식당 15곳과 공방이 입주해 있다. 빈 상가를 값싸게 임차해 청년들의 꿈 터로 탈바꿈시킨 것. 

○ 맛 좋고 가성비 높은 청년구단 

메뉴도 한식을 비롯해 멕시코와 이탈리아 음식, 일식 등이 있고 디저트, 커피와 음료도 다양하다. 김치전과 수육, 수제 막걸리 등도 있다. 공방에는 생활한복과 공예품도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14억 원을 투입한 공간치고는 손님이 많지 않은 편이다. 휴일인 7일 오후 6시경, 100여 명은 족히 앉을 수 있는 중앙 홀에는 세 팀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날뿐이 아니다. 목요일인 4일 점심 때 기자가 찾았을 때 단체손님을 제외하곤 두 팀만이 식사하고 있었다. 투자 대비 턱없이 부족한 영업실적이다. 청년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 차 보였다. 각각 5억∼6억 원이 투입됐지만 ‘실패’로 평가받는 대전 중구 태평동 청년맛잇길, 유천동 청춘삼거리, 한민시장 내 다문화음식특화거리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역력했다.  


그렇다고 음식이 비싸거나 맛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평가다. 콩 부각을 판매하는 ‘콩드슈’와 스테이크 및 연어덮밥을 판매하는 ‘머스마빱’은 지난해 이마트가 주최한 ‘전통시장 스타상품 개발 프로젝트’에 참가해 최종 선정됐을 정도다. 머스마빱은 최근 이마트 부천점에 입점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들 중 일부 업체는 지난해 10월 말 대전 엑스포남문광장에서 열린 ‘청춘예찬프라자’에 참가해 사흘 동안 최고 300만 원 이상 매출액을 기록했을 정도다. 최근에는 외식조리 분야 대학교수 등으로부터 컨설팅까지 받고 있으나 마땅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이날 매장을 방문한 명주완 씨(25·대학생)는 “시내 웬만한 레스토랑에 비해 맛이나 가격 등은 괜찮은 편이지만 또다시 방문하라면 ‘노’”라고 말했다. 그만큼 재방문을 유도할 매력이 없다는 얘기다. 

○ 실패의 전철 밟지 말아야 

이들 입점업체는 지난해 말 월 25만 원의 임차료 지원도 끝나 이제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청년구단 부대표 김미진 씨(여·34)는 “홍보가 크게 부족해 입점 대표들끼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홍보와 버스킹 공연, 각종 이벤트 등을 통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주변 상권이 이미 무너져 인구 유입 요인이 거의 없는 게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람 왕래가 많은 태평동 전통시장 내 청년맛잇길조차 실패한 사례에 비춰볼 때 ‘스타 맛집’ 등 매력적인 유인 요소가 없는 게 더욱 큰 문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이에 따라 재방문을 높일 수 있는 중독성이 있으면서 건강한 메뉴 개발, 스타 셰프의 등장, 파격적인 가격 조건, 흥미진진한 공연과 게임, 그리고 집중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것.  


특히 몇몇 관계자만 참여하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의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원단을 꾸려 다각적인 원인분석과 실천 가능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탈리아음식점 ‘히딘쿡’을 운영하는 강희준 씨(여)는 “이제 꿈을 저버릴 수 없다. 반드시 업장을 살리겠다”고 말했다. 청년구단 계단을 내려오며 되돌아본 계단 사이에는 ‘절실함이 기적을 만든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