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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찾는 젊은층 vs 의미 담는 중장년

작성자 : 슈퍼관리자 / 날짜 : 2018.02.07

이모티콘 보면 세대가 보인다

 

 

‘잘 고른 이모티콘 하나, 백 마디 말보다 낫다.’ 

조만간 우리 속담사전엔 이런 말이 등재될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모바일 채팅 메신저에서 쓰는 이모티콘은 이젠 없어서는 안 될 필수요소가 됐다. 글로 전할 수 없는 분위기와 감정을 전달하는 데 그만한 게 없다. 

그렇다면 한국사회 메신저 이용자들은 어떤 이모티콘을 즐겨 쓸까. 특히 30대 이하 청년들과 40대 이상 장년들의 이모티콘 취향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채팅 메신저인 ‘카카오톡’의 인기 이모티콘 24종과 ‘라인’의 스티커(이모티콘) 국내 판매 현황을 분석해 세대별 유행을 짚어봤다. 
 

 

○ 10, 20대 “이모티콘도 하나의 놀이 문화”

 

젊은층에게 이미 이모티콘은 어떤 목적성보단 생활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 상대방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하기보다 하나의 ‘놀이 도구’로 인식하는 경향이 컸다.
 


지난해 젊은층에서 인기가 높았던 이모티콘 ‘목이 길어 슬픈 짐승’은 기린이나 낙타, 타조처럼 목이 긴 동물의 목 부분만 계속해서 늘여 보내기가 가능하다. 기존의 이모티콘과 달리 글자를 삽입하거나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다. 범고래 작가가 만든 ‘대충하는 답장’은 얼핏 보면 ‘낙서’에 가까운 수준. 성별도 알 수 없는 심드렁한 표정의 인물 상반신에 ‘뭐’ ‘헐’ 등 한두 가지 글자만 적혀 있다. 한 20대 이모티콘 사용자는 “무성의한 대답은 자칫 상대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또래들 사이에 자조적인 유머가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 20대에서 유행한 김옥현 작가의 ‘ok툰’이나 DK의 ‘오버액션 토끼’는 개그에 가까운 가벼운 웃음을 유발한다. 나아가 ‘우하하’ ‘정말?’ 등처럼 다양한 상황에서 중의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이모티콘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모티콘을 여러 개 구매하지 않아도 되는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아이템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 장년층 “확실한 의사 표시가 목적”

 

반면 40대 이상이 선호하는 이모티콘은 일단 캐릭터 묘사가 세밀하다. 만화적인 스토리도 정확해 이 이모티콘을 썼을 때 어떤 의미인지 알기 쉽다.

지난해 장년층에서 인기를 끌었던 이모티콘 ‘요하’가 대표적인 경우다. 김재수 작가(아포이)가 자신의 어린 딸의 표정과 몸짓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요하는 어린아이가 천연덕스러운 감정을 표시한다. 김 작가는 “누구에게나 사랑 받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며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귀엽고 익살스러운 모습에 어른들이 많이 공감해 주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장년층은 이모티콘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것도 특징이다. 변화에 민감한 청년층은 자주 캐릭터를 바꾸는 데 비해 40대 이상은 특정 캐릭터의 새로운 시리즈를 다시 구입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장년층이 좋아하는 임선경 작가의 ‘사랑하는 그대에게’와 ‘무릎이’, 스튜디오 펀피의 ‘모찌’ 캐릭터는 시리즈만 10여 개에 이를 정도다. 명절이나 대학수학능력시험 같은 기념일을 테마로 한 이모티콘도 40대 이상이 좋아한다.
 

 

○ “이모티콘 역시 또 다른 문화 공유 현상”

 

많은 사용자들은 이모티콘을 사용할 때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여겨 왔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모티콘 역시 자기가 속한 인적 네트워킹의 문화를 반영하는 경향이 크다. 전문가들은 세대별로 사용하는 성향이 갈라지는 이유도 이모티콘을 보내는 상대방에게 어필하고 용인받을 수 있는 걸 선택하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했다. 박종민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메신저에서 메시지 전달 대신 놀이처럼 이용되는 것은 젊은 세대가 미디어 사용 문화에 친숙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평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