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입점대학 출신 우대관행? “채용 공정성 짓밟아”

작성자 : 슈퍼관리자 / 날짜 : 2018.02.08

은행권 공채비리의혹에 비난 목소리

시중은행 대부분이 KEB하나은행처럼 신입직원 공채 때 은행이 입점한 대학 출신들을 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하나은행은 주요 대학 출신 지원자를 뽑기 위해 면접 점수를 조작한 데 대해 “입점 대학 출신을 우대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관행을 두고 은행들이 대학생의 취업 기회를 영업에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공정해야 할 채용 과정에 은행의 입점 여부가 또 다른 특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공식적인 내규는 없지만 서류 전형이나 면접 등에서 입점 대학 출신 지원자를 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각 전형에서 동점자가 나와 일부만 선발해야 할 경우 입점 대학 여부가 주효하게 작용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객관적인 ‘스펙’으로 거를 수밖에 없는 서류 전형에서 입점 대학 출신을 어느 정도 포함하는 게 은행들의 관행”이라며 “최종 면접 직전 단계에서도 입점 대학 출신들을 안배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에 앞서 금융감독원의 채용비리 검사 결과, 하나은행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이른바 ‘SKY’ 대학 출신을 채용하기 위해 이들의 점수를 올리고 합격권 내 다른 대학 출신 지원자를 불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은 “연세대 고려대는 입점 대학이고, 이 밖에 홍익대 경희대 목포대 충남대 출신 등도 입점 대학이거나 주거래 대학 출신이어서 혜택을 받았다”며 “당국은 SKY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대학에 은행이 입점해 있다는 사실만으로 각종 전형에서 통과했다면 엄청난 특혜를 받은 것”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최근 주요 은행 공채의 서류 전형 경쟁률만 100 대 1을 훌쩍 넘는다.

이 같은 관행은 은행들의 치열한 기관 영업 경쟁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대학에 주거래 은행으로 입점하면 체크카드 기능이 포함된 학생증 발급 등을 통해 대학생들을 미래 고객으로 잡아둘 수 있다. 또 교수, 교직원 등 소득이 안정적이고 비교적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 고객을 확보하기도 쉽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학생증에 체크카드 기능이 포함된 뒤로 많은 고객이 대학 때부터 이용하던 은행을 직장인이 돼서도 바꾸지 않는다”며 “대학 입점은 ‘유스(youth) 마케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취업 결과가 대학의 핵심 평가지표가 되면서 입점 대학이 은행을 은근히 압박하기도 한다. 서울 시내 4년제 대학에 입점한 시중은행의 지점장을 지낸 한 은행원은 “공채 시즌마다 대학 측에서 지원자가 몇 명이고 단계별 합격자는 몇 명인지 묻는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주요 기관 고객인 대학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성의 표시’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채용뿐만 아니라 은행들이 대학에 내는 거액의 출연금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014년 3월 이후 현재까지 6개 은행(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NH농협 IBK기업은행)이 입점 대학에 낸 출연금은 1000억 원(건당 10억 원 미만은 제외)에 육박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입점 대학의 채용 우대나 거액의 출연금 모두 기관 영업을 위한 로비”라며 “다른 대학 출신이나 일반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