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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에 고향요? 꿈도 못 꿔요”…‘혼설’ 보내는 청춘들

작성자 : 슈퍼관리자 / 날짜 : 2018.02.14


“올해가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밥 먹는 시간을 빼곤 공부만 하고 있어요.”

13일 대구 달서구 두류동 대구시립두류도서관에서 만난 박재현(29)씨가 두꺼운 토익책을 이리저리 넘기며 “안 그래도 낡은 도서관 열람실이 설이 다가오니 더욱 초라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민족 최대명절 설 연휴(15~18일)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명절에는 보통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 안부를 묻고 덕담을 나누는 모습을 상상한다.

하지만 ‘나 홀로 명절’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 취업준비생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대구의 청년실업률(15∼29세)은 지난해 4분기(12.6%)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토익학원과 경찰학원이 모여 있는 대구 중구 동성로 인근 카페는 취업준비생들로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 

경북 청도군이 고향인 취업준비생 백모(28)씨도 이중 한 명이다. 백씨는 최근 대학교를 졸업한 뒤 상반기를 염두에 두고 한 대기업의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었다.


그는 “부모님께 고향에 못 간다고 말씀드리자 되레 격려해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면서 “주위 친구들처럼 번듯한 직장에 취업해 명절에 부모님에게 용돈도 드리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대구 중구 봉덕동에 거주하고 있는 취업준비생 정혜진(25·여)씨도 고향을 찾지 않는다. 

설 연휴 기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해서다. 정씨는 3년째 지방직 공무원을 준비 중이지만 벌써 4차례 낙방했다. 

정씨는 “(취업준비생으로) 가장 힘든 점은 아무래도 금전적 어려움이다”라며 “몇십 만원이라도 벌어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선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병원 의료진들도 올 설 연휴 고향을 찾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대구 중구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응급실에서 만난 진상찬(40) 응급의학과 교수는 “명절이면 환자들이 늘어나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며 “의료용 베드가 모자라 바닥에서 심폐소생술을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응급실은 폐렴으로 호흡곤란 증세를 호소하는 80대 노인 등 많은 환자들로 넘쳐났다. 흰 의료가운을 입은 의사들은 정신없이 응급실을 누비고 다녔다.

간호사 최유진(37)씨는 “명절이면 온 가족들이 모이다 보니 부모님의 안부를 걱정해 진료 차 방문하는 사람들도 많이 찾는다”고 했다.

지난해 추석 명절에는 하루 평균 250여 명의 환자들이 응급실을 찾았다. 이는 평소보다 100여 명 늘어난 수치로 의사 6명과 간호사 15명이 모든 환자를 돌본다.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 은승완(28)씨는 “고향 대전에 계시는 부모님을 마지막으로 뵌 게 6개월 정도 된 것 같다”며 “환자를 돌보다 보니 올해 설에도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온씨는 “환자를 돌볼 때면 일에 집중하느라 미처 생각하지 못하지만 근무를 마치고 집에 혼자 있을 때는 외롭다”면서 “다른 의료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