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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사회] ‘오픈카톡’, 관심사만 같다면 모르는 사람과도 OK?

작성자 : 슈퍼관리자 / 날짜 : 2018.04.12



‘카톡’ 방에 들어서니 잠시 뒤 개그맨 박명수 씨가 ‘무한도전’에 나온 장면을 TV 자막 그대로 캡처한 ‘짤(이미지)’이 하나 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 방에 있는 사람 수는 935명. 하지만 그 중 누구도 글자로 대화를 시도하는 사람은 없었다. 박 씨가 ‘독설’을 내뱉거나 음식을 먹는 장면을 담은 짤만이 올라오면서 채팅창이 채워져 갔다.

지인들끼리 연락하는 용도로 주로 쓰이던 카카오톡이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노는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좋아하는 콘텐츠를 즐기면서도 타인과 필요 이상의 관계를 맺는 것은 부담스러워 하는 젊은 세대 성향이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달 카카오톡 ‘오픈채팅’에 내용물을 올린 발신 사용자 수 비중은 전체 발신 사용자의 9.94%에 달해 10%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오픈채팅이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관심사에 따라 대화하는 서비스로, 관심사를 검색한 후 주제에 알맞은 방을 선택해 모인 사람들끼리 카톡을 주고받는 것이다. 익명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이 많다. 2015년 8월 서비스를 시작한 오픈채팅 수신·발신량은 2016년 말 전년 대비 6배로 늘었고 지난해 말에도 1년 만에 2배로 증가하는 등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의 새로운 현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픈채팅 인기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는 ‘고독한’ 시리즈다. 음식 사진을 공유하는 ‘미식한 고독방(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에서 따온 이름)’이 처음 생긴 후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동물과 인물 등 관련된 ‘짤(사진)’만 올리는 오픈채팅방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현재 ‘고독한’이라는 말이 들어간 오픈채팅방은 약 1만 여개로, ‘고독한 무한도전’, ‘고독한 박명수’ 방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오픈채팅방 기능을 활용한 ‘놀이’도 생겨나고 있다. 오픈채팅방에 들어가는 비밀번호를 설정할 수 있는데, 채팅방 소개화면에 문제를 내놓고 그 답을 비밀번호로 해두는 식이다. 정답을 맞춰 채팅방에 들어가면 공지로 또 다른 문제가 나온다. 최근 인기인 방탈출 카페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느낌이 든다. 같은 방에 모인 사람들은 문제에 대한 힌트를 요청하고 그에 응하는 정도의 대화만 할 뿐 그에 벗어나는 대화는 하지 않는다. 
 


카카오도 이런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 측은 “고독한 시리즈 등은 이용자가 만들어내고 붐업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텍스트보다 이미지를 선호하는 취향과 팬덤 문화가 결합된 결과물로 본다. 더 발전시킬 방향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유경한 한국외국어대 미네르바교양대 교수는 “관심사나 경험은 공유하지만 친밀한 관계를 맺지 않는 ‘이미지 공동체’를 추구하는 경향은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젊은 세대 특징”이라며 “자신이 원하는 만큼만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가 기술적으로도 구현이 가능해지자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김성규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