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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청년 고용서비스’ 인증제 도입한다

작성자 : 슈퍼관리자 / 날짜 : 2018.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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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취업성공패키지(상담→직업훈련→일자리 알선으로 이어지는 취업지원 프로그램)와 대학일자리센터 등 민간위탁 고용서비스에 대한 ‘품질 인증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위탁기관들의 전문성이 떨어져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구직 청년들의 불만이 큰 데 따른 것이다. 동아일보는 98주년 창간 기획 ‘청년확성기’를 통해 이 같은 현장의 불만을 여러 차례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30일 “그동안 정부가 민간에 위탁하는 고용서비스의 질이 천차만별이고 일부는 품질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선진국처럼 품질 인증제를 도입해 청년 등 구직자들이 받는 고용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일종의 ‘KS마크’와 같은 품질 인증 제도로 위탁기관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이르면 2020년부터 시행된다.

정부가 민간 위탁기관의 품질 평가에 나선 것은 일자리 정책이 이제 양보다 질을 높여야 하는 시점이라는 판단에서다. 매년 10조 원이 넘는 예산을 청년일자리 창출에 쏟아 붓고 있지만 청년실업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안 보인다. 특히 정부로부터 예산을 받는 민간 위탁기관의 서비스가 구직자의 ‘눈높이’에 맞지 않고 부실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민간 위탁 서비스가 바로 대학일자리센터다. 현재 71개 대학에 설치된 일자리센터에는 올해도 220억 원의 예산이 추가로 들어간다. 이렇게 되면 대학일자리센터는 모두 101곳으로 늘어난다. 청년들이 자신의 학교에서 편리하게 고용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2015년부터 설치됐다.

그러나 일자리센터에 배치된 취업컨설턴트의 전문성이 떨어져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취업준비생 이모 씨(21·여)는 “일자리센터의 컨설턴트에게 상담을 받아 봤는데, 그냥 인터넷만 검색하면 알 수 있는 수준이었다”며 “세 번 이용한 뒤 도움이 안 돼 그만뒀다”고 말했다.
 

2009년 시행돼 지난해에만 35만 명이 참여한 취업성공패키지(취성패)도 애초 취지와 다르게 ‘현금 창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성패는 올해 예산만 5029억 원에 달하는 정부의 대표 정책이지만, 민간 상담원들이 알선하는 일자리가 대부분 해당 지역의 중소기업이라 청년들의 희망과는 거리가 있다. 취준생 홍모 씨(29)는 “솔직히 단계별로 지급되는 수당 때문에 신청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의 위탁을 받아 고용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기관은 전국적으로 1500여 곳에 이른다.

선진국들은 이미 민간 위탁 고용서비스에 대한 품질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영국은 총 27개 항목으로 구성된 ‘매트릭스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네덜란드도 품질 인증 마크를 받은 기관만 정부 위탁 사업을 할 수 있다. 미국도 취업률과 6개월 평균 임금은 물론이고 고객만족도까지 평가해 부실한 기관들을 걸러내고 있다. 반면 한국은 별다른 인증 제도가 없어 전문성이 떨어지는 기관들도 고용서비스 사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고용부는 한국표준협회에 인증 모델 개발을 요청했다. 표준협회는 ISO9001(국제표준화기구의 품질경영시스템 규격)과 유럽품질상(賞) 등 국제 기준과 선진국 사례를 반영해 최근 고용부에 자체 개발 모델을 제출했다. 이 모델의 평가 항목에는 △취업 컨설턴트의 전문성 △적정 수준의 시설과 공간 △표준화된 서비스 △서비스 성과(취업률, 고용유지율 등) 등이 포함됐다. 앞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직업상담원을 채용했거나 취업률 등의 객관적 지표가 낮은 기관은 위탁사업에서 배제되고 정부 예산을 받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고용부는 이 모델을 바탕으로 기준을 마련한 뒤 5월부터 150여 곳을 시범 인증할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2년간 시범적으로 시행한 뒤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전면 시행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