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온실로 순수익 1억 이상, 30%는 기술개발에 재투자…해커를 꿈꿨던 30대 농부
작성자 : 슈퍼관리자 / 날짜 : 2018.08.16
전남 보성 벌교에서 최첨단 유리온실로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는 청년창업농장 화니팜.유리온실에서는 병해충 및 농약을 최소화하고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제습기를 통한 직접 제습, 보광,탄산 공급 등의 첨단 농업을 실현하고 있다. 보성=박영철기자 skyblue@donga.com
낮 기온이 36도까지 치솟은 1일 전남 보성군 벌교읍의 한 유리온실. 온실 옆에 서 있으면 강한 햇볕에 살이 타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안으로 들어서자 폭염의 기세가 금세 누그러졌다. 천장에서는 3분 간격으로 ‘쏴’ 하는 소리가 들렸다. 6m 높이의 천장에서 물이 안개로 분사돼 열기를 식혀 주는 포그스프레이다. 천장에 설치된 이중 차광막은 햇살을 막아줬다.
이곳은 청년창업농 김선환 씨(39)의 하니팜 유리온실이다. 김 씨는 하니팜 유리온실 시스템을 개발한 학구파 농부다. 독자 기술로 일반 대형온실보다 난방비가 60%가량 적게 들고 고품질의 토마토를 생산한다. 그가 농민 강의를 나가면 유리온실 만능박사라는 말을 듣는다. 이정현 전남대 식물생물공학부 교수(49)는 “한국 온실면적은 세계에서 2, 3위를 차지하고 있고 원예기술도 발전했다”며 “김 씨는 산업화된 다양한 원예기술을 현장에 접목시켜 활용하는 데 독보적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 해커를 꿈꿨던 농부
김 씨는 7100㎡ 규모의 유리온실에서 토마토를 연간 350t을 생산한다. 3.3㎡당 연간 토마토 150㎏을 키워 일반 농가보다 생산량이 1.5배 많다. 그가 재배작물로 토마토를 선택한 것은 음식재료로 판매가 꾸준하고 건강 채소로 인기가 많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김 씨는 유리온실 옆 사무실에서 컴퓨터로 토마토가 잘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매일 맞춘다. 그는 “온실의 햇빛, 온도와 습도에 따라 토마토 생산량과 품질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그가 컴퓨터 영농을 처음 경험한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다. 아버지 김인태 씨(66)가 1995년 지인들과 벌교읍에 2만2000㎡ 규모의 유리온실을 지어 토마토를 키웠다. 당시 농촌에서는 유리온실이 인기였다. 제작비가 비닐하우스로 불리는 플라스틱 온실보다 1.5~6배 정도 비쌌지만 사용 기간은 2~4배 길고 에너지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만 해도 국내 유리온실 농가는 컴퓨터 제어시스템이 고장 나면 망하기 일쑤였다. 3, 4일만 유리온실 시스템이 작동 안 돼 온도, 습도를 맞추지 못하면 농작물이 고사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국내 기술자가 없어 네덜란드 등 외국 기술자를 불러 수리해야 했다. 김 씨는 1996년 아버지가 운영하던 유리온실이 고장 났을 때 외국 기술자가 수리하는 것을 어깨너머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