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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농민-상인들에 기술지원 손길… 佛 스타트업 ‘공존 스타트’

작성자 : 슈퍼관리자 / 날짜 : 2018.08.17

“돈벌이 넘어 지역경제 살리자”  
신선 식재료-새로운 치즈 배달 등 유통 취약한 농민과 소비자 연결 
작년 佛 신생기업 8년만에 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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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친구가 지난해 프랑스 낭트에서 함께 창업한 ‘빠른 나의 시장’ 홈페이지. 낭트 주변 지역 농민과 소비자를 연결해 신선한 식재료를 배달하는 콘셉트로 미국 펀드회사의 투자를 유치하며 탄력을 받고 있다. 

 

 

“우리 지역 농민과 혁신에 강한 열정을 가진 기업인들이 뭉쳤습니다. 우리는 농민과 고객, 그리고 지구에 도움이 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확신합니다.”

지난해 1월 레날 놀로(39)는 친구 니콜라 오드비크와 함께 프랑스 서부 도시 낭트에서 창업을 했다. 농촌 출신으로 늘 농업에 대한 동경이 있던 두 사람은 ‘최고로 신선한 식재료를 1시간 안에 배달해 드립니다’라는 모토로 ‘빠른 나의 시장(Vite Mon March´e)’이라는 이름의 회사를 세웠다. 아르헨티나산 쇠고기는 집 근처 슈퍼마켓에서 쉽게 살 수 있는데 정작 우리 동네 신선한 농산물은 사기가 어렵다는 문제 인식에서 출발한 창업이었다. 

낭트 주변 농민들과 소비자들을 네트워크로 엮어 신선한 식재료를 배달하는 이 회사는 올해 4월 미국의 한 펀드로부터 60만 유로(약 7억7400만 원)를 투자받았다. 이 돈으로 직원 7명을 고용하고 트럭 5대를 새로 샀다. 지금은 낭트 도심에만 배달이 가능하지만 올해 말까지 낭트 외곽 50km까지 배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주 주문이 120건 이상 들어오고 있다. 지역 농민들은 이들을 ‘히어로(영웅)’라고 부르며 농산물을 대신 홍보해 주고 소비자와 연결도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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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유럽의 새로운 창업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9만1000개 기업이 새로 설립돼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거창한 법인 기업보다 흔히 말하는 스타트업에 가까운 개인 기업(전년 대비 6% 증가)과 1인 기업(전년 대비 9% 증가)이 많이 늘었다. 개인 기업 창업가의 평균 연령은 36세로 매년 낮아지고 있다. 20대 창업가가 전체 개인 창업의 37%나 된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기술로 무장한 젊은이들이 지방으로 가 지역 상인들과 뭉치고 있다. 콘텐츠 경쟁력은 있으나 네트워크와 홍보 능력이 떨어지는 지역 가게들을 하나로 묶어 소비자와의 접점을 쉽게 찾아주는 것이다. 단순한 돈벌이를 넘어 지속 가능한 발전, 사회적 책임, 공존 같은 새로운 가치까지 창출하고 있다.  
 

낭트에서는 2014년 친구 3명이 함께 창업한 프랑스 최초의 치즈 전문 온라인 플랫폼 ‘치즈의 유혹(Tentation Fromage)’도 인기다. 신선하고 새로운 치즈를 바라는 소비자들과 유통에 취약한 지방 치즈 제조업체들을 엮어준다. 이들은 최고의 치즈를 찾아 프랑스 곳곳을 돌아다닌다. 제조업체에서 주문당 20%의 커미션을 받아 홈페이지를 운영한다. 치즈와 잘 어울리는 와인, 소시지, 햄 등 패키지를 마련해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설립 2년 반 만에 자산이 55만 유로(약 7억950만 원)로 증가했으며 회원 5000여 명을 보유하고 있다. 

청년 기업가 알랑 플루리(28)는 서남부 도시 보르도에서 2015년 ‘시포굿(CforGood)’이라는 기업을 설립했다. 보르도시까지 펀딩에 합류하며 ‘보르도 홍보대사’ 역할도 맡았다. 보르도 시민들은 월 5유로(약 6450원)의 회비를 내면 ‘긍정적 소비 카드’를 받을 수 있다. 회비의 85%는 시민이 직접 선정한 사회단체에 기부된다. 이 카드가 있으면 상품을 구입할 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회원이 2500명을 넘어섰고 보르도 지역 가게 190곳이 참여하고 있다. 리옹과 파리 등 다른 도시에도 이 개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북부 도시 루앙에서 설립된 ‘사설 시장(March´e Priv´e)’은 고객들에게 지역 가게의 제품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큰 성공을 거뒀다. 상인들은 플랫폼에 매달 가입비와 매출의 5%를 지불해야 하는데 루앙 상인 100여 명이 이 회사와 협업하고 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