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청년 변호사 일자리 늘릴 블루오션 개척”

작성자 : 슈퍼관리자 / 날짜 : 2018.09.21

이찬희 서울변호사회 회장 
“로스쿨 정원 축소 주장은 공염불… 파산회생-성년후견 시장 넓히고
미국-유럽 등 해외진출 적극 지원”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청년 변호사 취업 문제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미래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선 구체적인 비전과 로드맵을 청년 변호사들에게 제공해주어야 합니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53)은 1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년 변호사’ 취업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이렇게 제시했다. 

변호사 업계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생기면서 변호사는 점점 늘고 있다. 12일 기준 국내 등록 변호사는 2만5279명이다. 휴업·미개업자를 제외해도 2만562명이다. 업계 불황까지 겹치면서 로스쿨을 갓 졸업한 청년 변호사들은 ‘취업 한파’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최대의 지방변호사회이자 23일 창립 111주년을 맞는 서울변회로선 고민이 크다. 이 회장 역시 청년 변호사들의 취업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방안을 짜내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경쟁이 심하다고 무작정 로스쿨 졸업생 수나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줄일 수는 없다. 이 회장은 “변호사 업계의 경쟁이 심해졌다고 청년 변호사 수를 줄이자고 하는 건 공염불에 불과하다.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청년 변호사가 일할 수 있는 ‘블루오션’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서울변회는 서울회생법원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파산회생지원변호사단’을 출범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개인파산회생사건이 늘고 있지만 기존 변호사들은 관심을 덜 기울이고 있는 현실에 착안한 것.

서울변회는 또 ‘후견제도지원특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후견 제도는 대법원이 지난해 6월 사단법인 ‘선’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6)의 후견인으로 정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100세 시대엔 성년후견인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은 “치매 등으로 정상적인 법률 행위가 불가능한 부모의 재산을 두고 자식들이 다투는 경우가 많다. 변호사가 중립적으로 법률 분쟁을 방지하는 일종의 ‘보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대체분쟁조정제도(ADR)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ADR는 법원 판결이 아닌 화해, 조정, 중재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다. 법원도 재판 부담이 줄어든다며 환영하고 있어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만 하는 변호사가 아닌 ‘조정’까지 하는 변호사로 직역을 확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한상사중재원과 MOU를 체결하고 ‘중재연수원’을 출범시켰다. 

이 회장은 ‘해외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국내 시장에만 의존해 경쟁이 심해진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서울변회는 올 4∼5월 미국 뉴욕주,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탈리아 밀라노 변호사회와 MOU를 체결하고 변호사 교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선진국에서 로펌 시스템을 배워야 개발도상국에 진출해 시장을 넓힐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회장은 “최근 로스쿨을 졸업한 젊은 변호사들은 어학 실력이 뛰어나 해외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