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진 일자리카페… “인적성검사 최신 팁 알려줍니다”
작성자 : 슈퍼관리자 / 날짜 : 2019.03.25
대기업 공채 시즌 맞아, 면접 요령-시험 특징 강의
“초보 취준생 등에 큰 도움”
서울시, 신촌 등 88곳 운영… 스터디룸-컨설팅 무료 제공
‘떠들썩한 모임이나 파티에 가고 싶다.’
대기업 공채 인성검사에서 합격하려면 이 문항에 ‘예’, ‘아니요’ 중 어떻게 답하는 게 유리할까. 한 남학생이 조심스럽게 답했다.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을 좋아할 것 같은데 ‘예’ 아닐까요?” 곧바로 강사가 반문했다. “정말? 기업에서는 일 시켜야 하는데 놀기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할까요?” 남학생이 주저하며 대답하지 못하자 강사가 이어 말했다. “인문계 학생들이 흔히 지원하는 마케팅이나 홍보 직무에서는 ‘예’를 선호하지만 연구개발이나 생산직은 말 많은 걸 좋아하지 않아서 ‘아니요’를 더 좋아해요.”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모 건물 8층 강의실. 백팩을 멘 캐주얼 차림의 20대 취업준비생 9명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강사의 말을 받아 적었다. 삼성 현대자동차그룹 LG SK그룹 등 국내 대기업 공채가 시작되는 3월, 서울시 일자리카페의 ‘최신 대기업 인·적성시험 대비’ 강의 현장이다. 이들은 2시간 동안 각 기업별 공채의 특징과 인·적성시험의 기본 구성을 듣고 예시문항을 풀어 봤다.
이날 강의를 들은 문인영 씨(25·여)는 대학교 취업 포털에 올라온 공지를 보고 찾아왔다. 2017년 하반기부터 이번이 네 번째 기업 공채 도전인 문 씨는 공채 시즌마다 약 50개 기업에 지원했다. 그중 서류전형을 통과한 기업은 5∼10곳. 인·적성시험을 치른 뒤 면접에서 떨어지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문 씨는 “오늘 강의는 이미 인터넷 강의나 관련 문제집을 공부한 저에게는 익숙하긴 했지만 자꾸 불합격하다 보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러 곳의 강의를 찾아 듣게 된다”고 말했다.
문선영 씨(24·여)는 전날 일자리카페에서 들은 자기소개서 컨설팅이 마음에 들어 이날 강의도 찾았다. 다음 주 다른 취업 프로그램도 알아볼 생각이다. 문 씨는 “회사 인재상과 직무성향에 맞춰 ‘나는 어떤 사람이다’라고 주문을 외다 보면 내가 깎여 나가는 기분이지만 구직자 입장에선 별수 없다”고 말했다.
2016년 5월 홍대입구역에 1호점을 연 일자리카페는 현재 대학, 공공 및 민간 시설 등에 88곳이 있다. 취업준비를 하는 만 15∼39세를 위한 자기소개서 첨삭, 면접 실습, 면접 메이크업, 증명사진 촬영 등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다. 스터디룸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 9월에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반을 둔 채용 경향을 반영해 직무·기업분석 전문상담 등의 프로그램을 추가하기도 했다.
설 연휴가 낀 지난달에는 이들 일자리카페에서 관련 프로그램을 30여 개 열었지만 대기업 공채 시즌을 맞아 이달에는 230여 개로 늘렸다.
청년 일자리 문제가 악화하는 만큼 일자리카페를 활용하는 취준생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일자리카페를 이용한 사람은 모두 8만2450명. 이 중 6만19명은 스터디룸을 대여했고 2만2431명이 취업 프로그램을 들었다.
김규룡 서울시 일자리정책과장은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취업하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