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3D프린팅 기술 배우는 경단녀들 “유망직종 재취업 꿈꿔요”

작성자 : 슈퍼관리자 / 날짜 : 2019.07.23

한국폴리텍대 여성재취업 교육 현장 

“대학 졸업장도, 8년 직장 경력도 경단녀(경력단절여성)가 되니 쓸모없더라고요….”

16일 서울 중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서모 씨(37)는 게시판에 걸린 구인공고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4년 전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둔 서 씨는 올해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며 다시 일자리를 찾고 있다. 하지만 좌절의 연속이었다. 신입 공채는 나이 제한이 있었고 경력을 살리자니 회사에선 공백 기간을 곱지 않게 봤다.

서 씨처럼 결혼과 임신 및 출산,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은 대부분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다. 눈높이가 높은 고학력 경단녀일수록 더욱 그렇다. 고학력 경단녀는 많은 경우 단순 노무직보다는 직업훈련을 받아 유망 직종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 고용노동부 산하 직업훈련 국책대학인 한국폴리텍대(폴리텍대)는 고학력 경단녀의 직업 능력 개발을 위해 3∼6개월 단위의 여성 재취업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 고학력 경단녀 위한 여성 재취업 과정 

18일 인천 부평구 폴리텍대 인천캠퍼스에서는 3차원(3D) 프린팅 전문가 양성 과정이 진행 중이었다. 3D 프린터 이론과 실무를 배우는 과정이다. 수료를 일주일 앞둔 이날은 장난감 탱크를 만드는 실습을 했다. 수강생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장난감 탱크의 3차원 도면을 제작했다. 도면을 완성한 수강생은 3D 프린터로 탱크가 출력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이 과정 수강생 14명 중 9명은 전문대 이상의 학력을 가진 여성이다. 수강생 권모 씨(50)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신문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권 씨는 “결혼과 육아로 10년의 공백이 생겨 취업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며 “3D 프린팅이 유망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업을 듣게 됐다”고 말했다. 권 씨는 출력된 장난감 탱크를 살펴보며 강사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다. 

폴리텍대는 재취업을 원하는 여성들을 위한 48개 과정을 올해 전국 26개 캠퍼스에 개설했다. 3D 프린팅을 비롯해 화장품 상품기획·개발, 4차 산업혁명 융합교육 강사 양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 등 유망 직종 관련 과정이 적지 않다. 나이나 경력 유무와 관계없이 여성이면 누구나 수강할 수 있지만 주로 경단녀가 많이 몰린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수강생들은 다른 직업훈련 과정에 비해 교육 기간이 길고 수업 내용이 알차다며 만족해했다. 폴리텍대 인천캠퍼스에서 3D 프린팅 과정을 수료한 임혜진 씨(40)는 현재 중학교 방과후수업 교사로 학생들에게 3D 프린팅과 모델링을 가르친다. 임 씨 역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휴대전화 제조회사에서 개발 업무를 하다 육아를 위해 일을 그만둔 경험이 있다. 임 씨는 “경기 안양에서 인천까지 수업을 들으러 다녔다”며 “여성 재취업 과정에서 기초부터 탄탄하게 배워 좋은 성과를 얻은 것 같다”며 웃었다. 

임 씨처럼 여성 재취업 과정 수료 후 재취업에 성공하는 수강생이 늘고 있다. 평균 취업률은 2016년 55.3%에서 지난해 59.0%로 높아졌다. 지난해는 항공생산실무 과정(85.7%), 호텔객실관리사 과정(77.8%), 3D프린팅교육 과정(70.6%), 적성상담전문가 과정(75.0%) 등이 높은 취업률을 기록했다. 


○ 경단녀 직업훈련은 여전히 부족 

폴리텍대 여성 재취업 과정이 고학력 경단녀의 직업훈련 수요를 충족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올해 이 과정의 전체 수강생은 950명이다. 처음 개설된 2014년 581명보다 늘었지만 지난해 4월 기준 국내 54세 이하 기혼 경단녀가 184만7000명인 것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반면 경단녀의 재취업은 2014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지난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단녀는 증가하는 추세지만 재취업에 성공한 사례는 줄어든 것이다. 현재 국회에서 언제 처리될지 불투명한 추가경정예산안에는 폴리텍대 여성 재취업 과정 수강생을 1500명으로 확대하는 사업 예산도 편성돼 있다. 

다만 여성 재취업 과정의 심화 과정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있다. 수료생 김모 씨는 “좀 더 깊이 있게 배우려는 수강생들에게는 마땅한 과정이 없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강순희 경기대 직업학과 교수는 “폴리텍대가 공공기관인 만큼 대표적인 취업취약계층인 경단녀의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양적, 질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송혜미 기자 1am@donga.com·고재민 인턴기자 고려대 사회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