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회사는 27일 각각 서울 강남구 메리츠타워와 서울 강동구 삼성엔지니어링 본사에서 임시 주총을 열어 합병안을 승인했다고 공시했다. 합병기일은 12월 1일이다. 양사는 합병을 통해 연매출 25조 원 규모의 초대형 종합 플랜트 기업으로 재탄생한다.
양사의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여부가 합병 과정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나치게 많은 주주가 청구권을 행사하면 자금 압박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두 회사는 합병 계약서에 단서조항을 넣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식 매수 대금이 각각 9500억 원, 4100억 원을 초과하면 합병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양사의 주요 주주로 합병에 반대 의사를 밝혔던 국민연금공단은 이날 합병안에 기권표를 던졌다. 이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반대표를 행사해 합병 자체가 무산되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에 각각 5.91%(1364만3311주), 5.90%(235만8877주)의 지분을 갖고 있다.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3684억1032만 원, 1543억6255만 원을 들여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다음 달 17일까지다. 27일 종가 기준으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각각 2만4450원, 5만8500원으로 양사가 제시한 주식매수청구 가격(각각 2만7003원, 6만5439원)보다 낮다. 업계에서는 11월 17일 주가를 보고 국민연금이 청구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한도를 조금 넘어선다고 무조건 합병 계약을 해지하는 건 아니고 자산 상황 등을 고려해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현대모비스와 오토넷 합병 과정에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과도해 합병이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합병법인 출범 이전에 조직 개편과 인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각사 대표 체제로 갈지, 부서 간 통합 문제는 어떻게 할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