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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잘된다는 정부 말 믿었는데…” 특성화고 학생들 눈물

작성자 : 슈퍼관리자 / 날짜 : 2019.04.04

오락가락 정책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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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라도 넘었으면 했는데 못 넘었네요. 작년에는 그래도 절반 이상 취업했는데…. 지난해 취업률보다 30%나 떨어졌어요.” 

3일 서울지역 A특성화고 관계자는 취업률 최종 결과를 묻자 한숨부터 쉬었다. 매년 전국 특성화고의 최종 취업률은 4월 1일자를 기준으로 집계된다. 특성화고 교사와 졸업생들은 마지막까지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취업할 곳을 찾아 동분서주해왔다. 하지만 잇따르는 안전사고에 특성화고 학생들의 현장실습과 조기 취업길이 막히고 경기마저 끝없이 추락하면서 ‘취업절벽’을 극복하지 못한 특성화고가 쏟아져 나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해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65.1%에 그쳐 전년(74.9%)보다 9.8%포인트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64.7%)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였다. 하지만 조만간 공개될 올해 취업률은 더욱 충격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수도권 특성화고 교사는 “우리 학교는 취업 명문인데도 취업률이 작년 대비 20%가량 빠졌다”며 “올해 취업률이 발표되면 어마어마한 충격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 올해 특성화고 취업률 폭락 전망
 

올해 수도권 특성화고를 졸업한 강모 씨는 지난해 기업 수십 군데에 원서를 내고 면접을 봤지만 모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는 “몇 년 전까지 선배들이 대거 합격한 기업들의 채용공고를 살펴봐도 채용을 아예 안 하거나 하더라도 고졸은 안 뽑는 기업이 태반이었다”며 “어쩔 수 없이 나를 포함해 취업에 실패한 친구 중 상당수가 ‘울며 겨자 먹기’로 원치도 않은 대학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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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은 했는데 취업도, 대학 진학도 실패한 특성화고 학생들은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특성화고 졸업생 이모 씨는 “재학생일 때는 선생님이 꾸준히 취업처를 알아보고 면접 지도도 해 주지만 졸업하고 나면 기댈 곳이 없다”며 “사립은 선생님들이 그대로 계시니 그나마 나은데 공립을 졸업한 학생들은 완전히 취업 알선의 끈이 끊긴다”고 말했다. 

특성화고 학생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B특성화고 3학년 박모 양은 “중3 때 뉴스에서 ‘특성화고 나오면 취업 잘된다’는 정부 말을 믿고 진학했는데 갑자기 정책도 바뀌고 공중에 붕 뜬 것 같아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 “취업 위해 왔는데…” 대입 준비하는 학생들 

전례 없는 특성화고의 취업 한파는 학교 현장의 교실 분위기까지 확 바꿔 놓았다. C특성화고 교사 장모 씨는 “올 신학기 확 달라진 교실 공기를 체감한다”고 말했다.

“대학 진학을 위해 일반고로 전학가거나 특성화고에 남더라도 대입을 준비하겠다는 학생이 엄청 늘었어요. 작년 선배들 보니까 안 되겠다 싶은 거죠.” 

실제 지난해 서울지역에서 특성화고를 다니다 일반고로 전학한 학생은 777명에 달했다. 서울 특성화고 한 곳의 규모가 통상 600명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학교 1곳이 통째로 일반고로 바뀐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특성화고 신입생 모집’도 더욱 어려워졌다. 올해는 서울마저 전체 70개 특성화고 가운데 절반이 넘는 38개교가 ‘미달 사태’를 겪었다.


○ 동아일보 취업특강서 “취업 의지 다져” 

이런 침체된 직업교육 열기를 되살리기 위해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는 지난달부터 전국의 특성화고를 돌며 ‘찾아가는 청년드림 취업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과 함께 특성화고를 방문해 재학생들에게 취업 노하우를 제공하는 연중 프로그램이다. 지난달 경기 수원시 삼일상고에서 개최된 첫 회 특강에 이어 지난달 29일 서울 관악구 서울여상 대강당에서 열린 강의에서는 한화생명 우리은행 등 우량 기업에 취업한 이 학교 졸업생들이 나와 고3 후배들을 위해 취업 노하우를 들려줬다.

올해 한화생명에 취업한 이선빈 매니저는 “면접에서 떨어지거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가 한 번씩 온다”며 “그래도 힘을 잃지 말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나아가라”고 격려했다. 최다빈 우리은행 행원은 “임원 면접에서는 자기소개서 위주로 질문이 나온다”며 “자신이 쓴 소개서 한 문장 한 문장마다 3, 4개씩 예상 질문을 만들어 달달 외우라”고 조언했다. 

두 기업의 인사팀 관계자들도 무대에 올라 취업 노하우를 전했다. 강무진 우리은행 인사부 차장은 “어떤 소재를 잡아 자기를 소개하든 결론은 우리은행과 연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지주은 한화생명 인사팀 차장은 “경제·금융 기사를 많이 읽어야 한다”며 “상식은 토론이나 면접에서 드러나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만난 서울여상 3학년 최민주 양은 “선배가 와서 설명해 주니 모든 말이 피부에 와 닿는다”며 “‘성공할 수 있을 거야’라는 자신감을 얻게 돼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조유라·김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