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턴후기 남기기
방송국에서의 짧은 인턴기
작성자 : li***** / 날짜 : 2017.02.14
극동방송 : 4점
[극동방송 인턴 후기]
친구의 추천으로 청년드림센터를 알게 되어 인턴 소식이나 각종 정보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턴업이라는 어플이 나왔다는 페이지 글을 보고 후기를 남겨보려 합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혹여 방송국 입성을 희망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싶은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제가 극동방송에서 일을 했던 건 무더운 여름이었습니다. 3개월 가량 인턴으로 근무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방송 일을 하고 싶어하는 분이라면 방송국 인턴은 꼭 해보시라 권하고 싶다는 겁니다. 몇 달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 일을 했는데도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당시에 신사옥을 짓는 중이어서 임시 사옥에서 근무를 했었는데 협소한 공간에서 생방송이며 녹화 등 여러 업무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방송국의 업무 특성상 하루종일 분주하고, 생방송 스튜디오를 빼곤 창문 하나 없던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좋은 분들을 만나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여담이지만 신사옥의 시설은 아주 좋습니다ㅎㅎ
그럼 쓸데 없는 말은 이제 그만하고 진짜 후기를 시작하겠습니다.
1. 근무 기간 및 채용 과정
-3개월 가량 근무했습니다. 저는 학교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가해 산학협력생으로 선발되어 극동방송에서 인턴으로 근무하였습니다. 학교에서 1차 면접을 통과한 후 극동방송 총무국 차장님과 2차 면접을 본 후 최종합격하였습니다. 총 합격자는 저를 포함해 8명이었습니다. 각자 다른 팀에 배치되었고 저는 희망하던 편성국 영상팀이 아닌 방송팀으로 배치되었습니다. 회사가 제 모교와 산학협력을 맺었기 때문에 인턴십이 가능했을테지만, 제가 근무하던 때 이미 다른 학교의 인턴이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보아 꼭 대학을 통하지 않아도 인턴 경험을 할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제가 인턴십 수료 이후 다음 해부터는 타 대학생들을 인턴으로 뽑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만약 극동방송에서의 인턴 경험을 원하신다면 따로 회사에 연락을 취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인턴십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인 회사입니다.
2. 업무 및 근무 환경
-저는 '편성국 방송팀'에서 근무하였습니다. 편성국에는 방송팀과 영상팀 두 개가 있는데 방송팀은 주로 생방송 진행과 프로그램 기획 등 방송에 관한 전반적인 업무를 하는 곳입니다. PD님들 모두 방송팀 소속이었습니다. 그리고 영상팀은 방송에 내보낼 영상을 촬영, 편집하고 외부 인터뷰를 따오는 등 말 그대로 영상 업무에 집중하는 곳입니다. 제가 맡은 주 업무는 라디오 생방송 보조와 음원 관리였습니다. 생방송은 하루에 두 번 정도 있었기 때문에 그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음원을 편집하거나 불량 음원을 색출하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편성국 직원은 모두 청취자 전화 응대를 합니다. 사연을 보내거나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질문 등을 전화로 문의하는 분들이 많은데 어떤 날은 전화만 받다가 퇴근한 적도 있을 정도로 전화가 자주 옵니다. PD님들이 방송하러 가시거나 녹음하러 가시면 전화 응대는 거의 인턴이 하게 됩니다. 전화를 돌려 받는 게 인턴의 일상이죠ㅎㅎ 가끔 영상팀에 손이 모자랄 때면 영상 편집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엄밀히 말해 업무는 아니지만 매일 아침 출근하여 커피를 내려놓았습니다. 누가 시킨 건 아니었지만 다들 출근하시자마자 커피를 찾으시길래 눈치껏 커피를 내려놓았더니 PD님들께 아주 예쁨을 받았습니다..ㅎㅎ 마지막으로 인턴 과제가 있었는데 근무 마지막 주의 채플 하루를 맡아 총괄 기획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때문에 거의 3주 동안 인턴들끼리 매일 모여 회의를 하고 퇴근했습니다. 업무뿐만 아니라 이런 과제를 통해서도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프로그램 하나를 기획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과정이었거든요. 길게 말할 수는 없지만 인턴십 수료식날 장학금을 받을 만큼 성공적으로 채플 기획을 마쳤습니다.
-근무환경은 대체로 좋았습니다. 먼저 사무실은 앞서 짧게 언급했듯 임시 사옥이었기 때문에 그리 쾌적하지는 않았습니다. 생방 스튜디오 빼고는 창문이 하나도 없는 구조여서 해나 바람을 쐬고 싶으면 방송 없는 때에 스튜디오 들어가서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곤 했습니다. 그런 것만 빼면 간식도 많고 자리도 넓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분위기는 PD님들 컨디션 따라 그날그날 다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좋았습니다. 기독교방송답게 화를 내시는 분이 별로 없었고 힘들 때면 기도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처음엔 당혹스럽지만 힘들다고 아랫사람들한테 짜증내는 것보다 기도로 푸는 게 훨씬 좋은 것 같습니다ㅎㅎ 실수를 했을 때도 단 한 번도 혼난 적이 없습니다. 따로 불러서 이럴 때는 이렇게 해라, 이런 상황에선 나를 불러라 등의 조언을 해주셔서 정말 좋았습니다. 또 기독교방송이기 때문에 매일 아침 출근 후 전 직원이 모여 채플을 하는데 혹시 이런 걸 불편해하시는 분이라면 기독교방송 인턴은 피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도 비기독교인이긴 하지만 딱히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그냥 앉아서 말씀 듣다가 노래 하고 나오면 끝이었거든요. 일주일에 한 번은 팀끼리 모여 식사를 하는데 그 역시 좋았습니다. 다 같이 점심 먹고 나면 분위기가 더 좋아졌었거든요! 방송국은 까칠하고 예민한 사람들이 모여있어 분위기도 냉랭할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가지신 분이라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3. 필요한 업무 능력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성실함'은 꼭 갖춰야 합니다. 여름에 단축근무 때문에 6시-3시 근무를 한 달 동안 했었는데 아무리 출근 시간이 빠르더라도 절대 지각하면 안 됩니다. 이건 어느 회사든 꼭 갖춰야 할 기본입니다. 그리고 기독교방송이었기 때문에 '옷차림은 단정히'를 꼭 지켜야 합니다. 여름에도 나시는 입어선 안 되고 치마도 무릎이 보이면 안 됩니다. 실제로 한 인턴이 민소매 블라우스를 입고 출근했다가 총무국 차장님께 불려간 적이 있습니다(ㅜㅜ)
-'시간개념'이 투철해야 합니다. 생방송이 매일 있고 각 스튜디오에서 수시로 녹음하기 때문에 스튜디오 스케줄을 잘 알아야 합니다. 누가 어느 스튜디오를 사용할 수 있냐고 물으면 바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생방송은 시간 엄수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광고 시간과 노래 나가는 시간 등을 철저히 계산해서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음원을 편집할 때도 초 단위로 봐야하기 때문에 시간개념이 잘 박혀있으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매일매일 방송 스케쥴을 꿰뚫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개념은 정말 필수입니다. 청취자가 전화와서 방금 무슨 프로그램이었냐고 물어보면 시간만 보고도 딱 어떤 프로그램이다고 대답할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합니다.
-'컴활'이나 '외국어 능력'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습니다. 문서 편집 정도의 기본만 갖추고 있다면 업무에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외국어는 별로 사용할 일이 없고요. 근무하는 동안 딱 한 번 외국인 게스트가 온 적이 있는데 녹화 시간까지 잘 응대해드려서 좋은 평가를 받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를 제외하곤 정말 외국어 능력을 쓸 데가 없어요..ㅎㅎ 영상팀이라면 영상편집프로그램을 잘 다루는 게 필수지만 방송팀에서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입니다. 그래도 잘 하는 게 하나라도 더 있다면 플러스 요인이겠죠. 그리고 '달리'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음원을 편집하지만 그건 사수가 잘 알려주셔서 모르고 가도 상관 없을 듯 합니다. (저도 달리라는 프로그램 처음 알았어요.)
-'서비스 마인드' 중요합니다. 청취자 응대는 기본업무라고 말씀드렸죠? 전화 받는 건 일상입니다. 청취자 하나하나가 방송국엔 매우 중요한 고객이기 때문에 친절한 말투로 응대하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나 극동방송은 기부금이 운영자금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청취자가 정말 소중합니다. 저는 서비스업 쪽의 알바를 오래 한 경험이 있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만약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분이시라면 극복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기독교인'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비기독교인이라 종교적 지식이 매우 부족했습니다. 서비스 마인드는 충분했으나 청취자들을 답답하게 한 적이 많았습니다. 제가 뭘 알아야 대답을 해드리죠...ㅎㅎ 한 예로 방송 나간 설교의 일부분을 가리켜 이 부분은 잘못된 게 아니냐 하며 따진 분이 계셨는데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어서 진땀을 뺐던 기억이 납니다. 종교방송에서 일하고 싶으신 분들은 꼭 그 종교에 관한 지식을 가지고 있기를...!!
('센스' 정도는 성실함과 함께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에 따로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아침에 일찍 와서 커피를 내려 놓는 센스 정도는 발휘하시면 몸이 편해집니다ㅎㅎ)
4. 장점
-방송국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알 수 있고 프로그램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혼자서 기획안을 만들어보는 것보다 실제 현장에서 그 과정에 참여하는 게 당연히 더 좋은 경험이겠죠! 하나의 방송에 어떤 요소들이 필요한지,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편성국뿐만이 아니라 총무국, 경리국 같은 다른 팀의 업무도 보면서 다각도로 방송국이란 회사의 체계를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인턴 과제를 하면서 직접 기획이란 걸 해보며 실전 경험을 쌓은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100명 가까이 되는 직원들 앞에서 내가 만든 영상을 틀고, 40분 짜리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이 흔한 경험은 아니니까요. 작가든 PD든 아나운서든 방송일을 희망하시는 분들이라면 방송국 인턴을 꼭 해보시길 추천합니다.
5. 단점
-인턴이라는 건 어떻게 해도 자산이 되는 경험이기 때문에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굳이 단점을 꼽아 본다면 '이른 출근시간'과 '종교적 특성'입니다. 단축근무가 아닐 땐 8시 출근이었는데 아침에 일어나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물론 지하철이 텅텅 비어있다는 점은 좋지만요..ㅎㅎ 그리고 제가 비기독교인이었기 때문에 저만 힘들었던 점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독교에 관한 지식이 거의 전무했던 터라 PD님들이 어떤 일을 주셔도 남들보다 느리게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자료 조사를 먼저 해야하니까요. 그리고 다큐PD를 지망하는 저로서는 개인적으로 다큐 제작에 참여할 일이 없었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극동방송에서는 다큐를 제작하지 않아요. 광복절 특집으로 다큐를 만들기는 했지만 재연이 대부분이어서 드라마 요소가 강했습니다. 그래서 다큐 구성에 있어서 배울 점은 별로 없었습니다. 저를 예뻐해 주시던 PD님이 녹음도 해보라 하고 다큐 기획안도 내보라고 하셔서 개인적으로 피드백을 받기는 했지만 방송국 경험 자체에서 다큐에 관한 부분은 배울 점이 딱히 없어서 그 점이 아쉬웠습니다.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버렸네요. 짧고 굵게 쓰고 싶었는데 스크롤 압박을 느끼셨다면 죄송합니다ㅎㅎ 조금이라도 원하는 정보가 되길 바라요!
이제껏 여러번 말했지만 방송 일을 꿈 꾸는 분들이라면 꼭! 방송국 인턴을 해보시길 추천합니다! 극동방송이 아니더라도 인턴을 뽑는 곳은 많으니까요 :)
혹시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 달아주세요. 제 능력이 닿는 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원하는 꿈 이루시길!!!!bbb
전체 댓글 4개
ce********* 작성일 :
와 방송국 인턴 정보가 많이 없어서 궁금했는데 진짜 자세히 써주셨네요 감사감사
li***** 작성일 :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네요 :)
fc************* 작성일 :
힘들때 기도한다는게 정말 인상적이네요!
fc************* 작성일 :
이분도 노트북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