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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 진로교육이 미래다]<10·끝>선취업 후진학도 좋은 시도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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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이 수시모집 합격자를 발표하면서 수험생과 가족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합격생은 축하를 받지만 이 가운데 얼마만큼의 학생이 대학을 졸업할 때 밝게 웃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올해 대학 졸업자의 절반은 졸업 후 6개월 안에 변변한 직장을 잡지 못했다. 대학 휴학생 100만 명 시대가 10년 이상 지속되면서 ‘절대로, 휴학하시길’이란 문구를 내건 휴학컨설팅 업체까지 생겼다. 미래의 노동시장 상황이나 자신의 적성에 대한 고민 없이 성적에 맞춰 대학에 가는 우리 사회의 ‘대학 열풍(university fever)’이 만든 슬픈 현실이다.

정부가 고졸 취업 성공시대를 강조하면서 선취업 후진학을 하려는 고교생이 늘어나는 현상은 그나마 다행이다. 정부가 중고교에 진로교육 전담교사를 배치하고 관련 교재를 개발하는 등 진로교육에 투자를 하는 모습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만으로 청소년이 진로를 바르게 선택하는 풍토가 조성되지는 않는다. 국민, 특히 학부모의 의식수준이 직업세계의 변화를 못 따라가는 탓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자녀가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직업을 가지기를 원하는 학부모는 50%가 넘지만 실제로는 70% 이상의 학부모가 교수, 의사, 법조인 등 이른바 ‘사’자 직업을 바랐다. 부모와 자녀의 희망 직업이 일치하는 비율도 22%에 그쳤다.

요즘 특성화고에 가려는 10대는 많아졌지만 전통적인 직업관을 가진 부모의 반대로 진학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부모가 미래의 직업세계를 공부해, 자녀의 적성과 소질을 이해하고 진로를 같이 고민하며 대안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청소년이 진로를 결정할 때 직업세계에 대한 경험은 필수적이다. 1974년 전환학년제를 도입한 아일랜드에서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학생이 원하면 1년 동안 봉사활동과 직업 체험을 한다. 국내에 이를 전면 도입하기에는 제약이 많지만 우리도 청소년 직업 체험 기회를 늘려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직업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은 올해 개관한 잡월드가 거의 유일하다. 기업이 단기 인턴제도를 활용해 청소년의 직업 체험 기회를 적극 제공해야 한다. 미래의 인재 양성은 기업의 중요한 사회적 책무이기 때문이다. 대학도 아일랜드와 같이 학생에게 학교를 개방하여 전공별 교과과정 체험 기회를 줘야 한다. 독일이나 스위스에서는 인턴 혹은 도제제도를 통해 청소년에게 직업교육을 적극적으로 한다. 여러 연구 결과 이런 나라에서는 기업이 청소년 대상 직업훈련에 쓰는 비용보다 거두는 수익이 많았다. 진로교육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 미래의 직업세계를 이해하고 자녀의 올바른 진로 선택을 돕는 학부모의 의식 전환, 청소년에게 직업 체험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기업의 자세 전환이 있을 때 우리 청소년들이 희망 찬 20대로 사회에 진출할 수 있다.

박영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