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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기고]청년들에게 도전만 강조하지 말고 실패했을때 다시 일어설 기회줘야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3.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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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문제는 경제위기의 달갑지 않은 부산물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기업들은 경험이 없는 청년들을 가르쳐가며 일을 시키기보다는 숙련된 경험자들을 찾게 된다. 더욱이 위기는 청년들의 일자리 수를 줄일 뿐 아니라 그들의 ‘도전정신’을 위축시키고 안정 추구 성향을 강화해 노동의 질적인 측면을 손상시킨다. 미래에 대한 기존의 기대와 예상이 급격하게 바뀌는 데 따른 충격이 변화에 대한 거부감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일본에서 1990년 버블 붕괴를 전후해 사회 구성원들의 안정 추구 성향이 40%가량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당시 일본 청년들의 직업 선호 역시 중소기업을 회피하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기업, 공무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급격히 늘었다.

이와 함께 1990년대 이후 일본에서는 해외유학자 수가 꾸준하게 줄었고 기업 근로자들이 해외지사 파견을 꺼리는 경향도 확대됐다. 오늘날 일본 경제의 추락 원인으로 지목되는 기술의 고립 및 개발도상국 시장 개척 실패도 상당 부분 일본 근로자들의 도전정신 쇠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에서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아메리칸 드림’이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비율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취업 선호직장 10위 안에 국무성, 연방수사국(FBI), 중앙정보국(CIA) 등 3개 국가기관이 포함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외환위기 이후 저성장 국면에서 청년층의 안정 추구 성향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지금 대학도서관은 각종 고시와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로 가득하다. 공무원 공채시험 경쟁률도 2000년대 초반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청년들의 창업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지난해 청년 자영업자가 일시적으로 늘었지만 혁신부문에서 창업하기보다 일자리를 찾지 못해 전통적인 도·소매업, 외식업 등에 뛰어든 청년들이 많았다.

도전정신의 쇠퇴는 선진국 초입에 들어선 한국에 특히 충격이 클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선진국에서 만들어진 걸 모방하는 단계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성장하는 단계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미래가 뚜렷이 정해져 있는 안정된 직장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만큼 새로운 기술과 수요가 창조될 가능성은 줄어든다.

청년들의 도전의지를 높이려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 청년창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되 업종, 산업에 따라 선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전통적 서비스 부문보다 전문성이 높은 첨단산업 부문,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부문에 자금 및 컨설팅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또 실패할 경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사회안전망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도전만 강조한다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파산제도를 보완해 구제 대상의 수를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하고, 금융거래상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안정적인 일부 직장에 청년들이 과도하게 몰려 인적 자원이 낭비되지 않도록 사회 전반적인 ‘렌트’, 즉 독점에 따른 이익을 축소해야 한다.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사회에 제공하는 가치보다 지나치게 높은 안정성, 수익성을 보장받는 부문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필요하면 정원 확대, 외부 경쟁 도입 등으로 진입장벽을 낮추고 과도하게 제공되는 인센티브를 낮춤으로써 다른 부문과 형평을 맞춰야 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청년드림센터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