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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체험! 파워기업]블루버드소프트 “인문학 모르는 IT인재는 거품입니다”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3.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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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생도 지원할 수 있나요?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심이 많습니다.”(지원자)

“전기전자제어, 컴퓨터공학, 기계공학도들이 많지만 문과라도 정보기술(IT) 교육기관에서 프로그래밍 기술이나 소프트웨어 개발 교육 등을 받으면 지원할 수 있습니다.”(면접관)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동 ‘블루버드소프트’ 본사를 찾은 취업 준비생 남길정 씨(21·여·숭실대 행정학부)와 김승용 씨(21·남서울대 멀티미디어학과). 모의 면접이었지만 마치 실제 입사 면접을 치르듯 눈에서 빛이 났다. 특히 문과생이지만 IT 업계 취업에 뜻이 있는 남 씨는 블루버드소프트의 김진오 상무와 이은종 인사팀장에게 질문을 쏟아 냈다.

○ 치열한 인재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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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설립된 블루버드소프트는 ‘산업용 개인휴대단말기(PDA)’를 만드는 중소기업이다. ‘아이폰’이나 ‘갤럭시’ ‘옵티머스’처럼 ‘피디온(Pidion)’이란 브랜드가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다. ‘개인용’이 아닌 ‘기업용’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크게 3가지다. 백화점에서 손님이 결제할 때 쓰는 ‘이동형 결제 단말기’와 병원에서 환자 진료 기록을 보거나 편의점에서 물건을 관리할 때 쓰는 ‘바코드 스캐닝 단말기’, 중공업 회사에서 배를 만들 때 현장에서 도면을 볼 수 있도록 한 ‘산업용 태블릿 기기’ 등이다. 스마트폰을 내놓는 대기업과 차별화하기 위해 시작한 산업용 단말기 사업은 27년 만에 ‘국내 1위, 세계 6위’라는 성과를 냈다. 특히 국내 산업용 PDA 시장에서 이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80%나 된다. 2011년 매출액은 924억4500만 원으로 2009년(531억6900만 원), 2010년(777억6400만 원)에 이어 계속 늘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이 80% 가까이 되다 보니 미국 뉴욕과 중국 베이징, 상하이 등 세 곳에 지사도 냈다.

두 학생이 ‘작지만 강한 기업’이 된 비결을 묻자 면접관들은 “자기 계발을 중시하는 ‘사풍(社風)’이 한몫했다”고 답했다. 이 회사는 직원들에게 책을 읽도록 장려한다. 본사 로비에 ‘사내 도서관’을 만들고 경영서부터 인문학 도서 등 다양한 책을 꽂아 놨다. 지정된 책을 정해 얼마나 읽었는지 부서별로 ‘독서 진도표’도 만든다. 이 팀장은 “IT 업계는 조금만 느슨해도 바로 뒤처지기 때문에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디지털의 중심에서 ‘휴머니즘’을 외치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이번엔 면접관들이 학생들에게 물었다. 김 씨가 “군 생활 때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느낌이 들었다. 가장 힘들었다”고 답하자 곧바로 “어떻게 극복했나”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블루버드소프트는 한 해 약 20명의 신입사원을 뽑는다. 전문 지식보다는 면접자 개인에 대한 질문이 많다. 김 상무는 “서류나 자격증만큼 ‘인성’을 중히 여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면접 외에 6시간짜리 인·적성 검사도 본다. 언어 유추, 공간 지각 등 지능 및 성격, 상황 판단 능력 등 개인의 총체적인 인성을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6시간 동안 검사한다.

최근 이 회사는 지식경제부가 주관하는 ‘2012년 월드클래스 300’ 대상 기업으로 뽑혔다. 월드클래스 300은 성장 잠재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선정해 2020년까지 기술 개발 및 해외 진출 지원 등을 통해 세계적 기업으로 집중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팀장은 “놀 때나 일할 때나 모두 ‘치열한’ 인재를 원한다”며 “자격증보다 소프트웨어 개발 경진대회나 공모전 수상 경력 등 실제로 자기 전공 분야에 열정을 갖고 도전한 경험을 우대한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