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센터

[청년드림]K-프런티어 인도네시아 해외인턴 체험기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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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사(할 수 있다), 비사, 비사.”

지난달 23일 오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롯데마트 클라파가딩점. 오진우 씨(23)는 마트 뒤편 창고에서 현지 직원들과 인도네시아어 구호를 힘차게 외치며 하루를 시작했다. 취업용 자격증도, 탁월한 어학 실력도 없는 그가 인도네시아에 체류한 10여 일은 무척 소중한 기간이었다.

계산대에서 현지인 계산원을 도와 상품을 포장하던 안현남 씨(25·여)는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새마을금고에 입사했었다. 하지만 비슷한 조건의 선배를 보노라면 미래는 불안하게만 보였다. 안 씨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야간대를 다녔다. 지난해 초 직장을 그만두고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도 다녀왔다. 그는 “세계의 친구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게 정말 재미있었다. 앞으로 해외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는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청년 구직자를 대상으로 해외에서 인턴십을 체험할 수 있는 ‘K-프런티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원자 260여 명 중 선발된 4명은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롯데마트, 롯데정보통신에서 인턴 과정을 체험했고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방문해 해외 취업 가능성을 탐색했다.

이들이 해외 취업 체험에 나선 것은 한국에서 취업이 어렵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형섭 씨(22)는 고교 졸업 후 명문대 경영학과에 합격했지만 평소 꿈꿔 왔던 해외 취업을 위해 과감히 입학을 포기했다.

그는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해외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의 왕립 킹사우드대에 합격한 그는 말레이시아의 한 대학에도 입학원서를 냈다. 이 씨는 “똑같은 노력을 하더라도 빠르게 성장하는 곳에서 일하는 게 더 큰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청년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북미 유럽 일본 등 성장이 정체된 선진국보다 중남미나 동남아, 중동 등 신흥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K-프런티어 탐방단이 지난달 21일 방문한 인도네시아대(UI)에서는 한국인이 적잖게 눈에 띄었다. 2007년 인도네시아로 진출한 LG상사의 송륜광 차장은 “현지 법인에 근무하는 전체 한국인 65명 중 25명이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채용한 인력”이라며 “사업 규모가 커질수록 현지어를 할 수 있는 한국인에 대한 수요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년 구직자들은 인도네시아 체류 기간 중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최한 ‘한-인도네시아 경제 발전 경험 공유사업(KSP)’ 국제정책회의에도 참석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한국 정부의 조언을 받아들여 카리안 댐 건설과 바탐 하수처리시설 구축, 서부지역 농업 관개시설 개선 등의 사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도 활발히 이뤄졌다. 이형섭 씨는 “국내 기업의 현지 진출이 활발해지면 현지 일자리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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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생 이겨 내면 성과는 크다”

K-프런티어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마냥 즐거웠던 것만은 아니다. 지난해 상반기(1∼6월) 교환학생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에 다녀와 해외에서 일하는 것을 꿈꿔 왔던 문혜지 씨(24·여)는 현지 음식에 적응하지 못해 복통에 시달렸다.

매장에 장시간 서 있느라 발이 부어 발바닥에 파스를 붙이기도 했다. 문 씨는 “해외 취업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 돌아가면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남자친구에게 함께 인도네시아어 공부를 하자고 말할 생각”이라며 웃었다.

탐방단이 만난 한국 기업인들은 한국의 청년 구직자들이 마음만 굳게 먹는다면 한국에서보다 훨씬 큰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희광 KOTRA 자카르타무역관 차장은 “현지에서 2, 3년 경험을 쌓고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네시아에서 창업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포스코 인도네시아법인에서 근무 중인 포스코경영연구소의 박경서 박사는 “미국에서 토목학을 전공 중인 아들에게 한국에서보다 인도네시아에서 일할 것을 권유할 정도로 이곳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 해외 진출 대기업만 선호하는 건 문제

자카르타 시내에서 서쪽으로 40km가량 떨어진 탕으랑 공단의 신발 제조업체 ‘PT.UFU’. 이 회사의 이석태 사장은 한국 젊은이들에 대해 의외로 곱지 않은 시선을 내비쳤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어를 전공한 한국인 청년 2명을 채용했지만 1년 만에 자카르타 시내에 있는 대기업 법인과 지사로 이직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한국의 한 지방대가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계 제조업체들을 설득해 해외 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많은 학생이 힘든 생활을 참지 못하거나 1년 정도 경력을 쌓아 현지의 한국 대기업으로 옮겨갔다. 이 사장은 “인도네시아에 있는 일부 한국 중소·중견기업 사장은 한국 청년 구직자들의 이런 태도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에서 채용된 직원과 본사 파견 직원 사이 임금 및 복지 수준 차이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중학교 때 인도네시아로 이주해 현지 대학을 졸업한 뒤 한국계 대기업에 취업했던 신모 씨(31·여)는 “현지 채용자 임금이 낮기 때문에 일부 한국 교민은 한국에서 대기업에 입사한 뒤 다시 인도네시아로 오기 위해 토익 시험을 준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 현지 법인의 한 관계자는 “현지 채용을 할 때는 기본적으로 현지에 생활 기반이 있다는 전제로 채용하는 것이라 복지 혜택이 파견자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국내 기업 1800개 진출… 한국인 중간관리자 품귀 ▼

■ 인도네시아에는… 2012년 투자 2조원 사상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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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청년 구직자들이 해외에서 취업할 기회가 늘고 있는 것은 한국 대기업들의 선전 덕분이다. 우리 기업이 해외로 진출하면서 현지에서 한국인을 고용할 필요성도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약 1800개에 이르는 것으로 KOTRA 자카르타무역관은 추정하고 있다. 한국의 대(對) 인도네시아 투자액은 지난해 19억5000만 달러(약 2조1255억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과거에는 신발 및 봉제 등 중소 제조업체들의 투자가 주류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포스코, 한국타이어 등 대기업들의 투자가 늘고 있다.

이번 ‘K-프런티어’ 프로그램에서 청년 구직자들이 인턴으로 근무한 롯데마트는 국내에서 성장의 한계를 느끼고 인도네시아로 진출한 사례다. 이 회사는 지난달 28일 자카르타 국제공항 주변인 카만수리아에 새로 매장을 여는 등 점포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진출 4년여 만에 연 점포가 32곳이나 된다. 롯데마트 현지법인 박종호 팀장은 “2018년까지 인도네시아에 100개의 롯데마트 매장을 열어 대형마트 1등 기업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국 자원개발 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칼리만탄 섬에서 유연탄을 생산하고 있는 LG상사는 지난해 말 연간 4만 t 규모의 팜오일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여의도 면적의 20배 크기의 땅에서 생산한 팜오일을 가공하는 시설이다. 이 밖에 삼성물산은 수마트라, 대상은 칼리만탄 섬, 대우인터내셔널은 뉴기니 섬에서 팜오일 개발사업에 나서고 있다.

중소기업들도 인도네시아로 잇달아 진출하고 있다. 현대홈쇼핑 출신들이 2007년에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설립한 레젤홈쇼핑은 한국에서 인기를 끈 화장품이나 주방용품을 인도네시아 상류층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5000만 달러. 조일환 레젤홈쇼핑 이사는 “회사가 성장할수록 현지인을 관리하는 중간 관리자급의 한국인 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한국어학과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최고 대학으로 치는 국립우이대의 한국어학과는 올해 정원이 20명 늘었고 총 재학생은 160명에 이른다. 지난해 입학경쟁률은 20 대 1. 한국국제협력단(KOICA) 봉사단원으로 이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유종균 씨는 “한국 기업은 물론이고 한국 기업과 비즈니스를 하는 인도네시아 기업들도 한국어 전공자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 학생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카르타=정세진·문병기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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