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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해외인턴 체험기 “13일간의 印尼 실습, 청춘의 꿈이 더 커졌어요”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3.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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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으로 힘들어하던 2월의 어느 날. 우연히 도전한 동아일보의 ‘K프런티어’ 프로그램에 합격했다는 전화를 받고는 소리를 지를 뻔했다. 갑작스러운 기회에 인도네시아로 떠난다는 게 실감 나지 않았다. 출국 전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꼼꼼하게 짜인 일정표를 눈으로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현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 일정의 핵심은 롯데마트에서의 인턴 실습이었다. 사실 인도네시아어를 모르는 우리가 현지 직원들과 함께 근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인을 좋아하는 현지 직원들 덕분에 즐겁게 마트 내에서 즉석에서 배운 인도네시아어로 안내방송도 해보고, 상품전시를 할 기회도 얻었다.

이번 방문 동안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최한 ‘한-인도네시아 경제 발전 경험 공유사업(KSP)’ 국제정책회의에도 참석했다. 한국이 다양한 원조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이를 통해 한국 기업이 동남아 진출을 활발히 한다는 것도 신기했다. 이 밖에도 KOTRA 자카르타무역관, 인도네시아대(UI), 포스코법인 등을 방문하면서 인도네시아의 경제 상황과 진출 기업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들었다. 현지에서 창업한 한국인 기업가들을 만나 인도네시아 시장의 장단점도 배울 수 있었다.

13일 동안 아찔한 순간과 힘든 날이 적지 않았다.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나라다 보니 한밤중에 숙소를 찾지 못해 몇 시간을 헤매기도 했다. 인턴기간 중 구내식당에서 주는 현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 것도 곤혹스러웠다. 거리의 매연으로 목이 아파 고생도 했다.

체류 기간에 인도네시아의 빈부격차가 얼마나 심한지도 확인했다. 화려한 도심의 쇼핑센터와 홍수로 썩어가는 주변부 판잣집들을 보면서 같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가파른 인건비 상승과 파업으로 현지 진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인도네시아인들은 한국인의 시각에서 보면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거나 일을 빨리 끝내는 것을 못했다. 롯데마트 인턴 실습 도중 신선식품을 정리하는 작업을 한 적이 있다. 현지인 매니저는 진열된 과일을 보고 “배열이 마음에 안 든다”며 몇 번이나 작업을 시켰다. 답답한 나머지 ‘제발 생각해 보고 지시해 달라’고 건의하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업무 문화가 달라 그들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돼야 현지에서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카르타에 머물면서 현지의 생활과 음식, 문화, 근무 환경까지 체험하면서 이곳이 아직 발전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인도네시아는 과거 한국처럼 빈부격차와 오염이 심하고 교육수준도 낮다. 하지만 사람들이 선하고 개방적이라 창의력과 의욕이 있는 한국인이 함께 일한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와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다. 인도네시아가 한국과 비교할 수 없는 막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국가라는 점도 이 나라의 미래에 긍정적인 요소다.

다만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카르타에서 기초회화 정도만 익혀온 나는 돌아와서 인도네시아어 공부를 시작했다. 문법이 쉽고 재미있지만 발음이 어색한 건 여전하다.

언어를 알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기회는 있다. 앞으로도 인도네시아와 관련된 기회를 찾아 계속 도전할 생각이다. 함께 자카르타로 떠난 K프런티어 1기 4명 모두 도전정신이 충만하고 창의적인 인재라 서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점도 행운이었다.

3월은 한국 기업들의 공채 시즌이지만 나는 앞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볼 계획이다. 나에게 인도네시아는 단순한 ‘동남아’가 아니라 ‘기회의 땅’이기 때문이다.

문혜지 씨(24·여)는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4학년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1∼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교환학생으로 있으면서 해외취업의 꿈을 키웠으며 K프런티어 프로그램 참여 이후 인도네시아와 관련된 일자리를 찾는 데도 관심이 많다.

자카르타=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