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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기고]城이 된 대기업-공기업, 회전문을 많이 만들어야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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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사회를 불편하게 하는 부조리는 각자의 살아온 시대가 만들어 낸 차이가 아니다. 당사자의 노력과 상관없이 주어진 특권이 넘을 수 없는 벽이 되는 현상, 즉 계급화가 원인이다. 우리 사회 전반에는 지금 ‘고용구조에 의한 계급화’가 진행 중인 것이다.

대기업과 공기업의 정규직이라는 성(城)에 들어갈 수 있는 계급과 그렇지 못한 나머지의 격차는 상당하다. 성곽 안에는 국가가 제공해야 할 복지를 대신해 기업의 복리후생이 마련된다. 당장의 임금차이뿐 아니라 생애소득의 격차가 너무나 크다.

새로운 기회를 스스로 일으킬 수 있는 베테랑들은 주판알을 튕겨보고 성곽 안 관리인으로 만족한다. 그들은 성곽 밖의 노동자들을 관리하며 간접고용, 재하청, 프랜차이즈의 왕국을 유지한다. 잠재력 있던 인재는 스스로의 가치를 잊어 가고 그렇게 자신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구성원들에 의해 대기업은 더 커진다.

저물어 가는 산업에서 떠오르는 기회를 찾아 인재가 움직여야 사회 전체의 생산성이 올라가지만 복지부동이다. 현재 한국사회의 문제는 인재가 자신의 가치를 잊고 길들여진 채 움직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오히려 힘없는 이들이 성 밖에 있다.

문제는 성 안에 영원히 머물 수 없다는 점이다. 언젠가는 성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런데 평생 자신의 가치를 잊고 살던 이들이 갑자기 나와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많지 않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일은 성의 회전문이 더 많이 생겨 더 빨리 도는 일이다. 이 문에 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능력을 잠재운 채 성 안에 머물던 이들에게 광야로 나가 무언가 ‘스타트 업’할 계기를 줘야 하고, 일을 배울 기회를 잃은 채 ‘알바’를 전전하는 청춘들이 풍랑을 피해 그 안으로 들어가 성장할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

자영업이든 스타트업이든 결국 창업이란 정규직에서 밀려나거나, 정규직이 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하는 게 아니라, 인생을 통해 추구해 온 나만의 가치를 실현하는 성인식과 같은 의식이다. 또 이를 국가와 기업을 포함한 공동체가 지원하는 모습이 선진사회의 모습이다. 특히 고용유연성과 ‘적극적 노동시장정책(Active Labor Market Policy)’이 쌍을 이루며 온 사회가 자립을 권하는 북유럽식 유연안전성(Flexicurity)은 2013년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 중인 우리. 우리가 갈 길은 북유럽인가 일본인가. 그 결정적 차이는 이 성곽에 달린 회전문에 있다. 20세기의 성장이 성곽의 크기를 말했다면, 21세기의 성장이란 이 회전문의 속도와 수에 있는 것이다.

김국현 에디토이 대표 청년드림센터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