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도찐개찐? 휴학계획은 취업계획?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5.04.09

 

 

도찐개찐? 휴학계획은 취업계획?

(표준어: 도긴개긴)

 

 휴학, 졸업유예 등을 통해 졸업을 미루고 학교에 남은 고학번을 일명 ‘화석’, ‘시조새’라고 부른다. 농담처럼 나온 말이지만 교내에는 점점 학교를 떠나지 않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화석이라 불리면서까지 그들이 졸업을 미루는 데는 이유가 있다. 통계청의 2014년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청년층 대학 졸업자 중 4년제 대졸자의 평균 졸업소요기간의 경우 남자는 6년 4개월, 여자는 4년 4개월이었다. 대학 졸업자의 휴학경험 비율은 42.7%였다.  주된 휴학 사유로는 취업준비, 자격증 및 어학 공부, 경제적 이유 등이 보편적이었다.

 

 주변에서도 다양한 휴학 사례를 엿볼 수 있다. 다만 그 이유가 궁극적으로는 취업과 연계된 것이 거의 대부분이다. 휴학계획이 취업계획과 같은 말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나는 한 학기를 남기고 휴학을 하였는데 가장 큰 이유는 ‘온전한 휴식’이었다.  중,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쉼 없이 살아왔는데 또 다시 취업을 위해 수험생처럼 달려야 할 생각을 하니 지치기도 했다. 100세 시대라는데 1년 정도는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휴학을 결심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와 장학금을 통해 모아두었던 돈을 가지고 한달 동안 유럽배낭여행을 떠났다.

 perfect-girl

(사진출처 : http://www.returnofkings.com/) 

여행을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콜로세움, 에펠탑과 같은 명소가 아닌 ‘사람’이었다. 숙소를 찾지 못해 길을 헤매는 우리 일행을 위해 직접 숙소까지 길을 안내해 주었던 독일 아주머니, 하루 동안 가이드 역할을 하며 여행에 도움을 주었던 이탈리아 유학생 등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이는 내성적이라고만 생각했던 내가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게 했고 배려와 같은 다양한 가치에 귀를 기울이게 했다. 이를 계기로 최근 봉사활동을 시작하며 나누는 즐거움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판매직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경험하며 외향적인 면을 개발할 수 있었다. 남들처럼 취업을 준비하며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었지만 평소에 간과하고 있던 것의 가치를 깨닫고 나의 부족한 면을 개발할 수 있어 보람찼다.

 

많은 대학생들이 취업 시 받게 될 질문에 대비하며 휴학생활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 또한 휴학 후 한 학기가 지났을 무렵 학교 취업상담센터를 방문해 상담을 했을 때 “휴학기간 동안 취업과 관련하여 얼마나 많을 것을 이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만큼 취업과 상관 없는 휴학은 무의미하게 여겨지는 듯 했다.

 

하지만 이왕 휴학을 했다면 정말 자신이 해보고 싶었던 경험을 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유럽여행 중 만났던 한 카이스트 학생은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학벌과 스펙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그 친구는 휴학을 하고 드라마PD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시나리오 쓰는 것을 본격적으로 배워볼 생각이라고 했다. 전공을 살려 공학박사가 된다면 그 시간이 무의미해질 수 있지만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 외국의 갭이어(영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쉬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한 해)의 개념처럼 자신의 부족한 면을 개발하고 다양한 일에 도전할 수 있는 시간이 진정한 휴학이 아닐까 싶다.

 

 

청년드림통신원 3기 김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