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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도시락 토크 CEO와 점심을]<12>김상철 한글과컴퓨터 회장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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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4년간 배운 전공에 얽매이지 마세요. 여러분 속에 아직 개발되지 않은 전공이 열 개쯤은 있다고 생각하세요.”

22일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가 주최한 ‘청년드림 도시락토크-CEO와 점심을’ 열두 번째 모임의 멘토로 나선 김상철 한글과컴퓨터 회장(60)은 “요즘 문과 출신 구직자의 취업문이 좁아졌다”는 청년 참석자 홍지연 씨(25·여)의 걱정에 이렇게 답했다. 경기 성남시 판교 정보기술(IT)밸리에 위치한 한컴타워에서 열린 이 행사에서 20, 30대 초반 청년 6명과 김 회장은 점심을 함께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 회장은 1978년 금호전기의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한글과컴퓨터 등 7개 회사를 거느린 소프트웨어 그룹의 리더가 됐다. 경영자의 길로 들어선 건 자금난을 겪던 금호전기가 계측기 사업을 떼어 내 맡아 달라고 그에게 요청하면서다. 외환위기 때 오히려 회사(당시 금호미터텍)를 성장시키며 승승장구한 김 회장은 현재 한글과컴퓨터(오피스), 소프트포럼(보안), 다윈텍(전자집적회로) 등의 기업을 소유하고 있다.

‘인수합병(M&A)의 귀재’는 물론이고 ‘돈이 그를 따라다닌다’는 수식까지 붙는 김 회장이지만, 비결을 묻는 청년들에게 본인은 정작 자신의 지금 위치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될 거라고는 1%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우연히 들어서게 된 기업가의 길을 잘 헤쳐나가면서 여기까지 왔다”며 “본인의 능력을 전공에 한정짓지 마라”고 조언했다.

“저는 ‘물건 파는 일(영업)’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이건 어느 책에서도 미리 배운 적 없어요. 회사에서 직원을 뽑을 때도 전공보다 스스로 ‘이 직원은 적성이 어느 쪽이구나’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전공은 ‘참고 사항’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한 청년 참석자가 김 회장의 좌우명인 ‘고개를 숙이면 세상이 보인다’의 의미를 물었다. 김 회장은 “사람을 만날 때 제일 쉽고 좋은 방법이 고개를 숙이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상대방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마음에서부터 자신을 숙이면 모든 점에서 나한테 득이 되더라”며 “내가 상대방보다 높거나 같다고 해서 대등한 자세로 나가면 마음의 문을 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신이 영업맨으로 뛰던 시절 스스로를 낮추기 위해 상대방이 기다리는 회의실로 들어가기 전 혼자서 ‘고개를 세 번 숙이는 동작’을 하고 들어갔던 이야기도 들려줬다.

한글과컴퓨터와 여러 관계사의 본사로 쓰이는 한컴타워에는 건물 중심부를 터서 만든 정원이 있다. 도시락토크 전 사옥을 둘러봤던 참석자들이 가장 인상 깊게 본 부분이다. 김 회장은 이에 대해 “직원들이 담배를 한 대 피우더라도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곳에서 피운다면 정서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며 “이런 기업 문화는 임금과 함께 가장 중요한 복지이자 CEO의 의무”라고 설명했다.

한 끼 식사 시간 동안 멘토 역할로 나선 그에게 “회장님은 멘토가 누구냐”는 질문도 나왔다. 김 회장은 “가장 훌륭한 멘토는 자기가 하는 일, 즉 나의 일상과 내가 머무르고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건방지게 들릴지 모르지만 뛰어난 특정 인물이 내 인생을 좌지우지한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남이 갔던 길을 따라가기보다는 스스로의 잠재력을 믿고 이를 발현시키기 위해 노력하라는 이야기다.

새로운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했을 법한 청년 참석자들도 김 회장의 이 같은 답변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도시락토크에는 홍지연 씨 외에 박성용(27) 유은지(26·여) 윤지현(27) 이준형(25) 조은선 씨(30·여)가 함께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