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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일본通 김동군 대성하이텍 日지사장이 말하는 ‘일본 취업 노하우’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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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일본의 대기업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 한국 기업인이 일본 취업을 위해 갓 도쿄(東京)에 도착한 한국 젊은이들을 만났다. 청년들을 만난 기업인은 일본의 인쇄기기 분야 대기업 고모리(KOMORI)에서 21년간 근무한 김동군 ㈜대성하이텍 일본지사장(51). 김 지사장은 이날 도쿄 지요다(千代田) 구 마루노우치(丸の內) KOTRA 도쿄무역관 사무실에서 열린 청년드림 도쿄캠프의 두 번째 멘토링에서 멘토로 나서 청년들에게 생생한 일본 취업 노하우를 들려줬다. 이번 멘토링에 참여한 이들은 KOTRA의 ‘일본 정보기술(IT) 교육 인턴’ 프로그램에 참여한 14명의 한국 대학생 및 졸업생들이다. 이들은 빠듯한 시간을 아끼기 위해 점심시간을 이용해 ‘도시락 토크’로 의견을 나눴다.

○ 꿈을 키워라


김 지사장은 일본에 취업하려고 하는 이유부터 한 명 한 명 물었다. 그중 한 명이 “새로운 것에 도전해 인류 역사에 작은 기여를 하고 싶다”고 답하자 주위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여러분, 웃으면 안 됩니다. 그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김 지사장이 정색을 했다. 그러고는 “일본 기업에서 살아남으려면 큰 배포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사람이 똑똑하고 능력은 있지만 일본 기업에 입사하면 제대로 살아남지 못한다. 지금까지 일본 상장회사에 10년 이상 근무한 한국인을 겨우 1명 봤다”고 말했다.

김 지사장은 “여러분이 자라온 환경과 일본의 환경은 완전히 딴판이다. 교육 내용과 방법도 다르다. 여러분이 한국에선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을 일본 사회에선 그렇게 여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인이 활약하기에 너무나도 힘든 곳이지만 자신의 명확한 방향성과 꿈이 있다면 희망의 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전문성을 갖춰라


김 지사장은 ‘마케팅에 관심이 있다’는 한 졸업생에게 즉석에서 문제를 냈다. “일본 전국에 체인을 갖고 있는 도쿄프린스 호텔이 있습니다. 지금 경영실적 악화로 고전하고 있습니다. 상황을 반전시킬 마케팅 제안을 한번 해 보세요.”

예상치 못한 질문에 졸업생이 당황해하며 곧바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김 지사장은 “자기 직업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반드시 갖춰라”며 “자신의 머릿속에 직업 지식, 역사관, 철학관이 명확하게 정리돼 있으면 짧고 명쾌하게 상대를 설득할 수 있다. 나는 이 연습을 21년간 끊임없이 연습하고 또 실전에 응용했다”고 말했다.

일본인 간부는 부하의 의견 듣기를 좋아한단다. 사장이 갑자기 자신에게 뭔가를 물어볼 수가 있다. 김 지사장은 그 순간을 ‘기회’라고 표현하며 “반드시 잡아야 한다. 직업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추고 그것을 자신 있게 피력한다면 사장이 깜짝 놀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직무 관련 책 읽어라


김 지사장은 “너무나 당연한 말을 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며 뜸을 들인 후 “일본이란 나라에선 노력한 만큼 반드시 보상을 받는다. 학벌, 지연, 가문과 아무런 관계가 없이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회사인 고모리에서 도쿄대 출신이 과장으로 있었고 고등학교 나온 일본인이 본부장으로 일한 사례를 들었다.

자신의 경험담도 말했다. 고모리엔 약 3700명의 직원이 있었는데 외국인은 김 지사장이 유일했다. 그는 초창기 6년 동안 매일 오전 5시 이전에 출근하고 오후 10시 이후에 퇴근했다.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책은 물론이고 각종 교양서도 일정 목표량을 정해 읽었다. 그 덕분에 낯선 일본에서 26년간을 버텨냈고 경제적 여유는 부차적으로 따라왔다고 회고했다.

○ 상대방 의견 끝까지 들어라


김 지사장은 “만약 일본인이 ‘한국 대통령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한다면 ‘아, 그렇습니까’라고 일단 동의하라”고 말했다. 절대로 대화로 일본인을 이기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일본인의 주장과 같은 생각이면 찬성을 밝히고 반대한다면 조용히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당부했다.

그는 “일본인들은 절대 상대방 의견에 반박하지 않는다. 그 대신 헤어지면 상대방을 다시 만나지 않는다”며 “만약 일본인들이 자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라도 자신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단순한 한일 문화 차이지만 일본 회사를 다닐 때 명심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장은 멘토링을 끝내며 화이트보드에 자신의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적었다. “일본에서 공부하고 일하다 보면 벽에 부닥칠 때가 분명 옵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제가 여러분의 큰형님, 부모님을 대신해 최대한 조언해 드리겠습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