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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사랑 전통시장 진출기]<2>강화 풍물시장 피자전문점 ‘화덕식당’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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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중반으로 보기에는 다소 앳된 얼굴, 선한 눈매와 구김살 없어 보이는 인상이 눈에 띄는 청년은 손님으로부터 주문을 받은 즉시 냉장고에서 반죽을 꺼내 피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탄생한 피자 반죽(도)은 뜨거운 화덕을 거쳐 고르곤졸라 피자로 완성된다.

두 사람은 족히 먹을 수 있는 사이즈, 아낌없이 들어간 풍성한 치즈. 피자 가격은 단돈 9000원이다. 웬만한 프랜차이즈 피자의 반값도 하지 않는 ‘착한’ 가격이다. 당연히 가게를 찾은 손님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피자의 종류도 풍성하다. 고르곤졸라, 마르게리타 등 대표적인 피자들에 강화 특산물인 고구마를 넣은 고구마 피자까지. 인삼 약쑥 밴댕이 등 강화 특산물이 들어간 피자들도 곧 선보일 계획이라고 가게를 운영하는 김토일 씨(26)는 말했다. 화덕피자 전문점인 ‘화덕식당’ 얘기다.

○ 전통시장과 피자가게의 만남

올해 1월 개업한 화덕식당은 김 씨와 조성현 씨(28), 신희승 씨(26) 등 청년 3명이 공동 운영하고 있다.

화덕식당은 인천 강화군 강화읍 갑곳리의 강화풍물시장 내에 있다. 여느 피자가게들과는 달리 전통시장 안에 있는 게 독특하다. 강화풍물시장의 깊은 고민 끝에 이 식당은 문을 열었다. 풍물시장은 대형마트의 공습으로 인한 상권 위축이라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움츠려만 있지 않고 오히려 공격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특색 있는 아이템으로 시장 장사에 도전할 청년들을 공개 모집했다. 이렇게 선발된 청년들에겐 외부 전문가들까지 초빙해 장사 관련 교육은 물론이고 협동조합 교육까지 무료로 시켰다. 또 최대 100만 원의 종잣돈에 5주 동안 임차료도 무상으로 지원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청년들이 풍물시장에서 장사하며 함께 사업 방향까지 모색하는 청년 상인회인 청풍상회가 구성됐다. 화덕식당은 청풍상회의 1호 가게다.

전통시장과 피자가게. 어울려 보이지 않는 이 조합은 성공했을까.

본인을 ‘강화도 토박이’로 소개한 김 씨는 “어울리지 않아 보여 더 어울린다고 생각해 시작했다”며 웃었다. 어울리지 않아 보여 남들이 개업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새롭게 개척할 여지가 무궁무진하다는 역발상인 것이다. 20일 찾은 이 가게에는 젊은 감각이 살아 있었다. 테이블은 오픈 바 형태로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기가 편하게 배치돼 있었다. 가게 인테리어 소품 하나하나에 젊은 감각을 최대한 살렸다. 심지어 청년 사장들의 유니폼에도 각자의 별명을 새기는 등 신경 쓴 흔적이 역력했다.

사실 개업 후 몇 달 동안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재료 손질부터 간 맞추기, 피자 굽기 등 어렵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수요 예측도 힘들어 연휴 때는 주문이 밀리고, 어떤 때는 재료가 남아돌았다. 신 씨는 “한동안 매출이 기대치의 절반도 되지 않았을 땐 불안해 잠도 오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위기 때마다 청풍상회가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전통시장에 있는 맛있는 피자집’이라는 입소문이 돌면서 손님도 눈에 띄게 불기 시작했다. “젊은이들이 의미 있는 도전을 한다”며 응원해준 손님들의 한마디도 큰 힘이 됐다. 김 씨는 “지금은 선주문도 있을 만큼 손님이 늘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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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시장은 무한한 가능성이 숨쉬는 현장

청년사장들은 전통시장을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현장으로 주목했다.

조 씨는 “일단 전통시장은 문턱이 낮다. 열정과 의지만 있다면 창업이란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불고 있는 ‘복고’에 대한 관심도 이들이 꼽는 전통시장의 가능성이다. ‘깔끔하고 독특하고 잘 정돈된’ 전통시장은 그 자체로 볼거리이자 지역 명소로 자리 잡아 손님들을 얼마든지 유혹할 수 있다는 소리다.

실제로 강화풍물시장은 전통시장의 이런 가능성을 현실화한 대표적인 장소다. 2007년 개설돼 점포 수만 217개에 이르는 이 시장은 인천에서 유일하게 5일장이 열린다. 다양하고 특색 있게 구성된 점포들에다 200대 이상 동시 주차가 가능한 넓은 주차장, 시장 전역에서 사용 가능한 무선 통신망 등 기반시설들도 자랑거리다. 문화체험 장소인 ‘풍물명물’ 등도 시장에서 운영한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강화풍물시장은 지난해 문화관광형 시장 전국 평가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강화풍물시장은 올해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시장 옥상에서 이색 캠핑 체험을 할 수 있는 ‘옥상 달빛 캠핑’, 시장 상인들이 DJ가 돼 직접 시장 소식 및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풍짝짝 풍물라디오’ 등이 대표적인 프로그램들이다.

농기구 등을 판매하는 ‘만물상회’를 시장에서 대를 이어 운영하는 이제훈 씨는 “전통시장은 손님들을 그냥 손님으로 보질 않는다. 가족이자 친구로 본다. 그렇게 손님들과 함께 호흡하며 웃고 즐기면서 돈까지 벌 수 있으니 얼마나 매력적인가”라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인천=송대현 청년드림통신원(경북대 경제통상학부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