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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바벨 여왕 장미란-벤처 에인절 신용한씨 강연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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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장미란이다.”

3일 오후 강원 화천군에 있는 육군 7사단 소속 한 군부대 식당. 전 역도 국가대표 장미란 씨(31·여)가 이곳에 들어서자 200여 명의 장병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유명인사를 두 눈으로 직접 본다는 게 믿기지 않는 듯한 반응이었다. 이날 행사는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가 의무 복무 중인 군인들의 전역 후 진로 탐색과 안정적인 사회 복귀 등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병영 멘토링이다. 청년위원회의 청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 씨도 자신이 선수 시절 겪은 각종 어려움과 이를 극복한 비결을 장병들에게 들려주려고 이곳을 찾았다.

○ “미래를 준비하는 출발점이 바로 군대”

“중학교 3학년 때 부모님 손에 이끌려 역도를 시작했어요. 당시엔 배신감이 들었어요. 여자아이한테 역도라니, 피겨도 아니고….”

장 씨는 처음 역도에 발을 들인 계기를 소개했다. 부끄러움은 잠시였다. 1주일 만에 대회에서 1등을 거머쥐었고 고등학교 1학년이 된 뒤에는 전국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국내에는 적수가 없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우쭐하는 마음도 조금 생겼다.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은메달을 따기 전까지는.

“공항 입국장에 즐비했던 기자들이 죄다 금메달을 딴 선수들한테 몰리더라고요. 조금 서운했어요. 1등 할 때는 몰랐는데 그제야 주위 다른 사람들의 마음도 헤아려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지요.”

장 씨가 2013년 은퇴한 뒤 비인기 종목 선수들을 지원하는 재단을 꾸린 이유도 이런 경험과 무관치 않다. 그는 바벨을 내려놓은 지금도 가끔씩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예요. 손에서 바벨이 떨어지는 순간엔 ‘올림픽이 끝났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준비 과정이 참 고통스러웠으니까요. 하지만 경기장에서 내려오니 눈물이 나더라고요. 다시 하고 싶어서….”

장 씨는 장병들에게 “어떤 꿈을 꾸느냐에 따라 미래는 달라지기 마련”이라며 “어떤 일을 하든지 항상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행사에는 신용한 청년위원장도 함께했다. 신 위원장은 25년 전 자신의 군복무 경험을 들려주며 “군복무 덕분에 제 생활이 바뀌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의 군복무 초기 별명은 ‘크렘린’이다. 러시아 말로 ‘요새’를 뜻하는 이 단어는 ‘범접할 수 없는 차가운 사람’을 부를 때 주로 쓰곤 했다.

신 위원장은 “적당히 시간을 때우겠다는 마음으로 동료들과 큰 교류 없이 지냈는데 일병 때 보직이 바뀌어 간부들과 일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철저한 자기 관리로 높은 자리에 오른 이들을 보며 효율적인 시간 관리와 투자를 통해 자신도 훗날 리더가 되자고 마음먹었다는 것.

이후 각종 벤처기업을 꾸리고 현재 투자사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충실하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 퀀텀 점프(Quantum Jump·대도약)를 할 수 있는데 그 출발선이 바로 군복무 기간”이라고 강조했다.

“이곳에 있는 장병 중에 20년 뒤 회사 중역이나 대표가 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전우와 가슴을 터놓고 마음을 나누세요. 고참이나 후임, 동기가 모두 훗날 최고의 네트워크가 될 것입니다.”

○ 실질적인 정보에 장병들도 ‘만족’

이날 열린 병영 멘토링의 특징은 장병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진행됐다는 점이다. 취업, 진로, 창업, 재테크,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10명이 장병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함께했다. 장병들은 여남은 명씩 짝을 지어 각 분야 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눴다.

취업 분야에서는 후회하지 않는 직장을 잡기 위한 비결을 소개했다. 멘토링을 진행한 변윤미 씨는 “A4 용지에 자신의 장점과 단점, 적성에 맞지 않거나 자신과 정말 어울리지 않는 일 등을 빼곡하게 적어보라”고 조언했다. 이를 통해 자신을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진정으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일을 찾을 수 있다는 것. 또 “이러한 과정은 훗날 입사 준비 시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테크 분야에서는 효율적인 통장 관리법을 안내했다. 군대 밖에 있을 때보다 금전 관념이 부족할 수 있는데 일찌감치 자신이 보유한 돈을 잘 관리하는 방법을 알아둬야 예기치 못한 금전 손실 등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악으로 밥 벌어먹기’를 줄인 ‘국밥’이란 이름의 여성 국악그룹도 군부대를 찾았다. 이들은 우리 전통음악이 지닌 아름다움을 알리고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역할을 맡았다.

멘토링에 참석한 장병들은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환준 상병(21)은 “성공한 분들에게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거나 어려움에 대처하는 방법을 직접 듣는 것 자체가 매우 흥미로웠다”며 “제대한 뒤 꾸려 나갈 인생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백지훈 병장(21)은 “64일만 지나면 제대라서 설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됐는데 멘토링을 받으며 막연함을 덜 수 있었다”고 전했다. 청년위원회는 국방부와의 협의를 통해 이러한 병영 멘토링을 내년에도 이어갈 계획이다.

화천=박창규 기자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