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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상가에 신바람… 신촌같은 젊음의 거리로”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5.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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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상인들이 모여들어 지하상가 분위기가 왁자지껄해요. 장사가 잘되니 이제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상점이 많아졌어요.”

인천 부평구 부평시장로터리 지하상가에 청년창업자들이 가세하자 기존 상인들도 덩달아 들뜬 분위기다. 지난달 30일 이곳에서 ‘제2기 청년문화상점 부평로터리마켓 개소식’이 열렸다. 이날은 지난해 6월 처음 입점한 청년상인 16개 팀 가운데 생존에 성공한 6개 팀과 최근 공모를 통해 선정된 20개 팀의 ‘상인 출정’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지하상가 상인들은 예술단 공연, 청년문화상점 투어에 맞춰 파격 할인행사를 진행했다. 음악 공연이 펼쳐지는 동안 상인회장 오병찬 씨(75·여)는 무대 뒤편에서 흥겹게 춤을 추며 ‘백댄서’ 역할까지 했다. 나이 든 다른 상인들도 오 회장을 따라 어깨춤으로 장단을 맞추며 분위기를 띄웠다. 오 회장은 지하상가가 문을 연 1980년부터 35년 동안 줄곧 한자리에서 화장품 골동품 등 품목을 바꿔가며 여러 상품을 판매해온 베테랑 상인. 그는 “청년상인들이 들어오면서 확실히 상가가 활성화되고 있다. 요즘 고객이 크게 늘면서 모든 점포의 매출 실적이 좋아졌다”고 자랑했다.

이 지하상가는 경인전철 부평역에서 걸어서 10여 분 거리에 있다. 부평종합시장과 부평깡시장 등 인근 도매시장이 일찍 문을 닫기 때문에 지하상가 상점들도 덩달아 저녁때쯤 셔터를 내리는 편이었다. 또 공휴일엔 대부분 쉬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바뀌고 있다.

2기 청년문화상점 개소식 다음 날인 31일(일요일) 평상시와 다른 모습이 나타났다. 액세서리 3900원 균일가전, 향수 전 품목 40% 할인, 맞춤셔츠 선착순 무료 증정, 머그컵 만들기 무료 체험 등 다양한 그랜드 오픈행사에 힘입어 매출이 늘어나자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일요 영업’을 선택한 것이다. 상인들 사이에서 “폐점 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연장하고 일요일에도 장사를 해야겠다”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평시장로터리 지하상가(5179m²)엔 6m² 안팎 규모의 점포 298개가 있지만 지난해 6월 청년상인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80개가량이 비어 있었다. 그러나 5월 말 현재 한 사람이 보유한 10개 점포를 제외하고는 모두 입점한 상태다.

부평구가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지하상가에 ‘부평청년창업 허브’를 조성하기로 하면서 대변신이 이뤄지고 있다. 부평구는 심사를 거쳐 선발한 청년상인들에게 임대료를 받지 않고 1년간 무상으로 점포를 빌려주고 있다. 또 팀마다 인테리어 시설, 상품 제작비에 보탤 수 있도록 창업지원금 200만 원을 별도로 준다. 입점한 청년상인들은 관리비 명목으로 매달 11만 원가량만 내면 된다.

1기 청년상인 16개 팀 중에는 장사 경험 없이 의욕만 앞선 사례가 많았다. 이 중에서 영업을 계속하는 6개 팀은 기존 상인들도 감탄해 마지않는 독특한 아이디어와 기발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혼자 수제 커튼과 블라인드, 침구를 제작해 판매하는 ‘오즈페브릭’의 이선영 사장(39)은 성공한 점주로 꼽힌다. 주문이 밀려 디자인한 제품을 다른 가게로 하청을 줘야 할 정도다. 4월엔 임차했던 점포 2칸을 기존 상인의 협조를 받아 시세보다 다소 싼 가격으로 매입했다. 이제 명실상부하게 점포를 소유한 자영상인이 된 것이다.

그리스어로 ‘함께’라는 뜻의 상호를 가진 ‘마지’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가방으로 ‘대박’을 내고 있다. 인천대 등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대학생과 졸업생 5명을 주축으로 창업한 마지는 미대생들이 그린 원화 작품을 가방 재료로 삼고 있다. 30만 원대 이상의 고가에서 10만 원대의 팬시 제품까지 다양하다. 그간 인터넷을 통해 소량으로 판매하다 중국에 수출까지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핸드페인팅 체험공방, 디자인 향초 등을 판매하는 청년상인들도 기틀을 잘 닦고 있다. 1기 중엔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미니 영상관, 마술용품과 이벤트 상품을 취급하던 마술가게, 독립 출판물 및 디자인 문구류 상점 등 이색 점포도 꽤 많았지만 고객에게 어필을 하지 못해 철수해야만 했다.

2기 청년상인 상당수는 1기와 달리 프로 근성을 갖췄다. 온라인 판매나 장사 경험이 많아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것이 다른 상인들의 평이다. 또 기존 판매 품목과도 그다지 겹치지 않아 쉽게 안착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 문을 연 청년상인 중에서 음료 케이터링, 음료 제조판매 및 교육을 주로 하는 ‘꿈을 담은 칵테일’, 외국에서 수입한 팬시 주방용품을 편집 판매하는 ‘어퍼테이블’이 주목된다. 가죽공예 제품, 해외 직구 선글라스, 핸드메이드 소품을 판매하는 곳도 있다.

지하상가 상인회는 올해부터 상가 관리권을 자체적으로 확보했다. 기존 상인들과 청년상인들은 영업 시간을 탄력적으로 정하기로 했고, 정례적으로 문화행사를 열 계획이다. 홍미영 부평구청장은 “지하상가에서 부평문화의거리, 테마의거리까지 1km 구간의 2차로를 주말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해 서울 신촌처럼 젊음이 넘치는 거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