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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은행-카드론 틈새 대출 노린 게 적중”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5.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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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의 은행 대출과 15%의 카드론 대출, 그 사이 ‘중금리’ 대출 시장을 잡겠다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에요.”

이효진 ‘8퍼센트’ 대표(32·여)에게 회사 이름의 뜻을 물어보니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개인 간 대출을 연결해 주는 P2P 대출 업체인 8퍼센트는 최근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업계에서 가장 ‘핫한’ 회사 중 하나다. 결제 대행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개발 등 정보기술(IT) 분야에 집중하는 기존 핀테크 기업이 아닌, 돈을 빌려주는 금융 본연의 역할을 하는 회사의 특징을 사명(社名)으로 정한 것이다.

○ 금융 자체에 집중하는 스타트업 기업


이 대표는 은행원 출신이다. 핀테크 기업 창업자 중에서는 특이한 이력이다. 8년 동안 은행에서 주식과 선물 등을 트레이드하거나 리스크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다. 회사를 퇴직하고 지난해 12월 8퍼센트를 창업했다.

8퍼센트가 하는 사업은 본질적으로 기존 금융업과 다르지 않다. 다만 지점이나 모집인 없이 인터넷 홈페이지(8percent.kr)를 통해 돈을 빌리는 사람과 빌려줄 사람을 연결해 준다. 사무실이나 직원을 최소화한 결과 돈을 빌리는 사람은 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더 높은 금리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리스크 관리 능력이 중요하다. 본질적으로 개인 간 금전 거래와 똑같은 구조인 만큼 ‘떼일’ 우려를 줄여야 지속적인 사업이 가능하다. 이 대표는 “은행에 버금갈 정도로 보수적인 대출 기준을 정했다”며 “회사로 들어오는 전체 대출 신청 중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비율이 5%에 불과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8퍼센트의 대출 평가 시스템은 포항공대 수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가 은행 경험을 살려 카드사 및 신용평가사 출신 직원들과 함께 만들었다.

창업 이후 25일까지 약 8개월 동안 8퍼센트에서 이뤄진 대출은 총 38억8400만 원. 연평균 수익률은 9.98%, 아직 연체된 대출은 없다. 8퍼센트의 대출 상품에 돈을 투자한 투자자만 벌써 1200명을 넘었다. 이 같은 정보는 8퍼센트 홈페이지 상단에 항상 공개된다. 자동차 공유 서비스 기업인 ‘쏘카’나 하우스 맥주 전문점인 ‘브롱스’ 등도 이곳을 통해 투자를 받았다. 이 대표는 “은행 문턱이 높다 보니 상환 여력이 충분해도 비싼 자금을 쓰는 곳이 적지 않다”며 “이들을 제대로 평가해 8% 안팎으로 돈을 빌리고 빌려주게 하면 안정적인 투자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 한국판 ‘렌딩클럽’ 꿈꾼다

8퍼센트의 목표는 한국의 ‘렌딩클럽’이 되는 것이다. 2007년 창업한 미국 P2P 대출회사인 렌딩클럽은 지난해 뉴욕 증시에 상장해 기업 가치가 85억 달러에 달했다. 같은 해 상장한 페이스북을 넘어서는 규모다. 이 대표는 “한국 핀테크 업계에서도 확실한 성공 사례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다양한 기업을 ‘파트너’로 끌어들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대표는 “기업 입장에서는 P2P 금융을 이용하면 자금 조달과 기업 홍보, 소비자 확보의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8퍼센트는 기업 대출에 투자한 사람에게는 해당 기업의 상품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쏘카에 투자한 투자자에게는 자동차 이용권 1회를 증정하고, 브롱스에 투자한 투자자에게는 맥주 이용권을 주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가 소비자가 되고, 동시에 주변에 해당 기업을 알리는 ‘홍보 대사’ 역할도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청년 창업에 나설 사람들을 위한 조언을 묻자 “바로 시작하라”고 말했다. 그는 “8퍼센트를 처음 시작할 때 페이스북 계정과 인터넷 홈페이지밖에 없었다”며 “개발 분야는 잘 몰랐지만 직접 홈페이지를 만들고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8퍼센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사용하는 30대를 주요 고객으로 설정하고 있다. 가장 쉽게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 SNS이기 때문이다. SNS와 금융에 동시에 관심이 많은 30대를 위해 투자자를 받는 시간도 수요일과 목요일 낮 12시로 한정했다.

이 대표는 “은행에 있을 때는 ‘내가 하는 일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가’라는 고민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런 고민이 사라졌다”며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확신을 가지고 해 나갈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