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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아이디어 발굴부터 사업화까지 전과정 지원… ‘한국의 잡스’ 무럭무럭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6.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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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기술대(총장 이재훈)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김주호 씨(22)는 3년 전 제조업체인 SG개발을 창업한 ‘사장님’이다. 이 대학에서 제공하는 창업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창업에 성공했다.

김 씨는 고교 때부터 창업을 꿈꿨다. 한국산기대에 지원한 것도 이 학교가 ‘창업선도대학’에 지정될 정도로 창업 지원 인프라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입학 후 창업지원단에서 제공하는 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 정보를 얻고 사업계획서 작성 등 창업 실무를 배웠다. 그러고 2013년 회사를 차렸다.

김 씨는 창업지원단과 협의해 판로 확보나 일반인의 관심을 끌기 쉬운 생활형 소비 제품으로 승부를 걸기로 했다. 그가 찾은 창업 아이템은 일회용 종이 좌변기 커버. 1장씩 포장돼 주머니나 핸드백 속에 쏙 들어가고 여러 가지 변기에 맞게 크기를 자동으로 조절할 수는 일회용 변기 커버를 개발한 것이다. 다른 변기 커버에는 없는 스티커도 부착돼 좌변기에 고정할 수도 있다.

개인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김 씨가 내놓은 일회용 변기 커버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창업 2년 만인 지난해 경기 김포시에 자체 생산시설도 만들었다. 대형마트에도 납품해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했고 얼마 전 해외수출 계약까지 했다. 김 씨는 “올해 매출 3억 원이 목표”라며 “학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창업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창업이라는 꿈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1세기 혁신 아이콘으로 불리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빌 게이츠,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구글의 래리 페이지. 이들의 공통점은 대학을 다니며 창업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은 대학생의 80∼90%가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해 ‘창업 국가’로 불린다.

한국은 창업 선진국인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비하면 청년 창업의 불모지다. 한국의 대학생 창업률은 6.1%에 불과하다.

전국적으로 대학이 400여 곳(2014년 기준·전문대학 포함)이지만 대학생이 창업한 기업은 390여 곳에 불과하다. 국내 대학이 취업 중심의 수동적 패러다임에 갇혀 있으며 청년 창업 지원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이런 현실에서 한국산기대의 창업 지원 시스템은 눈여겨볼 만하다. 2011년 경기지역에서 처음으로 정부가 지원하는 ‘창업선도대학’으로 선정됐다. 그동안 재학생들이 창업지원단을 통해 창업한 기업은 45곳, 고용인원만 130명에 이른다. 지금도 재학생이나 졸업한 학생들이 창업한 15개 기업이 학교에 연구실이나 사무실을 두고 창업의 꿈을 키우고 있다.

이 학교 컴퓨터공학과 출신인 공성랑 씨(33)도 2년 전 웹시스템을 개발하는 정보기술(IT)기업인 ㈜해나소프트를 창업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시스템개발업체에 다니다가 뒤늦게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창업지원단의 지원을 받아 교내 기술혁신파크에 사무실을 내고 한국산기대 출신 직원 5명도 채용했다. 창업지원단을 통해 초기 창업자금 5000만 원, 창업아이템사업화자금 3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현재 30여 곳의 고정 거래처를 확보했고 지난해 2억8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공 씨에게 창업지원단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산기대는 산학협력을 통한 취업명문대학으로 불렸다. 산학협력을 통해 졸업생 취업률이 70%를 넘었다. 지금은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 경쟁력을 높이며 창업 명문대학으로 제2의 도약을 하고 있다. 한국산기대가 ‘청년 창업 1번지’로 불리기까지 창업지원단의 역할이 컸다. 특히 지난해 설치한 ‘i-스튜디오’는 창의적 아이디어 발굴부터 사업화까지 창업 전 주기를 지원한다. 이곳은 교육장과 시제품 제작센터를 갖추고 특허 멘토링 서비스를 제공해 창업과 기술이전을 한곳에서 지원하는 전용 공간이다. 3차원(3D)프린터와 밀링머신, 설계용 PC 등 제조기반 시제품 제작 장비를 구축한 작업 공간과 자유롭게 토론하고 개별 작업이 가능한 교육장, 라운지, 미팅 룸도 갖췄다. 창업지원단은 이 밖에 대학이 보유한 기술을 사업화하는 ‘이미지네이션하우스(Imagination House)’와 교육부 산학협력선도대학사업(LINC)이 지원하는 ‘창업교육센터’ ‘창업인큐베이팅 프로젝트’ 같은 다양한 창업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고혁진 창업지원단장(경영학과 교수)은 “대학에서 이뤄지는 창업교육이 실제 창업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교육부 노동부 중기청 같은 각 부처에 흩어진 다양한 시스템을 통합해 창업선도 대학사업과 연계해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