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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태양광 충전기로 세상 좀 놀라게 했죠”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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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서울 용산구 서울산업진흥원 ‘청년창업플러스센터’. 옛 용산구 청사였던 이곳은 딱딱한 외관과 달리 실내는 대학가 카페처럼 산뜻한 인테리어로 단장돼 있었다. 1층 회의실에서는 한 외국인 젊은이가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리며 한국인 동료들과 한창 사업 계획을 짜고 있다.

이들의 열정적인 토론을 구경하는 사이 회색 티셔츠를 입은 앳된 얼굴의 30대 여성이 악수를 청했다. 유튜브에 올라 있는 미국 CNBC의 생방송 인터뷰에서 본 그 얼굴이다. 주인공은 놀라디자인(영문명 Yolk) 장성은 대표(33).

장 대표는 요즘 벤처업계에서 가장 ‘핫(hot)한’ 인물이다. 세계 최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터넷을 통해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투자금을 모으는 사이트)인 ‘킥스타터(Kickstarter)’에서 국내 최고액인 100만 달러를 끌어모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단 43일 만이다.

그가 모은 금액은 킥스타터에 등록한 전체 창업가 중 상위 1% 안에 드는 규모다.

킥스타터는 개인이나 기업이 신상품에 대한 아이디어와 목표액을 제시하면 개인 투자자들이 상품 등을 대가로 돈을 투자하거나 기부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장 대표는 투자자들에게 시장가보다 약 30% 낮은 가격(5W짜리 89달러)으로 ‘솔라페이퍼’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킥스타터에 올렸다. 솔라페이퍼는 휴대용 태양광 패널로 전력을 생산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블루투스 스피커 등의 배터리를 충전하는 전자 기기다.

미국 유명 디자인 학교인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SAIC)’를 졸업하고 한때 디자인 회사에서 일한 그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틈새시장을 개척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주효했다. 앞서 장 대표는 일반 충전기 사업을 벌이다 실패한 적이 있다. 이미 대기업까지 진출해 포화된 시장에서 제품을 차별화하지 못한 게 패인이었다.

장 대표는 와신상담 끝에 보조배터리 시장의 3% 미만에 불과한 틈새시장인 휴대용 태양광 제품을 주목했다. 초기 시장이어서 독특한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때 그의 장기인 ‘디자인’이 결정적인 돌파구를 제공했다. “수준 높은 디자인이 제품과 접목되지 않은 산업들이 꽤 많은데 그중 하나가 태양광 배터리라고 판단했습니다. 뭔가 테크(기술)랑 융합한 디자인이 먹힐 것 같다는 느낌이 왔어요.”

기존 휴대용 태양광 충전기들이 실제로는 핵심 기능인 ‘휴대’가 쉽지 않다는 점에 착안했다. 무거운 데다 부피마저 커서 커다란 배낭에 매달고 다녀야 하는 제품이 많았다.

장 대표는 필요한 전력량에 따라 태양광 패널 수를 손쉽게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이른바 ‘똑딱이식’ 디자인을 고안했다. 마치 스마트폰 케이스처럼 패널 사이를 자석으로 연결하는 기능이다. 패널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대신 전력 생산효율을 높일 방안도 찾아냈다. 다행히 제품 개발과 생산을 위한 사업 파트너를 구할 수 있었다. 그가 설계한 디자인과 제품 콘셉트(얇고 가벼운 충전기 제품)를 현실화할 길이 열린 것이다.

실제로 솔라페이퍼 패널 한 개의 크기는 세로 19cm, 가로 9cm, 두께 1.1cm에 불과하다. 딱 일반 다이어리 크기인데 무게도 장당 60∼70g으로 가벼워 들고 다니기에 부담이 없다. 날씨만 좋으면 아이폰6를 충전하는 데 2시간 30분(흐린 날은 3시간)가량이면 충분하다.

마케팅과 유통 창구로 킥스타터를 충분히 활용한 것도 한몫했다. 흔히 인지도가 떨어지는 창업 초기 기업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마케팅과 유통이다.

장 대표는 킥스타터 덕을 톡톡히 봤다. CNBC와 BBC 등 해외 주요 매체에 인터뷰가 실리면서 작지 않은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또 킥스타터 약정 고객 6000명을 제품 생산 전에 확보해 100만 달러의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장 대표는 “킥스타터는 온라인 특성상 실물이 없는 상태에서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신뢰가 생명”이라며 “시연 등을 통해 제품의 기술력을 충분히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