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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내가 청년 리더]“즐거움 한데 모으니 사람들도 와글와글”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6.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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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즐겁게!’

단순한 슬로건으로 시작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 1400만 건의 누적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모바일 콘텐츠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피키캐스트’ 이야기다. ‘우주의 얕은 재미’ ‘세상을 즐겁게’를 슬로건으로 내건 콘텐츠 플랫폼 피키캐스트는 네이버, 페이스북 같은 ‘콘텐츠 공룡’ 사이에서 당당히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피키캐스트의 주 이용자는 10, 20대다.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게시물이 올라오는데, 건당 조회수가 10만∼50만 건에 이를 정도로 인기다. 일간 방문자 수는 약 150만 명이다. 최근 배너 광고를 도입하면서 수익 모델을 만들어 내고 있다.

피키캐스트의 성공 뒤에는 장윤석 대표(38)의 숱한 도전과 실패가 있었다.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엔지니어였던 그는 “오랜 시간 준비하고 노력한 끝에 성공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실패가 기회가 되다

피키캐스트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4년 하반기경. 하지만 장 대표의 창업 도전은 2007년 시작됐다. 처음에는 동남아시아에서 통화 연결음을 서비스하는 회사를 만들어 운영했다. 이후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 관심을 뒀다. “기업을 만들었으니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컴퓨터과학과 출신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온라인 교육 서비스를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도전했지만 제대로 안착한 서비스는 없었다. 2012년 말 생각지 못한 곳에서 기회가 찾아왔다. 회사를 홍보하기 위해 만들었던 페이스북 페이지가 ‘대박’을 친 것.

장 대표는 “온라인에서 인기가 있는 게시물만을 골라서 올렸는데 2012년 말 팬 수가 50만 명을 넘어섰다”며 “모바일 콘텐츠 시장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고, 그래서 과감히 사업 방향을 전환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신생 콘텐츠 사업자들은 포털 사이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중점을 두고 서비스를 확장한다. 그래야 많은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키캐스트는 2014년 초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으면서 이런 방법을 탈피했다.

과감한 선택의 배경에는 쓰라린 경험이 있었다. 2013년 9월경 팬이 100만 명에 이르던 페이스북 페이지가 ‘제3자 광고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삭제돼 버린 것이다. 100만 명을 넘는 독자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동안 제휴를 통해 얻어온 매출도 뚝 끊겼다. 스무 명 남짓의 직원들에게 ‘자진 퇴사’를 권할 정도로 힘든 상황이었지만, 장 대표는 포기 대신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피키캐스트의 성공은 이용자의 충성도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3월 기준으로 피키캐스트의 1인당 평균 이용시간은 12.1분으로 조사됐다. 페이스북(22.8분)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인스타그램(7.8분)이나 네이버 밴드(5.8분), 카카오스토리(4.7분) 같은 국내외 대기업의 SNS를 압도한 것이다.

그는 “우연히 기회를 포착한 것이긴 하지만, 그동안 다양한 시도로 쌓아온 개발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 “성공은 포기하지 않는 것”

장 대표는 창업을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본인이 정말 ‘미쳐서’ 하고 싶은 일인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며 “취업이 어려우니 경험 삼아 창업이라도 해보겠다는 자세로는 사업 과정의 숱한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열정과 전문성을 갖추고 시장 규모 등 현실적인 여건도 충분히 고려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온라인에서의 성공 방법에 대한 그의 철학은 간단했다. ‘일단 사람부터 모으라’는 것. 장 대표는 “한 공간에 모인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해주다 보면 그것이 바로 서비스가 되고 플랫폼이 되는 것”이라며 “단 하나의 강력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든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몇 번의 실패와 위기를 겪으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없었을까. 장 대표는 “한 번도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성공하는 방법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최근 한국에서의 성공 경험을 아시아권 시장으로 확대하려고 한다. 지난해 10월 대만에 법인을 설립하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만판 피키캐스트도 앱 누적 다운로드 수 10만 건을 돌파하는 등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중이다.

장 대표는 “모바일 시대에 태어난 ‘모바일 네이티브’ 세대를 한데 모을 수 있는 콘텐츠 플랫폼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피키캐스트만의 독특하고 특별한 가치를 세상에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