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대학 나와도, 고졸 일자리”…하향취업률 30% ‘역대 최고’

작성자 : 관리자 / 날짜 : 2019.12.23

4년제대학 나와도 취업 안되니 눈높이 낮춰
한 번 하향취업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아
학력 맞춰 취업했을 때보다 36% 임금손실
"필요 이상의 고학력화 현상 완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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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제 대학 졸업자가 눈높이를 낮춰 고졸 일자리에 취업하는 ‘하향취업’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졸 취업자수 대비 하향취업자수를 보여주는 하향취업률이 올해 처음으로 30%대를 돌파했다.

23일 한국은행의 BOK이슈노트에 실린 ‘하향취업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오삼일 한은 조사국 과장·강달현 조사역 작성)에 따르면 하향취업률은 지난 9월 기준 30.5%로 집계됐다. 올해 처음으로 30%대를 넘어선 뒤 4월(30.5%)과 6월(30.5%)에 이어 역대 최고 수준을 이어갔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안되는 최악의 ‘취업난’으로 과거 고졸자들이 일하던 자리로 밀려나는 대졸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 하향취업은 4년제 대졸자가 고졸 이하의 학력을 요구하는 일자리에 취직한 경우로 정의됐다. 한국표준직업분류와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라 대졸자가 대졸 학력이 요구되는 관리자, 전문가 및 사무 종사자직에 취업하는 경우에는 ‘적정취업’, 그외 서비스 및 판매 종사자, 농림어업 숙련 노동자, 기능 근로자 등으로 일하는 경우에는 ‘하향취업’으로 분류됐다.

◇2008년 이후 가파르게 늘어…자연>예체능>인문사회 전공 순으로 높아

하향취업률은 2000년부터 2007년까지 22~24% 수준을 맴돌았지만 2008년을 기점으로 올해까지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냈다. 2000~2018년중 대졸자가 연평균 4.3%씩 늘어난 데에 반해 적정 일자리는 2.8% 증가하는데 그치면서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간 미스매치가 일어난 영향이다. 대졸자는 많아지는데 적정 일자리는 크게 늘지 않은 탓에 하향취업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하향취업자의 절반이 넘는 57%는 ‘서비스 및 판매 종사자’로 일했다. 연령별로는 청년층의 하향취업률이 29.5%로 상당히 높았다. 은퇴 이후 새로운 일자리에 취직하는 고령층이 많아지면서 장년층의 하향취업률도 35%나 됐다.여성(18.9%)보다는 남성(29.3%)의 하향취업률이 높았다. 여성 중에서는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아예 취업을 포기해 ‘비경제활동인구(비경활인구)’로 빠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전공별로는 인문계나 이공계 할 것 없이 모두 높았다. 구체적으로 ‘자연(30.6%)’, ‘예체능(27.7%), ’인문사회(27.7%)‘, ’공학(27%)‘ 등의 순으로 하향취업률이 높게 나타났다. 전공에 맞는 적정 일자리가 어느 정도 보장되는 ’사범(10.0%)‘, ’의약(6.6%)‘ 전공자의 하향취업률은 낮았다.

◇하향취업하면 1년 뒤에도 못 벗어나…임금 손실은 36%

한 번 하향취업하면 다시 빠져나오기 힘든 것으로 분석됐다. 하향취업자 중 85.6%가 1년 후에도 하향취업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적정취업으로 전환하는 비율은 4.6%에 불과했다. 오히려 실업자가 되거나 비경활인구로 빠지는 경우가 9.8%로 더 높았다. 3년 이후에도 76.1%는 하향취업을 유지했다. 오삼일 과장은 “하향취업이 더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일자리 사다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하향취업자의 임금은 150만원 언저리에 집중됐다. 2004년~2018년중 하향취업자의 평균임금은 177만원으로 적정취업자의 임금(284만원)보다 38% 낮게 조사됐다. 다만 스스로 하향취업을 선택한 취업자를 감안해 적정취업 경험이 있는 대졸 취업자를 대상으로 하향취업했을 때의 임금 손실을 추정한 결과 36% 가량 임금이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적정취업을 한 대졸자는 12% 정도의 임금 프리미엄이 붙었지만, 하향취업자에게는 대졸에 따른 임금 프리미엄은 없었다.

오 과장은 “이러한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 보다 신중한 태도를 취하도록 만들고 있다”며 “하향취업 증가는 대졸자 등 인적자본 활용의 비효율성, 생산성 둔화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쓸 데 없이 대학에 가지 않도록 필요 이상의 고학력화 현상을 완화하고, 노동시장 제도 개선을 통해 직업간 월환할 노동이동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