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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등바등 대학 나와도 빚더미”… 美 흙수저의 비애

작성자 : man-ds / 날짜 : 2016.02.24

부모의 소득과 배경에 상관없이 땀 흘려 노력하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고 사회에 나가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 그래서 ‘미국은 기회의 땅’이라는 자부심은 이제 옛말이 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 보도했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보고서를 토대로 한 이 보도는 미국판 ‘수저계급론’이라 할 만하다. 부유한 집안의 자녀는 ‘금수저’, 가난한 집 자녀는 ‘흙수저’라는 부의 대물림 현상이 미국에서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브루킹스연구소는 1968년 이후 1만800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가정환경이 교육 수준과 졸업 후 경제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왔다. 가장 최근 나온 이번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것은 가정환경에 따른 대졸자 연봉 비교다. 저소득층 대졸자는 사회생활 초반부터 수입이 중상위층 대졸자의 3분의 2에 그쳤다. 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벌어져 40대부터는 수입 격차가 2배 이상이 됐다.

저소득층 자녀는 중상위층에 비해 대학졸업장으로 얻는 메리트도 적다. 저소득층 자녀 중 대졸자는 같은 처지의 고졸자에 비해 수입이 91% 더 많다. 하지만 중상위층에서는 대졸자가 고졸자에 비해 162%를 더 벌게 된다.

WP는 “저소득층 자녀는 대학에 들어가더라도 비싼 등록금 때문에 학교를 졸업하기 쉽지 않고, 학자금 대출도 계속해서 장애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교육학자들은 학생들이 부모에게서 받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도 연봉 격차를 만든다고 지적한다. 사회적 관계망이 탄탄한 부모일수록 자녀의 취업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높고 자녀 역시 상류층 문화를 미리 몸에 익혀 사회생활을 잘하게 된다는 것이다. 입사 동기라도 성과에 따라 연봉이 제각각인 미국에서 사회적 자본이 소득에 미치는 영향은 한국보다 클 수밖에 없다.

보고서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응은 암울하다. “아등바등 대학을 졸업했지만 빚더미만 남았고, 잘사는 동창에 비해 낮은 연봉을 받고 산다” “부자인 부모는 대학에 간 자녀에게 전공 선택, 취업 등에 관한 방대한 정보를 주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등의 댓글이 쏟아졌다. 보고서를 작성한 브래드 허시베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정책 결정자들의 기대와 달리 교육으로도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긴 힘들다”며 보다 새로운 접근을 촉구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출처 : http://news.donga.com/3/all/20160224/76637949/1